기억의 무게

매섭던 겨울바람이 지나가고 관악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지난 겨울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것을 꼽으시겠어요.에서도 언급돼야겠냐고 하시겠지만, 당장은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떠오릅니다.아마 누구에게나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은 그 무게만큼이나 오래도록 기억 속에 묵직하게 남아있게 되겠지요.하지만 어떤 기억은 그 값어치만큼의 무게를 가지지 못하기도 합니다.

매섭던 겨울바람이 지나가고 관악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겨울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것을 꼽으시겠어요? 에서도 언급돼야겠냐고 하시겠지만, 당장은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이 떠오릅니다. 아마 누구에게나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은 그 무게만큼이나 오래도록 기억 속에 묵직하게 남아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어떤 기억은 그 값어치만큼의 무게를 가지지 못하기도 합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정리해고로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은 1년여가 지난 아직까지도, 정확히는 그때보다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파업 책임을 묻지 않겠다던 사측은 말을 바꿨고 결국 파업을 주도한 간부들은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가장을 잃은 가정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들을 기억하고 도움의 손을 내민 이는 없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 재개발로 삶의 터전이던 가게에서 내쫓겨진 청계천과 세운상가의 이주 상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기억하시는 분 계신지요. 한편 몇 년 전 유조선 기름 유출로 새까맣게 속을 태운 서해안에는 또다시 기름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같은 자원봉사자 행렬은커녕 이를 기억하고 있는 이를 만나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평가 절하된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무게만큼 누군가의 허리 위에 얹힐 짐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기억이라도 언젠가는 바스러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의 무게마저 가벼이 여겨져서는 결코 안 되겠지요. 기억의 무게가 온당하게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01호를 발간합니다. 구석구석 살펴보시고 독자 여러분의 저울이 고장 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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