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의 따가운 시선

이제 막 대학에서의 첫 여름방학을 보낸 풋내기 대학생이 과거를 돌아봤다.고등학교 시절 대학 생활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로망은 무엇이었나.‘자유’라는 단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대학에선 부모님의 간섭도 학교의 생활수칙도 사라지고 누구도 나의 자유를 간섭치 못하리라 기대했다.그렇게 꿈에 부풀어 입학한 대학에서 느낀 것은 어디든 쏟아지고 있는 세상의 시선이었다.용산 참사 현장에 동행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이제 막 대학에서의 첫 여름방학을 보낸 풋내기 대학생이 과거를 돌아봤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 생활에 대해 가졌던 가장 큰 로망은 무엇이었나. ‘자유’라는 단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대학에선 부모님의 간섭도 학교의 생활수칙도 사라지고 누구도 나의 자유를 간섭치 못하리라 기대했다. 그렇게 꿈에 부풀어 입학한 대학에서 느낀 것은 어디든 쏟아지고 있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용산 참사 현장에 동행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참사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 맞은편에는 미술가들이 정부 정책과 철거 용역 등을 비판해 그려놓은 작품들이 즐비했고 건물 아래로는 유가족들이 천막과 분향소를 차려 놓고 있었다. 그 사이마다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다. 이 살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찰나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휙 뒤돌아섰더니 경찰 두 명이 어느새 딱 한 발짝 뒤에 바짝 붙어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사진 찍으면 안 됩니까?” 하고 물었더니 “찍으십시오” 라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쏘아보는 시선은 계속해서 떠날 줄을 몰랐다. 절반은 불안하고 절반은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찍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비록 속으로만 중얼거렸지만. 크지도 않았을 고충 하나를 더 토로하자면 낙태 기사를 취재하면서 인터뷰이를 구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는 점이다. 기사를 준비하며, 익명으로라도 좋으니 낙태를 경험했거나 혹은 주위에서 지켜본 여학우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어려우리란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도 백전백패일수가. 그리고 절실히 깨달았다. 개방된 성문화라는 세계는 따로 있으며 성관계를 가진 여성도, 결혼도 안 한 채 아이를 가진 여성도, 아이를 지운 여성도 모두 그 세계와는 동떨어진 채 죄인으로 낙인 찍혀 버렸다는 것을. 성을 언급하고 전면에서 논하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은 참으로 서슬 퍼렇게 날카로웠다. 개방된 성문화와 동시에 여성에게 쏟아지는 저 따가운 시선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판옵티콘이라는 학문적 용어가 잘 들어맞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는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기까지 ‘YES’ 이되 ‘NO’ 인 따가운 시선들을 얼마나 무수히 타인에게 보내고 있는지 생각한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시선 아래 불안해하며 타인의 머릿속을 계산해내려 애쓰고 있는가.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면 이 험한 세상 질시 받을 일 없이 버티려나. 진한 씁쓸함이 남는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잡다

Next Post

식상함이 당신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