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재연장에 돌입했던 ‘서울대학교 법인화 추진에 관한 찬반 총투표(법인화 총투표)’는 가투표율 51.53%로 성사됐다. 이 가운데 반대표가 79.28%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법인화에 반대하는 학생사회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총학생회(총학)와 여러 자치단위들은 총투표 이후 여타 국립대학, 정당과의 연계나 총장선거에 압력을 넣는 방법 등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투표율 51.53%, 법인화 반대 7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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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새벽, 법인화 총투표 개표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
이번 총투표는 연장투표를 합해 9월 21일부터 9월 29일까지 7일간 진행됐다. 21일부터 23일 간의 본 투표에서는 5619표가 나왔으며 투표율은 33.88%에 그쳤다. 때문에 28일까지의 연장투표가 결정됐지만 약 2%의 근소한 차이로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했고, 29일 하루 더 재연장투표가 이뤄졌다. 본 투표의 투표율은 지난 해 6.3 동맹휴업 때보다 높았다. 당시 첫 3일간의 투표율은 28.1%였다. 그러나 연장 첫째 날과 둘째 날에 투표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연장 첫째 날인 24일 설치된 투표소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총 28개의 투표소 가운데 24일에는 9개가, 25일에는 11개가 미설치됐다. 하지만 연장투표 마지막 날과 재연장 날에 투표소 수를 다시 정상화해 투표율은 51.53%를 달성했다.투표 결과 투표자의 79.28%가 법인화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소 중 반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페다고지/사범대 내정’으로 93.56%의 반대율을 보였다. ‘사회대 정문’과 ‘해방터’가 각각 86.22%, 84.04%의 반대율을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법인화에 찬성한 입장은 투표자의 12.84%였다. 연건, 수의대, 301동, 302동, 경영대 지역의 투표소가 20% 이상의 찬성률을 보였다. 이 밖에 단과대별 투표율도 큰 차이를 보였다. 자유전공이 76.82%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약대와 간호대, 자연대는 64% 이상의 투표율을 보였다. 경영대와 의대는 투표율이 30%를 넘기지 못했다.“총투표를 주도하는 쪽의 노력 부족해”재연장이라는 기형적인 형태의 투표를 보인 데에는 “총투표를 주도하는 쪽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총학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비난의 화살은 일부 단과대 학생회를 향하기도 했다. 오준규(법학 08) 씨는 “많은 일을 해야 할 공대에서 제대로 된 선전과 홍보를 담당했는지 의문이다. 공대 학생 수가 전체 학생 수의 4분의 1 가량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인하(교육학·윤리교육 09) 씨는 “사범대도 공청회 등을 개최해 법인화를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사범대 학생회장 신현길(지구과학교육 02) 씨는 “공청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지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사범대도 아침에 유인물을 나눠주는 등의 활동을 했다”며 해명했다. 총투표 기간 투표소 관리를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미대 학생회의 경우 총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미대 투표소를 다른 단과대 학생이 관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대 학생회의 경우 재연장 투표일인 29일, “학술제, 강연회 개최 때문에 투표소를 1개 이상 지키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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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장 투표 마지막 날인 28일 밤 소집된 임시 총운위에서 재연장투표가 결정됐다. |
팽팽한 신경전 이후 결정된 재연장투표
재연장투표를 할지 말지를 두고도 진통을 겪었다. 연장투표 마지막 날인 28일까지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하자 임시 총운위가 소집됐다. ‘52대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 34조에 따르면 연장투표를 2회 이상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자연대 학생회장 등은 “재연장투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총투표의 위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부총학생회장 김진섭(전기 06) 씨는 “이번에 재연장투표를 하면 앞으로 3차, 4차 연장투표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총운위가 회칙을 어길 권한은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에 반해 사회대 학생회장 구현(정치 06) 씨는 “총투표를 이대로 무산시키는 것보다 성사 이후 법인화 의제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신뢰를 쌓는 길”이라고 말했다. 약대 학생회장 김주성(제약 06) 씨도 “투표율이 낮은 것은 우리 잘못이 크지만,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무산 시키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두 입장은 차이를 좁히지 못하다, 표결을 통해 재연장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재연장에 찬성한 사람은 6명, 반대하는 사람은 3명이었다. “원칙을 어기는 것은 맞지만, 총투표 무산이 향후 서울대 법인화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총학과 자치단위들, 새로운 대응 보일 듯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법인화를 반대하는 활동이 크게 탄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응 방식도 기존 학내 선전전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다각화될 전망이다. 