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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교수가 이번 10.26 보선에서 국민들이 기대했던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채새롬 기자 |
지난 10.26 재·보선에서 유명인들이 SNS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내놓자, 이를 불법적인 선거 운동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SNS선거운동을 불법으로 규정짓고 유명인들 발언을 자제하도록 했다. 그러자 의사소통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고 이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조국 교수를 폴리페서라고 지칭하며 맹렬하게 비판했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진보진영에 지지 의사를 표한 교수들을 ‘신 폴리페서’라고 가리키기도 했다. 지난 10.26 선거 과정에서 느꼈던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서울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전 오세훈 시장에 이어 토목 중심인 전시 행정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이 주체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일어나서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힘이 결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시민들이 교수에게 요구하는 책임은 무엇이라고 느꼈는가? 이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잘 가르치고 논문을 잘 쓰는, 강학과 연구에 대한 기대다. 다른 하나는 이를 넘어선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이 경우에 사람들은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다. 말하지 못하는 것을 선도적으로 대변자의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나 발언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트위터란 공간의 의의와 그 특징에 대해 정의 내린다면? 트위터는 온라인 상의 풀뿌리 네트워크라 생각한다. 오프라인이나 페이스 북의 경우 문화의식이 유지되고 글의 맥락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는 무차별적 대중과 무차별적으로 만나는 공간이다. 어떤 글이 무슨 맥락에서 왔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140자만으로 이뤄지면서 빠르게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이 곳에서는 깊은 논의를 할 수 없다. 트위터가 소중한 공간이긴 하나 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공간은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들을 만나서 호흡과 숨결, 냄새를 느끼는 오프라인 공간이 인간사회에서 더욱 소중하다. 그래서 트위터에 전념하지 않고 묵언안거 기간을 가지고 있다 트위터에 FTA나 법인화와 같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는 것은 본인의 평소 모습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FTA와 법인화에 대해서 트위터나 책을 통해 여러번 내 의견을 개진 했었다. 이 시점에서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슨 근거로 나에게 활동 리듬을 깨라고 요구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에 내가 모두 개입할 수는 없다. 물론 개입할 권리는 있으나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거나 책임져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SNS에서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사회적 발언을 안한다는 것은 환시일 뿐이다. 나는 트위터에서 발언을 하지 않을 뿐이지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으로 발언을 하고 있다. 다만 트위터의 공간적 특수성 때문에 들어가지 않는 것 뿐이다. 본인이 트위터를 통한 정치참여로 인해 연구나 수업에 소홀하거나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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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활동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조국 교수, 교수에게 어떤 활동을 하라 규정짓는다는 것은 그 또한 하나의 정치 프레임이라 볼 수 있다. Ⓒ채새롬 기자 |
이는 매우 우스꽝스러운 비판이다. 교수의 사회적 책무와 연구, 강학하는 것에 대한 시간 배분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임의로 정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내가 트위터를 하면서 연구와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중간 고사 후 바로 채점해서 학생들에게 돌려줬다. 학생들도 내 수업이 부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본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 “학생은 가르칠 생각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트위터나 하면서 패륜적 발언이나 옹호하는 분이 대한민국의 지성이라니. 쯔쯔”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는 사실관계가 틀린 발언이다. 현재 학생을 가르치고 있고, 가르칠 생각도 하고 있다. 하루종일 트위터만 하지도 않는다. 패륜적 발언의 경우 당시 수백개 칭찬 릴레이를 하는 중이었다. 한 트위터리안이 자신의 부모님이 한나라당 지지자인데 선거일날 수안보 온천에 모시고 갔단 얘기를 올렸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갔다’는 얘기에 자동적으로 효자라고 칭찬하는 말을 남겼다. 전체적 맥락이 아닌 한가지만으로 노인 폄하 발언이라 본 것은 억울하나 정치인이 공격할 만한 측면이기에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지성인이라니’라고 얘기한 것은 내가 대한민국의 지성임을 인정한 발언이다. 지성도 아니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지성이라고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이를 갖고 말싸움을 하자면 비슷한 방식으로 되받아줄 수는 있으나, 여당의 대표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은 선거 상황이 다급했기 때문이라 본다. 또한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다. 이 말이 확산되어 나의 정치적 영향력이 삭감되고 말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고자 했다. 내가 공부를 하지 않고, 학생을 가르치지도 않고 트위터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노인을 폄하하고 대한민국의 지성인도 아니니 나의 발언을 듣지 말라는 것인데 실제로 효과는 없었다. 폴리페서를 정의 내린다면? 폴리페서는 두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는 연구와 강학을 소홀히 하고 학사 행정에 지장을 주면서 정치권에 진출하고자 하는 부정적 의미이다. 두 번째는 이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OECD 가입국에서 후자를 폴리페서라 비난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의 경우 크루만이나 곤돌리자 라이스를 살펴보더라도 이들은 교수 출신인데 신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국무장관으로 나왔다고 해서 폴리페서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폴리페서라고 부르는 것은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 최근 사용되는 폴리페서의 경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 다. 이 용어는 무분별하게 사용되며 비난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게 되는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이 어휘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많이 사용된다. 그 이유는 폴리페서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오랜기간 휴직 상태로 국회의원인 사람이 많다. 이 경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 이러한 사람들로 인해 학교에서는 후임 교수를 못 뽑고 시간강사로 대체해야 하거나, 학기 중 출마하는 경우에 수업이 도중에 폐강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당연히 복직을 제한하고 출마를 위한 휴직도 제한해야 한다. 이와 달리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무조건 폴리페서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환상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문에서는, 특히 사회과학의 경우 가치지향적인 학문이기에 정치적 중립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정치권이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은 자신의 아성이 외부에 의해 개편될까봐 다른 사람의 개입을 차단하고자 한다. 모든 사안에 대해서 정치를 붙일 수 있고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정치적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대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나 잘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기존 정치권들이 독점하는 기득권 이데올로기다. 그렇다면 교수들은 어느 정도 까지 정치 참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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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4월 총선 진보개혁 진영이 의회 다수파가 되면 망사스타킹을 입으라는 요청이 담긴 강풀 작가의 캐리커쳐. 조국 교수는 학자에 대해 제한적 틀로만 바라보고자 하는 사회 시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덕현 기자 |
교수만이 아니라 교사의 정치 참여도 허용돼야 한다. 한국의 경우 다른 OECD나라와 달리 교수와 교사의 정치참여를 둘 다 허용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교수의 정치 참여를 허용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폴리페서라는 프레임으로 교수의 정치참여를 다시 막고자 한다. 교수이건 교사건 일반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다 해야 한다. 시민이 가진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은 죄나 불법이 아니다. 만약 교수나 교사가 수업이나 연구를 하지 않고 수업 중에 어디를 지지하도록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거나 자신의 정치활동에 학생을 동원하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중립성이 있다. 하지만 교육의 중립성은 있어도 교육자의 중립성은 없다. 교수나 교사도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다. 2008년에 폴리페서에 대한 학내 규정 도입에 앞장선 바 있다. 내년 총선, 대선에도 교수들의 정치권 참여 움직임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규정은 서울대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교에서 시행해야 한다. 이는 정치 참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 참여하되 최소한의 강의 요건과 학사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교수들은 정치에 참여하고 돌아와서 바로 다시 안식년을 가지거나 강의기간 도중에 출마해 강의에 차질을 빚는다. 이러한 경우는 시정돼야 한다. 사안이 복잡한 만큼 이에 대한 접근은 보다 세밀하게 이뤄져서 허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