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피해, 사례와 통계로 톺아보기

한 여학생이 하숙집 전단이 붙은 벽을 무심히 보고 있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개인의 초상권이 침해됐다.c.언론중재위원회 일상에서 사람들은 언론보도에 의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단편적으로만 접한다.그래서 흔히 ‘보도피해’라고 하면 유명인이 사실왜곡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청구하는 경우만을 떠올리기 쉽다.하지만 실제로 일반인이 예상치 못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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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학생이 하숙집 전단이 붙은 벽을 무심히 보고 있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혀, 개인의 초상권이 침해됐다. c. 언론중재위원회

일상에서 사람들은 언론보도에 의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단편적으로만 접한다. 그래서 흔히 ‘보도피해’라고 하면 유명인이 사실왜곡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청구하는 경우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인이 예상치 못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앞의 예와 같이 공적 절차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언론중재위원회(중재위) 차원에서 조정․중재를 거친 사례들은 통계화돼 일반인들이 열람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보도피해로 인정되고 실제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2010년 발간된 ~언론조정중재 시정권고사례집~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공익성과 사전동의가 확보되지 않으면 보도피해로 인정돼 언론보도가 피해자의 어떤 권리를 침해했느냐에 따라, 사례의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인격권’은 생명, 신체, 자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권(私權)이다. 명예, 프라이버시, 초상권 등 개인의 인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권리까지 포괄한다. 언론보도 피해는 대부분이 이러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다. 그 중에서도 보도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명예훼손이지만, 명예훼손의 신청인은 대부분이 단체나 유명인이다. 사적 개인은 주로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초상권’은 사람이 자기의 얼굴에 관해 함부로 촬영돼 공표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권리다. 따라서 공표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없고,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는 초상권을 침해한 것이다. 무심코 버스를 기다리며 담벼락을 보고 있는 모습을 사전 동의 없이 촬영, 보도해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집은 많은데 갈 곳이 없네’라는 제목의 기사에 “한 여학생이 담벼락을 가득 메운 하숙집 전단지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보도됐다. 실제로 중재 신청인은 여학생의 신분이 아니었고, 집을 구하려는 의도로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결국 해당 언론사가 신청인에게 1백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은 조정됐다. 추위에 떨며 출근하는 모습을 동의없이 찍어 손해배상을 한 사례도 있다. ‘춥다 추워’라는 제목의 기사에 추위에 떠는 시민의 얼굴이 그대로 실렸고, 당사자는 보도되는 것에 동의한 바가 없었다. “위 사진기사로 인해 직장에서 놀림감이 됐다”며 중재를 신청했고, 언론사는 50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했다. 사전 동의를 얻었더라도, 그 의도가 왜곡돼 실렸다면 역시 언론보도 피해사례가 된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한 교양프로그램에서 부모의 동의 하에 아이의 생활모습이 보도됐다. 하지만 몇 년 뒤, 이러한 장면은 뉴스 프로그램에 의미가 왜곡된 채 자료화면으로 인용보도됐다. 아이의 어머니는 손해배상을 신청했고 5백 만원 지급 판결이 났다. 공인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초상권이 제한되지만, 사회에 알려진 유명인이라고 해서 그 피해가 항상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1995년의 판례에서는 “세인의 관심을 끄는 공적 인물이라 하여도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의 보도와 관련해, 더욱이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초상이 공표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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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언론보도피해로 인한 분쟁의 조정 및 중재를 ‘언론중재위원회’가 맡고 있다. c.아시아투데이