총학의 경우 총투표 결과를 기초로 향후 총장선거에 압력을 넣고, 국회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장 박진혁(경제 05) 씨는 “법인화 이슈를 학내에만 고정시켜 접근하는 것은 힘들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서울대학교의 법인화가 정치,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단순히 학내에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 씨는 “정당, 정치인과의 접촉을 통해 대응하는 방법을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투표 결과 서울대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의지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정당과의 연계를 통해 향후 국회나 여론 차원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정당과의 접촉이 효과적인 방법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박 씨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해야 하고,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방식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당들의 법인화에 대한 의사가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어, 정당과의 연계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서울대 법인화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스쿨어택의 경우,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타 국공립대 학생회와의 반대성명 발표를 제안했다. 또한 서울대 공무원 노조와 법인화 반대 교수모임(준) 등과 연대하는 방법 등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쿨어택 집행위원장 규열(농경사 06) 씨는 “법인화를 반대하는 단체들과 연대가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본부 주도의 법인화에 반대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규열 씨는 “2학기에 법인화 투쟁에 집중하기 위해, 11월 총학 선거를 내년 3월로 미루자는 제안을 전학대회에서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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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사회는 법인화를 반대하는 단체와의 연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8월에 있었던 국립대 공동투쟁위원회의 학내 집회. |
총운위 차원에서도 추석 연휴가 끝나고부터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인문대 학생회장 재석(인문2 06) 씨는 “일단 총투표 결과에 따라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다. 또한 추석 연휴가 끝나면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과대 차원에서는 등록금 상한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농생대 학생회장 이영재(조경 06) 씨는 “총운위와 별개로 단과대 차원에서 등록금 상한제 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이 밖에도 전국 국공립대학 구성원들과의 기자회견 등도 계획돼 있다.본부 반응은 냉소적, 법인화 저지 난항 예상도 학생사회의 법인화 반대 의지가 명확하지만, 본부의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법인화 총투표 결과에 대해 기획부처장 이근관 교수(법학부)는 “본부에서 나름대로 총투표가 갖는 의미를 분석할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최고의결기구인 교수평의원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의결된 사안이다. 그 결정이 법적인 구속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법인화추진위원회 박성현 위원장은 “법인화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투표한 학생이 많으리라 보고 있다”고 평가 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법인화에 대해 반대하는 측에서 편향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며 이번 총투표도 이런 편향의 결과물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왜 학생들이 법인화에 반대하는지 안타깝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본부의 반응에 대해 학생 측은 “상식 이하의 발언”이라고 답했다. 구현 씨는 “오히려 대학 본부에서는 법인화의 좋은 점만 보여주지 않았나. 그리고 스쿨어택 등의 비판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답을 하지 못한 것은 법인화 위원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진혁 씨도 “공청회에서 본부의 입장을 실었고, 본부 측 리플렛도 투표소에 배치를 했다”며 편향적인 결과라는 박 위원장의 말에 불만을 제기했다.총투표와 법인화 저지, 향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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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학생회장 박진혁 씨가 총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
본부의 반응은 냉소적이지만, 학생사회 차원에서 법인화 저지의 방법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법인화 법안은 9월 초 교육과학기술부를 통과해 국무회의와 국회 상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법인화 문제가 본부의 손에서 일정부분 떠나버린 만큼 학생사회가 추진하는 타 국공립대와의 연대, 국립대공동투쟁위원회, 정당 등과의 연계 활동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총투표의 효력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총투표 결과 반대의사가 강력히 표출된 만큼, 재연장 등의 문제를 안고 가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박진혁 씨는 “이번 총투표 과정에서 안타까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재연장의 문제가 약점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