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대 총학선거사태, 서울대의 오점으로 남나?

지난 11월 17일 시작된 총학생회장 선거는 총 3일간의 연장투표를 거쳐 11월 25일에 종료됐다.종료 당일 10시까지도 누적투표율 50%에서 약 20여 표가 부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투표 무산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일부 투표소를 12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등의 노력 끝에 11월 26일 오전 12시 30분 경 50.6%의 누적투표율로 투표성사가 확정됐다.

지난 11월 17일 시작된 총학생회장 선거는 총 3일간의 연장투표를 거쳐 11월 25일에 종료됐다. 종료 당일 10시까지도 누적투표율 50%에서 약 20여 표가 부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투표 무산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일부 투표소를 12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등의 노력 끝에 11월 26일 오전 12시 30분 경 50.6%의 누적투표율로 투표성사가 확정됐다. 그러나 투표성사가 확정된 이후 11월 26일은 이전의 어떤 총학생회 선거개표 현장과도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급박하게 흘러갔다. 이에 은 투표 성사가 발표된 때부터, 총운영회의가 열린 27일까지, 급박하게 흘러갔던 이틀을 짚어보면서 이번 53대 총학선거사태의 사건일지를 정리해봤다. 11월 26일 오전 12시 30분 ~ 2시 40분경 ; 인문대 선거인명부 분실 12시 30분경 누적투표율 50.6%로 투표성사가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설명 없이 선거인명부의 확인 작업이 지체됐다. 인문대 해방터 투표소의 선거인명부가 분실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고, 이후 선본장회의가 긴급 소집되어 선관위원장의 제안으로 개표연기를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2시 40분경 인문대 해방터 투표소의 인문대선거인명부가 발견되면서 명부확인작업이 시작됐다. 인문대 학생회 측은 관리 불찰로 선거인명부가 다른 자료와 섞여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알려왔다. 11월 26일 오전 7시 ~ 11시 30분경 ; ‘Yes, We can’ 선본, 투표함 봉인문제 공식제기 오전 7시경 명부확인작업이 완료돼 개표가 시작되는 듯 했으나, ‘Yes, We Can’ 선본에서 “투표함 중에 총 8개의 봉인지가 훼손돼 있다”며 투표함이 사전에 개봉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개표 현장의 분위기가 반전됐다. 투표함은 본래 사전에 개봉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封印(봉인)’이라고 적힌 봉인지를 상단부에 매일 붙이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Yes, We Can’선본이 지적한 8개의 투표함은 봉인지가 제대로 붙어있지 않았으며, 이음부에 부착했던 종이와 견출지나 그 위에 찍어둔 도장 등이 훼손돼 있는 상태였다. ‘Yes, We Can’선본 측은 이번 선거를 “서울대 역사상 최악의 선거”라고 규정하면서“선관위가 사퇴하고 중앙선관위차원의 진상규명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선본들은 대체로 “선거 무산은 신중하게 논의해야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투표함 관리에는 문제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에 따라 투표함 관리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리는 것으로 선본장 회의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잠시 후 ‘Yes, We can’ 선본 측은 투표 개봉과 조작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포착했다며, 증거공개를 위해 또 다시 선본장 회의를 요청했다. 11월 26일 오후 12시 ~ 1시 30분 ; ‘Yes, We can’ 선본, 선관위원장 육성 담긴 감청 파일 공개 12시경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선본장 회의는 ‘리본’ 선본장의 지각으로 12시 30분경에야 시작됐다. ‘Yes, We Can’ 선본은 투표함 개봉과 선거조작의혹의 증거로 박진혁(경제 05) 당시 선관위원장의 육성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파일에는 “38대 25대 22…”, “xx선본은 더 올라 갈 것 같고, oo선본은 좀 떨어질 것 같다”, “…완패다 완패” 등의 말이 녹음돼 있었다. ‘Yes, We Can’ 선본은 함께 들리는 소리의 정체에 대해 “봉인을 뜯는 소리”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투표함을 뜯어봤던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선본장 김주왕(정치 03) 씨는 총학생회실에서 발견한 빈 선거용지를 찾아 제시하면서 “부정투표의 의혹이 높다”고 말했다. 녹음기의 출처와 설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자신들이 직접 11월 20일 금요일에 총학생회실 어딘가에 녹음기를 설치했다고 밝히며 “작년에도 빈 투표용지 10000장이 분실됐던 적이 있어 미심쩍었던 경험이 있었고, 올해 역시 총학생회실에 녹음기를 설치할만한 상황이었다”고 강변했다. ‘Yes, We Can’ 선본은 선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대 연석회의가 들어서서 재투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감청파일과 ‘Yes, We Can’ 선본 측의 주장을 듣고 나서, 박진혁 씨는 “투표함 봉인 상태를 연장투표기간동안 ‘Yes, We Can’ 선본이 직접 점검하고, 새로 봉인했는데 이제 와서 봉인이 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선관위도 선거에 관심이 많아, 예측한 결과를 이야기했을 뿐 투표함을 개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총학생회실에서 발견된 투표용지에 대해서는 “투표용지를 주문할 때 16000장을 딱 맞게 보내주는 게 아니라 여분이 남는다. 