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상가, 그 존재의 이유를 묻다

재개발 전 물건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상인들로 붐비는 청계천 주변.2003년에 시작된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청계천 주변의 상가들이 정리됐고, 2008년에 시작된 세운녹지축 사업에 의해 세운 상가 내의 현대상가가 철거됐다.청계천 주변의 상가들과 현대 상가가 철거되면서 이곳에서 영업을 하던 많은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내주고 전·현직 서울시장들로부터 대체상가와 임시이주상가를 약속받았다.그 약속의 결과물이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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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전 물건을 구하려는 사람들과 상인들로 붐비는 청계천 주변.

2003년에 시작된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청계천 주변의 상가들이 정리됐고, 2008년에 시작된 세운녹지축 사업에 의해 세운 상가 내의 현대상가가 철거됐다. 청계천 주변의 상가들과 현대 상가가 철거되면서 이곳에서 영업을 하던 많은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내주고 전·현직 서울시장들로부터 대체상가와 임시이주상가를 약속받았다. 그 약속의 결과물이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다. 약속받은 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가 개장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청계천과 현대상가 상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분양가와 활성화되지 않은 상권 등 많은 문제가 청계천과 현대상가 상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높은 분양가와 상권 미형성으로 신음하는 가든파이브2008년 12월 준공된 가든파이브는 준공 당시 동양 최대의 상가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낮은 입점률로 정식 개장일을 연기하다 올 3월에 와서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가든파이브는 전체 8360개 상가 중 6000개가 청계천 상인들의 몫으로 건설됐지만 개장을 앞두고 있는 3월 현재 6000개의 청계천 상인들 몫의 상가들 중 41%만 분양이 된 상태이고 입점률은 이보다 낮은 18% 수준이다. 3월에 정식개장을 하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낮은 입점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분양률과 입점률이 낮은 원인은 높은 분양가와 저조한 상권형성이다. 현재 가든파이브의 평균 분양가는 1억 7천만원 정도로 평당 2500만원에 달한다. 영세상인들이 많았던 청계천 상인들이 부담하기에는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다. 세운스퀘어 상인연합회 정인학 회장은 “서울시에서 약속했던 분양가는 평당 500~600만원 선이어서 상인들은 4000~5000만원 정도면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계획보다 분양가가 다섯 배나 오른 데다 이미 어려움을 겪었던 상인들이라 이렇게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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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규모로 지어진 가든파이브이지만 입점한 상가도 쇼핑하는 사람도 없어 한가하기만 하다.

이러한 청계천 상인들의 주장에 대해 SH공사는 “처음 약속대로 조성원가 수준에서 공급했으며 주변 상가의 분양가나 시설수준을 고려해봤을 때 비싼 것이 아니다”라며 분양가가 높은 수준이라는 청계천 상인들의 말을 부정했다. 분양가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와 SH공사 모두 “분양가가 높아진 것은 가든파이브가 주변 상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시설과 규모를 확충해야 했기 때문이며 이는 상인들의 요구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의 주장과 달리 영세상인들이 많은 청계천 주변 상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개발이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많다. 우리사회 재개발 사업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용산참사로 드러난 재개발행정의 실태와 극복과제’에서 참여연대 김남근 민생희망본부장은 “송파구 동남권 유통단지의 경우 입주권을 받은 영세상인이 프리미엄을 받고 입주권을 매도함으로써 이주상가단지의 취지가 몰각되고 동양 최대의 유통단지로 성격이 변질됐다”라고 지적한다. 동양최대의 상가로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분양가가 상승해 많은 상인들이 입점을 포기하거나 불법으로 분양권을 매도해 대체상가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것이다.가든파이브에 입점한 청계천 상인들의 문제는 높은 분양가뿐만이 아니다. 높은 분양가에 비해 형성되지 않은 상권 역시 문제다. 실제로 가든파이브는 큰 규모에 비해 유동인구가 적어 황량한 느낌을 주는 상가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SH공사는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하는 동시에 입주하는 상인들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홍보와 각종 혜택들에도 불구하고 가든파이브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작 청계천 상인들은 뒷전으로홍보 외에 SH공사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다른 방안은 대형유통자본의 입점이다. 이미 뉴코아아울렛과 이마트가 LIFE관과 TOOL관내에 대규모로 입점을 하기로 결정됐다. 이러한 대형유통자본의 입점이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청계천 상인들의 대체상가로 건설된 가든파이브 본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애초 8000개의 상가 중 6000개가 청계천 상인들의 몫이었는데 이 몫을 뉴코아나 이마트 등의 대형유통자본에 분양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SH공사측은 “상인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며 아울렛 입점에 찬성하는 상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뉴코아 아울렛이 입점하는 라이프관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의 입장이 다르다. 청계천에도 점포가 있거나 투자용으로 점포를 분양받은 상인들과 달리 아울렛이 입점하게 되면 현재 자신들이 영업하고 있는 상가를 비워주고 가든파이브 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청계천 상인들을 위해 지어진 가든파이브이지만 정작 가든파이브 내에서는 청계천 상인들보다 대형유통자본이 먼저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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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점포와 한가한 복도에서 적막함이 느껴지는 세운스퀘어.

