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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의 밤에는 꺼지지 않는 1400여 개의 불빛이 있다. 관악·연건·수원에 있는 1,300여 개의 일반실험실과 90여 개의 방사선실험실은 24시간 온갖 실험을 하느라 바쁘다. 다양한 화학약품들로 채워져 있는 실험실에서 폐수와 폐기물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실험폐수의 수거량은 1982년 1,405L에서 24년 만인 2006년에는 140,880L로 약 100배 증가한 상태. 이 많은 폐수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실험폐수가 흘러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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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수 발생 실험실 500여 개 중 50%는 실험실 내부에 배치, 28%는 후드 안에 보관하고 있다. 사진은 후드 안에서 유기계 폐액통을 보관하고 있는 모습. |
환경부 수질환경보전법 2조 4항에 따라 환경안전원은 액체나 고체의 수질오염물질이 혼입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물을 폐수로 여기고 있다. 즉 화학약품이 주입된 액체로 된 물질을 말한다. 그러나 약간의 소금(NaCl) 만이 들어간 배양액까지는 폐수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폐수를 배출하는 실험실은 자연대·공과대·농생대 뿐 아니라 미술대·사범대·생활과학대·수의대·치의약대, 그리고 그 외 연구소 6곳으로 학내에 널리 퍼져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실험실의 폐수처리는 환경안전원에서 제시한 ‘실험폐기물의 수집 및 처리에 관한 지침’(처리지침)을 따르고 있다. 처리지침은 학부생, 대학원생 및 연구원(실험자)과 환경안전 관리자가 보다 안전하게 연구 활동과 실험폐기물관리를 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폐수를 배출하는 실험실에는 모두 20L형 폐수 저장 용기와 폐액처리의뢰전표가 배치돼있다. 환경안전원의 안전관리팀장인 손병권 씨는 “2006년부터 7종에서 유기계·산·알칼리·무기계, 즉 4종으로 분류체계를 단순화시켰다. 이에 따라 ‘공존할 수 없는 물질’이 동일 용기에 섞일 염려가 있어,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전표를 제공하고 있다”며 전표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전표 사용과 관련해 안성희(화학부 박사과정) 씨는 “전표의 성분의 표시 단위는 mL인데, 실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버리게 되는 양은 0.1~0.5mL정도로 소량이거나 L단위인 대량인 경우가 많다”며 개선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환경안전원이 발행한 책자 ‘환경과 안전 지킴이’에 따르면 일본의 동경대·경도대·리켄연구소는 10L·18L형 용기를 활용해 위험도와 색만이 아닌 크기로도 저장 용기를 구분하고 있다. 이를 참고해 환경안전원 측은 배출량과 위험도를 고려해 10L형 용기의 활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각 실험실에서 모아둔 폐액은 지정된 요일과 시간대에 맞춰 중간저장소로 옮겨진다. 중간저장소는 폐액이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각 단과대와 연구소별로 위치해있다. 환경안전원은 실험실에서 중간저장소로 운반할 때 폐기물의 유출을 막기 위해 폐수 저장용기 운반장비를 제작해 보급했다. 이 때 반드시 2인 이상이 개인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 운반장비를 이용하여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폐수 용기 운반과정에 대해 안 씨는 “자연대 500동 중간저장고에 가는 길 중 비탈길이 있어 2~3명이 함께 운반을 해도 신경을 좀 더 써야한다”며 물리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간저장소에 폐수가 모이면 환경안전원 직원이 다음날 수거해 다시 전문위탁업체에서 가져가기 전까지 보관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각 실험실에서 내 놓은 폐수를 중간저장소에서 회수한 후, 환경안전원에 잠시 저장하다가 그 처리를 모두 전문위탁업체에 맡기고 있다. 손 팀장은 “2003년까지는 자체 소각시설이 있었지만 소각로 가동에 대한 민원제기와 인건비·시설유지비 같은 경제적 문제에 의해 가동을 중지했다”며 전량위탁처리로 바뀐 이유를 밝혔다. 이 변화에 대해 그는 “학생들 자신이 배출한 폐수를 학교 자체에서 처리함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손 팀장은 “2006년 7월부터 실험폐액 및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을 50%씩 각 실험실에서 부담하기 시작했다”며 폐기물처리 수혜자 부담원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환경의식을 고취하는 교육적 효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폐수를 잘못 섞는 행위는 ‘폭탄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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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생명과학대학 200동 지하주차장 입구 옆에 위치한 실험폐액 중간저장소. |
2006년 6월 14일, 폐수용기 수거담당 직원인 양상철 씨가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수거하던 중 폐액용기가 폭발해 폐액이 얼굴과 팔에 접촉해 화학적 화상을 입고 시력이 저하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폐수 저장 용기에 내용물이 잘못 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들어있는 내용물은 산인데 전표에는 무기계 폐액으로 적혀있었던 것이다. 환경개선을 위해 환경안전원 측은 전표에 폐액의 주성분과 날짜와 배출자 이름까지 자세히 기록하도록 바꿨다. 현재 실험동물자원관리원으로 이직한 상태인 양 씨는 “사고 이전에 비해 폐수분리와 전표작성 등 폐수처리과정에 개선이 많이 된 것 같다. 수거하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분리해줬으리라 믿을 수 밖에 없다”라며 실험자들에게 폐수 전표작성을 확실히 해 공존할 수 없는 물질을 혼합시키지 않아주길 당부했다. 폐수용기 폭발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손 팀장도 ‘공존할 수 없는 물질을 섞게 되는 경우’를 꼽았다. 실제 2004년 5월 18일, 실험자가 질산이 소량 들어 있는 폐수 저장 용기에 모른 채, 페놀을 넣어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연기와 노란 독가스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다. 비슷하게 2007년 2월 1일, 자연대 생명과학부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이 폐수 저장 용기를 운반 장비를 이용해 중간저장소로 옮기는 과정에서 폐수용기가 폭발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은 물이나 알코올과 만나면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폐수용기 안에서 물과 반응하여 열을 발생시키면서, 끓는점이 낮은 ‘디에틸에테르’를 끓어오르게 해 부피가 폭발적으로 팽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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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에 대형사고 한 건만 줄여도 우리가 충분히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환경안전원 안전관리팀장 손병권 씨. |