여분의 용지에는 번호가 찍히지 않아 조작에 사용될 수 없다”며 조작 의혹을 부정했다. 감청파일 공개에 대해 ‘R-evolutoion’ 선본은 “구체적 수치를 언급한 부분이 의심스럽다. 선거 조작의 개연성이 있으므로 진상조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권리찾기’ 선본은 “선본에서 투표함 밀봉 상태를 확인했는데 그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뜯어내놓고 붙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조작치고는 너무 치밀하지 못하다”고 하면서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동단결’ 선본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표명을 연기했고 ‘리본’ 선본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11월 26일 오후 4시 ~ 9시 30분① 녹음파일, 총운위 증거채택 부결‘Yes, We Can’ 선본의 요구에 따라 열린 선본장 회의에서 ‘Yes, We Can’ 선본은 부정선거 의혹에 관한 증거자료로서 녹음파일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오후 4시부터 총운위가 소집되어 의견을 수렴하게 됐다. 4시부터 시작된 총운위는 투표함 봉인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각각의 사항에 대해서 난삽한 토론이 벌어지자 임시로 사회대 학생회장 구현(정치 06) 씨를 의장으로 정하고 ▲ 투표함 봉인 미흡 ▲ 부정 선거 의혹 ▲ 도청 문제에 대한 책임 ▲ 재투표 여부 순으로 의제를 진행시키기로 했다. 먼저 ‘Yes, We Can’ 측이 문제제기한 8개의 투표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Yes, We Can’ 측은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봉인을 하고 그 위에 도장을 찍어놨다. 그런데 그 도장이 찢겨나간 투표함이 존재한다. 또 봉인용지가 찢겨나간 흔적이 남아있다”며 투표함이 개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논의 과정에서 투표함 봉인이 훼손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선본원들의 실수로 뜯겨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즉, ‘봉인용지를 뜯지 않고 -자로 투표함 입구만 뚫어서 써야한다’는 내용을 교육 받지 못한 선본원이 아침에 투표를 시작할 때 실수로 뜯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투표소를 지킨 당사자들의 증언이 필요하게 되면서 이는 차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한 문제로 넘어갔다. 경영대 학생회장 조진제(경영 05) 씨는 “녹음 파일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총운위원들의 이해 정도가 다르다. 한 번 들어보고 시작해야 하지 않나”고 논의를 열었다. 이에 법대 학생회장 오준규(법학 08) 씨는은 “녹음 파일 내용이 부정선거를 입증하느냐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서울대 총운위가 도청 자료를 가지고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에 따라 이를 증거로 채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혁 씨는 “도청을 하기 이전에 먼저 선관위 측에 정당한 방식으로요구를 했어야 한다. 선관위가 의심스럽다고 이렇게 도청을 한 것이 인정된다면 나중에 어떤 선례로 남겠는가. 녹음 내용에 대해서 해명할 수 있으나, 그 이전에 도청 행위가 어떤 문제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경기용(자유전공 09) 씨는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자료를 채택하는 것은 앞으로 학생사회에 나쁜 전례를 남길 것”이라고 채택을 반대했다. 농대 학생회장 윤상호(동물생명공학 07) 씨 또한 “직접 당사자의 발언이 아니라 음성 자료를 증거로 채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더 이상 의견이 없자 임시의장이 ‘도청자료의 증거채택 여부’에 대한 투표를 시행했다. 총운위원 총 15명 중 1명이 찬성했고, 11명이 반대했으며, 3명은 기권해 음성자료의 증거 채택은 부결됐다. Yes, We Can’ 선본, “폐기권고 수용하나, 녹음파일 폐기는 달라”다음으로 도청 사실에 대한 징계 여부가 논의됐다. 오준규 씨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학생사회에서 선거 시행세칙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적용하는 것은 안 된다. 우리가 협의할 사항이 아니며, ‘Yes, We Can’ 선본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것을 권고하는 것이 최대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구현 씨는 “징계에 대해서 여기서 정하지 않겠다. 다만 ‘Yes, We Can’ 선본이 사과 성명을 낼 것은 강력히 권고한다. 개인적으로 법적인 충돌 없이 학생사회 내에서 해결됐으면 한다. 녹음파일을 폐기할 것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운위의 사과 자보에 대한 권고가 이뤄졌고 ‘Yes, We Can’ 선본 측은 “전적으로 수용하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잠시 뒤 ‘Yes, We Can’ 선본은 “음성파일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위해 우리가 참석한 것이니 우리는 이제 퇴장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혁 씨는 “의혹을 제기한 측이 퇴장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명확히 협의된 사항에 한해서라도 가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 We Can’ 선본은 “사과성명을 내겠다. 