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치활동은 안녕하신지요?

대학생활의 꽃은 자치활동이다.대학 내 인간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 고등학교 때와 달리 모든 일을 공동체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자유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자치활동은 과 활동,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인문대의 경우 학부제가 실시된 2002년 이후, 15개 반 단위로 자치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대학생활의 꽃은 자치활동이다. 대학 내 인간관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 고등학교 때와 달리 모든 일을 공동체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자유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활동은 과 활동,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인문대의 경우 학부제가 실시된 2002년 이후, 15개 반 단위로 자치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반 자치활동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지완(중문 09) 씨는 “반에서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참여하는 활동이며 이는 언제든지 새로운 활동이 시작될 기초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 자치활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국사/새날반 과장 염동혁(국사 08) 씨는 반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결정하고 만들어가면서 ‘자유로움’을 실천하고 민주주의 원리를 배우는, 인문대생에게 있어서 중요한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학장단 측 역시 반 자치활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강창우 인문대 학생부학장(독어독문학과)은 반에 대해 “인문대 내의 교육단위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학과제가 사라진 이후 선후배 간의 관계가 형성되는, 대학 내 조언을 위한 준공식체제로 생각한다”며 학장단 측의 입장을 말했다. 그러나 요즘 인문대 학생들은 반 자치활동을 보장받지 못할 불안감에 빠져있다. 최근 인문대에서 발생한 신입생명단 사건, 인문대 리모델링, 신입생휴게실 설치로 인한 일들 때문이다. 이는 반을 존중해주는 것으로 보기 힘든 학장단 측의 독단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이로 인해 그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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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동 2층의 학부생실은 인문대 동아리 두 곳이 사용 중이다.

인문대 리모델링, 자치공간 보장은 어떻게?

지난 해 여름방학부터 인문대에서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리모델링이 시작됨과 동시에 노문/이슬반과 서문/어울반은 임시로 배정된 방에서 파티션을 설치해서 공간을 나눠 썼다. 인문대 동아리의 경우는 자치공간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태다. 3동 공사로 인해 1동에서 4개의 동아리가 한 방을 파티션으로 나눈 채 사용하게 했지만 현재는 활성화된 동아리만이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강창우 교수는 “자치활동을 위해 자치공간은 확보해줘야 하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이 노력 중이다. 또한 자치공간의 환경개선을 위해 공간을 나눠 쓰거나 좁게 쓰는 한이 있더라도 질 좋은 공간을 주려고 한다. 학생들이 기존의 창문 없는 방, 지하, 가건물에서 지내는 것보단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라며 리모델링으로 인해 자치공간이 보장받지 못하리란 걱정은 말라고 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답변과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지완 씨는 “제가 속한 언어/너울반의 경우 지금 2동 리모델링으로 인해 반방이 임시로 정해져 있는 상태인데, 이 상황에 새내기들에게 새로운 반이 배정되고 신입생휴게실까지 제공한다면 반 자체가 쇠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된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면 자연히 멀어지게 될 것 같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은지(고고미술사학 07) 씨는 “리모델링 후의 자치공간이 온전한 대체공간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문대 학장단 측에 의하면 2개 이상의 동아리를 같은 공간에 있게 하거나 세미나실을 줘서 일정 시간만 사용하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염동혁 씨는 “자치활동 공간을 보장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인문대 동아리인 것 같다. 반은 그나마 자보를 붙이는 등 소리를 내지만 활동이 적은 동아리의 경우 자치공간을 제대로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우려를 표했다.반의 敵: 삶과 인문학 강좌, 그리고 신양 신입생휴게실 인문대 자치활동을 둘러싼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부터 인문대학교 신입생들은 ‘삶과 인문학’ 강좌를 필수적으로 들어야한다. 이 강좌는 저명인사들의 초청강연 형식으로 진행되며 인문학이 무엇인지를 소개해 학생들의 미래설계의 토양을 제공하기 위해 개설된 강좌다. 또한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1박 2일 동안 안동(한국국학진흥원) 답사 겸 MT를 가게 된다. 그런데 이 강좌를 위해 인문대 측에서는 약 300명의 학생을 6반으로 나누고 각 반에 지도교수와 학부생, 대학원생 조교 2명을 배정했다. 기존 15반체제와는 상이한 6반체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15반체제 유지를 약속받기 위해 지난 해 인문대 학생회와 각 반 대표들은 반체제보장성명서를 냈다. 은지 씨는 “300명이 단체로 강의를 수강하고 안동으로 답사를 가는 것이 인문대생의 정체성을 형성해주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진 모르겠다. 오히려 자기공동체 안에서 활동을 만들어갈 때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하는 인문학도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강의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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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신양 4층에 설치된 신입생휴게실. 신입생들의 편의를 위해 개인 사물함과 테이블이 구비돼 있다.