손 팀장은 “아무리 위험한 물질이라도 같은 물질끼리 많이 모으는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공존할 수 없는 물질은 조금만 섞여도 반응이 일어나게 돼, 하루 이틀정도 실험을 못하게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 폭발까지도 가능하다”며 같은 계통의 물질일 경우라도 공존할 수 없는 물질은 동일한 용기에 섞으면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공존할 수 없는 물질을 기록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화학물질의 이름, 물리화학적 성질, 유해위험성, 폭발화재 시 방재요령,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록한 서류)에 대해 안성희 씨는 “한 장으로 요약해서 실험실에 붙여놓고 항상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배포해준다면 더 좋겠다”며 아쉬워했다. 이어서 손 팀장은 “생명과학부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3도 중화상을 입어서 1억 원 넘게 치료비가 들었다”며 공중파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큰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일하 교수(생명과학부)는 “실험실을 사용하는 모든 학생과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피해보상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이는 특별히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기본적인 대비책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보험과 관련해 손 팀장은 “최근 1년 동안 보험으로 처리된 사건은 단 2건 뿐이었고, 이 역시 중대한 사고는 아니었다. 요즘 학생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어서 예전보다 좋아진 상태다”라며 뿌듯해했다. 매년 환경안전원 직원 8명이 1300여개의 실험실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서울대학교 실험실 안전 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안전점검표 중 실험 폐액과 관련된 항목은 분류 상태의 적합도와 보관량, 보관 장소로 간단하다. 이에 손 팀장은 “다른 대학이나 일반 연구소에 비하면 많은 종목을 다루고 있지만, 기본적인 요소들이므로 심도 있는 점검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부별 실험실 안전담당자와 정밀안점점검 측에서 보완해주길 기대했다. 사범대 화학교육과 실험실 안전담당자로 활동한 적 있는 허성덕 씨는 “폐수와 관련해 전표표기를 절차대로 정확히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교육시키는 일을 한다. 그 밖에 다른 여러 항목에 대해 학생들과 잘 알기 때문에 환경안전원 측보다 좀더 세심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그는 “환경안전원과 실험실 안전담당자도 노력을 하겠지만, 우리는 실험실 안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일 뿐”이라며 실험자들 스스로가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길 당부했다. 한편 환경안전원 측은 “폐수관리에 대한 교육과 지도 등을 전담할 직원과 폐수 분류 등 화학약품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폐수처리교육은 미흡하고 일회성에 그쳐 학생과 연구원들이 폐수처리나 실험실 안전에 관해 주의할 수 있도록 1996년부터 체계적인 환경안전교육이 매 학기 시작 전에 이뤄지고 있다. 환경안전원은 지난 8월 25~26일, 27~28일까지 총 6개 반으로 나눠서 학부생 및 신입 대학원생과 연구원을 대상으로 환경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참석자들은 2일 동안 총 10~13시간의 교육을 받은 후, 시험을 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안전교육 수료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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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5일 83동에서 환경안전교육을 받고 있는 200여명의 학생과 연구원들. |
안 씨는 교육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한 번 교육을 받고 나서 계속 기억하기는 어렵다”며 일회성에 그치는 점을 지적했다. 이 점에 대해 손 팀장은 “안전교육을 받은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실험자들을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고 보수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신입 실험자만도 인원이 많아 바쁜 상황이어서 교육 받은 지 3년이 지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재교육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 씨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실험자 입장에서 2일간 몰아서 교육을 받는 것은 불편하다. 만약 재교육을 받게 된다면 꼭 필요한 부분을 1~2시간에 걸쳐 밀도 있게 교육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각 실험실을 총괄하는 교수에 대해서도 손 팀장은 “학생들 입장에서 ‘우리 교수님도 교육해주세요’라는 건의가 상당하다. 하지만 기존 교수들을 모시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신임교수 워크샵에서 환경안전원장이 한 시간정도 강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최근 해외로 유학 다녀온 신임 교수들은 안전교육 관리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교육여건이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