녹음파일 폐기 권고에 대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 차후 유포에 따른 법적, 정치적 타격을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권고를 수용하는 것과 자료를 폐기하는 것은 다르다”고 답한 뒤 퇴장했다. ③ 선관위는 봉인미흡 책임지고 총사퇴, 총운위는 재투표 결의해이후 선관위의 거취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공대 학생회장 오나영(컴퓨터공학 07) 씨는 “선관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선관위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진혁 씨는 “선관위에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바로 사퇴하겠다”고 답했다. 오준규 씨는 “증거채택 여부를 떠나서 이미 공개된 부분은 어떻게든 해명해야 한다. 공개된 녹취록에 한해서 해명하는 것은 철저히 선관위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구현 씨는 “공개된 녹취록에 대해서 선관위의 해명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논의는 재투표 여부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다. 구현 씨는 “이미 학생사회에서 총학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붕괴됐다. 지금의 의혹이 있고 진상조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표나 재투표를 여기서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오나영 씨는 “결국 투표함 봉인에 대한 진상규명은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진상규명 자체가 의미 없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표를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은지(고고미술사학 07) 씨는 “선관위의 총사퇴는 선거과정의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이 상황에서 개표는 할 수 없다. 무산되더라도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 씨는 또한 “법인화 투쟁, 세종시 문제 등을 생각해 처음에는 개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정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는 총학은 아무런 힘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 무산은 학우들의 잘못이 아니라 학생회 간부, 활동가들의 잘못이다. 다시 한 번 투표해주길 학우들에게 호소하면서라도 재투표를 빨리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운위원들은 재투표를 결의했고 27일 다시 총운위를 열어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선관위의 선출, 재투표 일시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5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감했다. 11월 27일 오전 4시 7분 ; 선관위 사퇴의사 표명결국 선관위는 27일 오전 새벽 4시경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제기된 의혹에 대한 해명과 함께, 선관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힌 글을 게재했다. 선관위 측은 “조사위가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며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럼에도 “선거전반에 대해 관리하고 책임지는 선관위가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청 상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큰 물의를 일으킨 것과 이미 떨어진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11월 27일 오후 12시 30분 ~ 3시 30분 ; 총운위 재소집하루 만에 다시 소집된 총운위에는 사퇴한 박진혁 씨, 김진섭 씨를 제외한 9명의 단과대 학생회장이 모였다. 주로 논의된 안건은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의 구성방식 ▲총운위 차원의 성명서 검토 ▲새로운 선관위의 구성방식이었다. 인문대 학생회가 이번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인문대 학생회장 은지(고고미술사학 07) 씨가 새로운 선관위원장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각 선본연합과 단과대 학생회 집행부에서 각각 선관위원들을 차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총운위 차원에서 발표하기로 결정된 성명서의 내용에는 이번 사태의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 학생사회에 만연한 불신에 대한 책임과 안타까움을 통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Yes, We Can’선본이 감청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에 대한 사과 요구와 조사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한 사안에 대한 설명도 들어간다. 총운위는 학내 언론기구인 , , , 에게 조사위의 주체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조사위가 출범되면 앞으로 진상 조사에 대한 권한은 총운위에서 조사위로 전면적으로 이양된다. 재투표는 다음달 1일(화요일)부터 나흘 간 진행되는 것으로 합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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