또한 신양 4층에 설치된 신입생휴게실도 논란거리다. 신입생휴게실에는 수업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개인사물함도 구비돼있다. 하지만 신입생휴게실 설치에 대해서는 인문대생 모두 반 자치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난장반 새터책인 이은소(인문계열1 09) 씨는 “반활동이 갖는 의의를 잘 모른다면 아무래도 개인사물함도 설치돼 있고 쾌적한 신입생휴게실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는 학장단 측도 공감하고 있다. 학장단은 “신입생들을 위한 신입생휴게실이 만들어지면 반 자치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회에서 추천한 조교를 삶과 인문학 강좌에 배정했다”며 “조교들이 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어느 정도 피해가 줄 것이라고 여긴다. 또한 반 자체적으로 자치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신입생들도 반 활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학생들은 반 자치활동의 지속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더더욱 자치활동을 활발히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은지 씨는 “삶과 인문학 강좌의 조교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은 받았지만 추천해주진 않았다. 또한 조교가 들어간다고 해도 그 강좌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대체될 수는 없다. 자치는 단순히 소개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닌 참여를 통해 실현되기 때문에 자체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염동혁 씨 역시 “삶과 인문학 강좌의 홍보가 강의 자체의 홍보보다는 신입생휴게실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이는 노골적으로 반 자치활동을 저하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염씨는 “선배들이 없는 새내기들만의 자치는 지속성 등의 문제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도한 무력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며 희망적인 자세를 보였다.주지 않는 신입생 명단, 늘어나는 자치권 보장에 대한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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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명단을 받기 위해 당시 준비한 공동성명서. 비록 제출하진 않았지만 이틀 동안 약 200명의 인문대생이 인터넷공동성명을 했다.

이번 10학번 새내기 맞이는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2월 3일에 학장단 측에서 학생회에게 넘겨주기로 했던 신입생 명단을 받지 못할 뻔했기 때문이다. 삶과 인문학 강좌의 6반체제와 기존 15반체제를 연계하기 위해 명단을 아직 줄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한 뒤 후에 또다시 약속을 번복하여 8일 학장단 면담 이후에 넘겨준 것이다. 예년에 비하면 신입생 명단을 일주일 이상 늦춰서 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반에서 신입생환영회(신환회) 일정이 취소·변경됐고 학생사회 내부에서는 새내기 맞이를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에 학생회는 15개 반체제를 요구하는 성명서와 각 반의 활동계획서를 준비하기도 했다. 염동혁 씨는 “처음에 신입생 명단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리에 겁이 났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반 운영에는 그 나름의 계획과 흐름이 있는데 한 해의 첫 행사로 볼 수 있는 신환회에 차질이 생긴 것에 아쉽게 생각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은소 씨도 “당시를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나온다. 신환회를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 전에 단계적으로 1, 2차로 기획했는데 1차 신환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한 번에 압축적으로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그 때 심정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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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우리가 학생 자치활동에 딴죽을 걸려고 한다는 불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고 설명하는 강창우 인문대 학생부학장.

그러나 학장단 측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의사소통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설명한다. 강창우 교수는 학교 측에선 “학장단 측과 인문대 학생회 면담 당시 학생회에서 새터 전에만 명단을 받으면 된다고 했었고 학장단에서도 6반-15반체제 연계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 늦추다 보니 생긴 일일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창우 교수는 “우리는 학생 자치활동이 활성화되기를 원한다. 오늘날 학생사회가 없어서 문제지 예전처럼 많아서 문제가 많지 않느냐. 또한 반 자치활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면 명단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부정적인 관점에는 우리들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학장단의 태도를 학생들은 결과에만 초점을 둔 해석이라고 본다. 은지 씨는 “결과적으로는 명단도 받았고 새터도 무사히 다녀왔다. 그러나 명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명단 주기를 계속 연기하고 나중에 명단을 줄 때도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주는 것은 올바른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학생 목소리를 듣지 않는 학교가 근본적 문제 인문대에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는 데에 있다. 이지완 씨는 신입생 명단 사건에 있어서 “대학 측에서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학생들의 생활에 굉장히 중요한 안건을 추진한다는 것에 다들 어이없어했다”며 대학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은지 씨도 “결과만 놓고 보면 세 문제 모두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학생들의 의견 반영이 없는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과 통보에 있다. 우리는 자치활동에 관한 ‘불안의 움직임들’의 원인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삶과 인문학 강좌 문제로 인해 초래된 자치활동의 위협에 대한 불안감이 새내기명단 문제에도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며 문제의 핵심을 강조했다. 특히 삶과 인문학 강좌와 새내기명단 문제는 학생사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소리를 듣지 않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염동혁 씨는 “반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학장단 측의 태도는 인문학의 본질에서 벗어나 인간을 취업, 스펙 등 수치화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 같다. 우리는 더 이상 결과에 대해 사후 대응을 하기보단 안건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인문대 학생회 측은 교육개선협의회(교개협)를 추진하고 있다. 교개협은 학장단 측과 학생들이 사안을 결정하는 데에 서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다. 인문대 동아리 역시 목소리를 내고자 8개의 동아리가 인문대 동아리연합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4일 학장단과 개별 자치 공간 보장과 관련된 면담을 가졌다. 염동혁 씨는 교개협의 필요성과 더불어 “우리는 반 자치나 총학생회 부정선거, 법인화, 나아가 인문대 자체의 문제들이 모두 자치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일이 아닌 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학생들에게 자치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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