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제가 돌아올 것인가? ‘제대군인 가산점제도’(군가산점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된 지 8년,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법안은 군가산점제의 부활을 담고 있다. 곧이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여기서 스타로 떠오른 이가 전원책 변호사.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딨냐’ ‘아무리 입어도 춥고, 아무리 자도 졸립고, 아무리 먹어도 배고픈 곳이 군대다’ 등 예비역들이 공감할 만한 발언으로 그는 ‘전거성’이란 칭호까지 얻으며 남성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사실 이런 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도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군가산점 개정안을 발의하며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에 대한 극히 최소한의 지원조치다. 앞으로 추가적 지원입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남윤인순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개정안은 2006년 5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자 고조흥 의원이 지난 5월 직접 나서 새로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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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영 의원의 2005년 군가산점 부활 추진은 군가산점 폐지 때만큼이나 큰 논란을 낳았다. |
공무원이 되려면 가산점을 얻으라!
기존의 군가산점제도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사립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의 채용시험에 적용됐다. 군을 제대한 응시자에게 필기시험 각 과목별 만점의 3~5%를 가산해 준 것이다. 일반행정직은 6급 이하, 기능직은 모든 직급을 대상으로 적용됐다. 군가산점을 받지 않고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예를 들어 1998년 7급 일반행정직의 합격선은 남성이 86.42점, 여성이 85.28점으로서 변별력이 낮은 편에 속했다. 이에 따라 불과 영점 몇 점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좌우됐다. 당시 7급 일반행정직 합격자 99명 중 가산점 없이 합격한 사람은 6명뿐이었다. 1998년도 7급 검찰사무직의 경우에는 15명 중 1명만이 가산점 없이 합격했다. 때문에 과목별 만점의 3~5% 가산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99년 헌재는 군가산점제도가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가산점제 부활하면 적지 않은 영향이후 군가산점을 대체할 만한 제도는 나타나지 않다가 2005년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2007년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이 군가산점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두 법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안은 제대군인에게 군가산점을 부여하되, 가산점 비율을 응시자 본인의 각 과목별 득점의 3% 정도로 낮췄다. 한편 일반 기업에 대해서는 제대군인의 군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하도록 의무조항을 마련했다. 가산점 비율은 낮아졌지만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국방부가 올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가산점 적용시 합격률 변동 예측’ 자료에 따르면, 본인 득점의 2%를 가산점으로 부여하고 가산점으로 인한 합격인원을 20%이하로 제한할 때, 7급 공채의 경우 군필 남성 합격자가 2006년 현재 54.9%(236명)에서 68.1%(294명)로 57명 증가하고, 여성 합격자는 현재 31.4%(135명)에서 21.4%(92명)로 43명 감소한다. 9급 공채시험에서도, 군필 남성은 현재 32.9%(283명)에서 가산점 적용후 44.1%(379명)로 96명 증가하고, 여성은 현재 58.8%(505명)에서 49.1%(422명)로 83명 감소한다. [표 1] 9급 공무원: 가산점(평점의 2%)에 따른 성비 변화남(군필자)남(미필자)여계가산점 부여 전283(32.9%)71(8.3%)505(58.8%)859(100%)가산점 부여 후379(44.1%)58(6.8%)422(49.1%)859(100%)[표 2] 7급 공무원: 가산점(평점의 2%)에 따른 성비 변화 남(군필자)남(미필자)여계가산점 부여 전236(54.9%)59(13.7%)135(31.4%)430(100%)가산점 부여 후294(68.1%)44(10.5%)92(21.4%)430(100%) 찬반론자 모두 나름의 근거로 팽팽히 맞서이러한 예측에 근거해 군가산점 반대론자들은 개정안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남성 중에서도 신체 이상 등의 이유로 군복무를 면제받은 사람들 역시 반대 입장에 서있는 상황이다. 원추각막(각막이 원뿔형으로 전방으로 돌출하는 것. 처음에 가벼운 근시가 나타났다가 점차 심해지고, 난시도 겹쳐서 마침내는 안경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하게 된다)으로 인해 군복무를 면제받은 모 씨(조선대)는 “군복무를 희망했으나 뜻밖의 질병이 발견되어 복무할 수 없었다”며 “군가산점은 이러한 사람들로부터 취업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가산점제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기도 하다. 취업 교육비 지원, 직장 알선 등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이에 비해 군가산점제는 법률만 손보면 경비부담 없이 자동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군필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는 손쉬운 방안이라는 것이다.이들은 소수를 위한 군가산점제보다 오히려 군대 제도 개혁, 민주적 군대 문화 확산, 군대내 학습 시스템 구축, 복리후생 확대, 보상금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군필자들이 군대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의 피해를 줄여 군복무로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군가산점 찬성자들은 이러한 대안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년 4개월 동안 해군 사병으로 복무했던 하 모(서강대 경영) 씨는 “군대에서의 학습은 계급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이등병 때는 상병이나 병장의, 병장 때는 또 장교나 부사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현재 공군병으로 복무 중인 한 부산대학생 역시 “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 해도 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제대 후 특별한 혜택이 없다는 사실은 군복무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현재 군필자는 공무원, 교원이 되거나 공기업에 취직한 경우 군 복무기간이 호봉에 합산된다. 하지만 제대군인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고참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려온데다, 경제침체로 취업이 어려워지고 각종 국가고시에서 여성합격률이 50%를 상회하는 ‘여풍’이 불자, 당장의 채용과 관련해 제대군인들은 더욱 군가산점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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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GP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김동민 일병. 당시 그는 잦은 폭언을 들었다고 진술함으로써 군대 내 가혹행위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줬다. |
제대군인을 위한 배려, 군가산점으론 부족
현재 고조흥 의원의 병역법 개정안은 반대여론으로 인해 본회의 상정뿐만 아니라 공청회 개최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상관없이 사이버 공간에는 이미 군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을 위한 정책의 상징처럼 돼버렸지만, 사실 군가산점의 적용 범위는 그다지 크지 않다. 현재 제대예정인 육군 사병만 24만여 명인데 비해 취업보호실시기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고조흥 의원의 예상에 따르면 18,538개 정도다. 이 중 임용률이 높아 가산점제에 대한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초등학교들, 채용인원이 일정치 않아 혜택 여부가 불확실한 중고등학교를 제외하면 실제 적용대상은 얼마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실제 가산점을 통해 합격하는 인원만 감안하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진정으로 제대군인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