세운스퀘어에서는 하루 종일 빈 점포만 지키는 일도

가든파이브와 함께 서울시에 의해 추진된 재개발 사업에 따라 공급된 상가로는 세운스퀘어가 있다. 세운스퀘어의 경우 대체상가로 공급된 가든파이브와 다르게 임시이주상가로 공급돼 세운녹지축사업이 완료될 때 까지 철거된 현대상가 상인들과 예지동 귀금속 상가 상인들에게 무상으로 임대된 상가다. 영업을 시작한지는 1년이 넘었지만 테크노관의 상인들은 여전히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테크노관 곳곳에는 빈 상가가 눈에 띄었고 영업을 하더라도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세운스퀘어 상인연합회 정인학 회장은 “매상이 거의 없어서 하루종일 빈 점포만 지키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세운스퀘어 상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SH공사 세운사업단 관계자는 “SH공사는 세운녹지축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세운스퀘어의 진행을 대행하고 있을 뿐이며 임대료 없이 상가 면적에 한해서만 평당 3만3천원의 관리비만을 부과하는 등 상인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비 인하 등의 추가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관리비는 SH공사가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관리를 대행하고 있는 공우ENC와 계약된 사항이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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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스퀘어 상인연합회 회장 정인학 씨는 SH공사의 무책임함에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대상가 철거 시 보상금 대신 세운스퀘어에 입주한 상인들은 매달 30만원 정도의 관리비도 부담이 된다는 생각이다. 관리비를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매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세운상가에 비해서 떨어지는 접근성과 규모다. 정 씨는 “세운상가의 경우 서울의 중심지에서 관련 부속품을 30분이면 모두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세운스퀘어에는 배정받은 일부만 입점하다보니 그런 장점이 사라졌다”며 상권형성이 어려운 원인을 설명했다. 이러한 상인들의 분석에 대해 SH공사는 “영업이 저조한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가 안 좋은 것이 중요한 요인”이라며며 “상권의 특성상 시일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이주 초기에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속도조절이 필요해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가 겪고 있는 이러한 어려움은 재개발이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다. 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 이주원 씨는 “지금과 같은 속도와 규모의 재개발 속에서는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다”며 재개발 정책 자체를 문제시 했다. 실제로 청계천 복원 사업의 경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임기 내에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사업을 추진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세운녹지축 사업을 위해 현대상가의 철거를 시작했지만 현재 부족한 재원이나 용적률 제한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 국장은 “자신의 임기 안에 사업 성과를 보기 위해 여러 곳에서 성급하게 재개발을 추진한 탓에 재개발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여주기 식 재개발 행정을 비판했다. 이러한 성급한 재개발은 고스란히 상인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세운스퀘어 상인연합회 정인학 회장은 “서울시의 성급한 재개발 때문에 상인들이 30~40년 영업하던 상권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가 건설 후 서울시의 지원이 미비한 것도 하나의 문제이다. SH공사나 서울시는 홍보나 행정적 지원 등 다양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상권을 버리고 새로운 상권에 입점한 상인들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든파이브는 청계천 상인들의 먼저 요구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많은 상인들이 입점을 포기한 것은 청계천에서 영업하는 것이 매상 면에서 더 낫기 때문이다”라며 가든파이브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대체상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보상금 현실화로 풀어야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다른 재개발 지역의 상인들은 대체상가와 임시이주상가를 보장받는 것마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2009년 1월에 일어난 용산참사에서 잘 알 수 있듯이 개발이익이 많이 남는 민영개발의 경우에도 대체상가와 임시이주상가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특히 뉴타운 사업으로 많은 재래시장의 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임시이주상가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비용이나 장소의 문제 때문에 대규모 대체상가를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더러 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마저도 위험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대체상가가 마련되더라도 다양한 업종을 하나의 상가로 이주시키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재개발 지역 내에 다양한 업종이 있는데 이들 모두를 대체상가에 입점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동네 미용실이나 채소가게를 가든파이브 같은 대형 대체상가에 옮겨 놓는다고 해서 장사가 될 수 없다”며 대체상가가 모든 재개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이 국장은 “대체상가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은 결국 돈으로 해결돼야 하는데 영업보상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해결책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보상금을 다른 지역에서 동일업종 창업이 가능할 정도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퇴거료’라는 이름으로 이를 실행하고 있다. ‘용산참사로 드러난 재개발행정의 실태와 극복과제’에서도 권리금을 영업보상에 포함시켜서 영업보상금을 현실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권리금이란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혹은 점포 입지조건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무형의 상권 등도 포함시키는 개념이다. 하지만 다양한 해결책도 현재와 같은 속도와 규모의 재개발에는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 국장은 “재개발의 속도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도 별다른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하며, 재개발의 속도조절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월 22일 서울시에서 발표한 ‘2020 서울 도시·주거 환경 정비 기본 계획’에서도 현행 재개발에 대한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재개발의 속도 조절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가든파이브와 세운스퀘어에 입점한 상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한 재개발 사업의 추진과 함께 영업보상금의 현실화 등 다양한 대안이 요구된다. 도심정비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야만 했던 청계천 상인들과 현대상가 상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입점한 상인들을 위한 지원 대책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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