사생활의 과도한 공개가 개인의 정신적 피해로 이어져 한편 개인의 사생활을 언론사가 과도하게 공개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경우가 있다. 탈북자 소년이 부모 없이도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며 소년의 신원이 자세히 공개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보도에서 소년의 실명을 비롯해 다니는 학교와 학년이 공개됐고 가족이 북한에서 겪었던 과거사까지 자세히 다뤘다. 신청인의 신원이 북한에 노출돼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됐다. 소년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중재를 신청했다. 그 외에도 자살과 같은 민감한 사건사고 보도에서 굳이 알려질 필요가 없는 사건의 정황까지 자극적으로 노출돼, 이미 사건의 피해자인 개인이 보도에 의해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포털법의 추가로 폭증한 조정․중재신청 실제로 언론보도 피해는 얼마나 발생하고 있을까? 중재위는 언론보도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개인, 단체로부터 조정․중재신청을 받아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피해구제의 방법으로는 ▲정정보도청구 ▲반론보도청구 ▲추후보도청구 ▲손해배상청구가 있다. 중재위가 1981년에 설립된 이래 중재·조정 횟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중재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1년의 조정청구 횟수는 44건, 2000년 조정청구 횟수는 607건, 2010년 조정청구 횟수는 2,205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5년에 도입된 중재신청 역시 2006년부터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09년 개정된 ‘언론중재와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영향으로 2009년과 2010년의 언론조정횟수가 약 600건씩 늘어났다. 이는 2008년 이전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개정 이전 언론중재법에 의해서는 포털메인의 언론보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포털 측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개정 이후, 포털 역시 인터넷뉴스서비스로 규정하고 언론으로 간주된다. 즉, 언론보도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는 해당 언론사 뿐 아니라 기사를 게재한 포털에 대해서도 조정․중재를 신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전에 조정․중재 횟수에 포함되지 않았던 피해들이 새롭게 추가되면서 피해신청 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청구 형식은 ‘정정보도청구’가 가장 많아 2010년 중재위에 조정을 요구하는 2,205건의 접수건수를 청구권별, 언론매체별, 침해유형별로 나눠 살펴봤다. ‘청구권’은 정정보도, 추후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청구를 말한다. 정정보도청구는 언론보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진실에 맞는 보도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추후보도청구는 범죄혐의가 있거나 형사상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된 이가 무죄임이 드러났을 경우, 이 사실의 보도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반론보도청구는 보도 자체는 사실이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경우, 보도내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반론 형태로 싣는 것이다. 또,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금전적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접수된 청구를 보면, 정정보도청구가 1,211건(54.9%)으로 가장 많았고, 773건(35.1%)의 손해배상청구가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반론보도청구와 추후보도청구의 경우 정정보도청구와 손해배상청구에 비해 미미한 수준(10% 이하)을 보였다. 정정보도청구가 가장 높게 나타난 이유는 보도로 인한 다툼이 발생하면 신청인이 가장 먼저 보도내용부터 정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청구가 많은 이유는 금전적인 보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취하율이 54.2%로 매우 높다. 이 이유에 대해 중재위 연간보고서는 “정정 혹은 반론보도청구와 함께 청부돼, 합의가 되면 손해배상청구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정보도청구 혹은 반론보도청구가 조정성립되지 않더라도 초상권, 음성권 침해여부와 같은 문제의 경우 비교적 침해여부가 확실히 밝혀진다. 조정액 역시 선례가 많아 언론사에서 먼저 피해자와 접촉하여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조정신청을 언론 매체별로 나누어 보면 인터넷뉴스서비스가 841건(38.1%)으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신문이 567건(25.7%)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인터넷뉴스서비스와 인터넷신문을 합하면 전체 청구건수의 63.8%에 달한다. 이는 작년에 비해 조정신청횟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09년 개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인터넷매체가 이처럼 조정신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인상적이다. 이 상황에 대해 중재위의 ~2010 연간보고서~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 언론보도를 접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조정신청에서 인터넷매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지면신문은 540건(24.4%), 방송은 189건(8.6%)을 차지했다. 침해유형, 즉 명예훼손, 초상권, 명예훼손, 프라이버시권 등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 1,995건(90.5%)으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그 뒤를 초상권이 109건(4.9%)이 이었다. 초상권의 경우 4.9%라는 적은 수치가 나왔지만 해마다 소폭으로 증가해, 초상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했다.접수된 청구는 얼마나 해결되고 있나 청구권에 대한 처리결과를 살펴보면 추후보도에 대한 조정성립률이 46%로 가장 높았다. 추후보도청구의 경우 무죄판결 확정으로 인해 쟁점이 명확하고 판결문에 의해 입증이 용이하기 때문에 1건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조정이 성립됐다. 반면, 가장 많은 청구수를 차지했던 정정보도의 조정성립률은 27.8%로 가장 낮았다. 매체별 조정결과는 지면신문이 48.3%의 조정성립률을 보였다. 방송은 44.4%, 인터넷신문은 33.5%였다. 인터넷신문의 경우 매체의 특성상 조정이 진행되기 전 기사의 삭제․수정이 용이하다. 그래서 조정신청인이 조정을 취하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조정성립율을 보였다. 침해유형별 조정성립의 경우 명예훼손, 신용훼손, 초상권의 경우 취하율이 높은데(50%이상) 이는 위의 손해배상청구로 인해서 청구를 취하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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