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법인화 버스에 손 흔드는 학생사회

본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법인화 법안)’을 10월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으로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이미 법인화 초안이 나온 상태이며, 그것을 기초로 법인화 법안은 만들어졌다.상황이 급박함에도 학생사회의 움직임은 잠잠하다.법인화 논의를 위한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는 상습적으로 무산됐다.

본부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법인화 법안)’을 10월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으로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법인화 초안이 나온 상태이며, 그것을 기초로 법인화 법안은 만들어졌다. 상황이 급박함에도 학생사회의 움직임은 잠잠하다. 법인화 논의를 위한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는 상습적으로 무산됐다. 또한 각 단위별로 대처방법이나 근거들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응집된 움직임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총학생회(총학)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학생들이 법인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총학 설문조사, 학생 64% “법인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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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화 개념과 서울대 법인화 추진 과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응답률.

총학이 방학 중 학부생 3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법인화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 중 24%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본부의 홍보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자연대 학생회장 손창희(물리천문 06) 씨는 “법인화는 큰 문제인데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경향은 선배가 없는 자유전공학부에서도 나타난다.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 경기용(자유전공 09) 씨는 “법인화에 대해서 말해줄 선배도 없고, 스스로 세미나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 씨는 “단과대 학생회 운영위원회(단운위) 때 법인화 이야기를 해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나도 법인화에 대해 알려줄 만한 상황도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학생사회 올해 들어 큰 움직임 없어 이 때문인지 올해 학생사회에서는 법인화에 대한 이렇다할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총학은 지난 1학기 ‘법인화 100분 토론’, ‘법인화 공청회’ 등을 개최했지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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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는 스쿨어택의 활동이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 이러한 활동은 없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스쿨어택’의 ‘서울대법인화위원회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이 있었다. 당시 스쿨어택은 150명의 가처분 소송인단을 구성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활동에는 52대 총학 선거에 출마한 ‘리얼리스트’, ‘세잎클로버’, ‘로켓펀치제너레이션’ 등 3개 선본도 함께 참여했다. 스쿨어택의 황덕일(사회복지 04) 씨는 작년 활동에 대해 “큰 성과는 없었지만, 교육투쟁이 없었던 2008년에 법인화에 대한 운을 띄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교육투쟁도 없고, 법인화와 관련된 투쟁도 보이지 않았다. 단과대 학생회 차원에서도 올 들어 큰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몇몇 단과대의 경우 단운위에서 논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손창희 씨도 “여름에 자연대 학생회 LT에서 법인화 얘기를 해봤다”고 말했지만 “집행부들도 법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다른 단과대도 마찬가지다. 경기용 씨는 “각 단과대 학생회도 잘못이 있다고 본다. 법인화와 관련해서 홍보를 하는 노력도 부족했다”며 현 상황을 비판했다. 사회대는 9월에 선전을 하고 다른 단과대와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고, 인문대도 법인화 반대 입장을 적은 유인물을 만들고 다른 단과대와 연대하는 등의 계획이 있으나 구체적인 움직임은 2학기 개강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6월 총 투표 연기, 9월에는 할 수 있을까? 그나마 총학과 총운위가 준비하고 있던 카드는 ‘법인화 찬성-반대 총 투표(총 투표)’ 였다. 하지만 애당초 6월로 계획했던 총 투표는 총운위에서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한 채 9월로 연기됐다. ‘섣불리 총 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나 ‘시험기간이라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현실론이 제기됐지만 9월로 미룬 것은 너무 늦다는 반응이다. 8월 들어 본부가 법인화 법안을 9월에 국회상정 하겠다던 입장을 ‘10월에 상정 하겠다’는 것으로 바꿨다. 만일 예정대로 본부가 9월 상정을 추진했더라면, 9월 총 투표는 준비에서 논의, 투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2주안에 수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 투표가 9월로 연기된 것에 대해 총학생회장 박진혁(경제 05) 씨는 “총운위에서 6월 총 투표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6월 총 투표를 생각 했지만, 공대나 사범대 학생회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총 투표를 할 것이면 꼭 성사시켜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대의견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박 씨는 말했다. 총 투표가 연기된 당시 총운위에서는 “9월은 다음 총학 선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6월 총 투표 찬성의견과 “법인화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총 투표는 이르다”는 반대의견이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9월에 실시하기로 잠정 결론이 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총운위가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찬성-반대 의견이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총 투표를 강행한다면 남은 선택지는 반대하는 쪽을 배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총 투표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학생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리면서 고를 수 없는 선택지가 됐다. 공대 학생회의 경우 총 투표라는 방법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총 투표를 할 것인가’ 보다 ‘총 투표 자체가 좋은 방법인가’ 라는 문제를 두고 차후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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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장 박진혁 씨(왼쪽)는 등록금 문제에 큰 비중을 뒀지만, 스쿨어택의 황덕일 씨(오른쪽)는 이러한 시각에 부정적인 의견이다.

그렇다면 ‘총 투표 반대의견을 가진 쪽이 계속 반대하면 총 투표를 안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진혁 씨는 “설령 반대를 할지라도 정황상 승부수를 걸 수 있다면, 일부 단과대와 연합으로 총 투표를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의견 편차 심해…총학의 리더십은 어디로? 총 투표에 대한 의견뿐만 아니라 법인화 의제에 대처하는 수단과, 근거, 관심도에 대해서는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과 학생사회의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물론 하나같이 “법인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라고 말하지만 ‘왜 법인화를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각기 다른 대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법인화에 대처하는 자세에서부터 다른 면을 보인다. 총학은 법인화 문제에 대해 ‘등록금 인상 우려’와 ‘의견 수렴 없는 법인화’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학생회장 박진혁 씨는 “총학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2%가 등록금 인상우려를 법인화 반대 이유로 꼽았다”고 말했다. 또한 박 씨는 “법인화 의제의 대중화를 위해 이런 메시지들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사회대나 인문대 학생회, 스쿨어택 등은 “법인화 문제도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일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대 학생회장 구현(정치 06) 씨는 “법인화 자체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교육마저 자본주의 질서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문대 학생회장 재석(인문2 06) 씨도 “비판의 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등록금과 의견수렴부재 문제로만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단결되지 못한 모습은 7월 31일, 법인화와 관련된 교수평의원회에서 ‘피켓팅을 하자’는 안을 두고도 나타났다. 구현 씨는 “당시 피켓팅을 하려 했는데 인원이 15명 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물론 방학 기간이라 많은 인원이 참석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 하지만 자연대 학생회장 손창희 씨는 피켓팅이라는 수단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손 씨는 “피켓팅이 학생들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행위기는 하지만, 큰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혔다. 그 외에도 법인화 의제 자체의 중요성을 두고 의견의 차이가 큰 편이다. 박진혁 씨는 “법인화의 중요도에 대해서도 총운위 내부의 의견 차이가 심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단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총학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황덕일 씨는 “단과대 학생회장 각자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 때문에 여러 제안을 통해서 의견들의 중심을 잡는 곳이 총학인데 지금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재석 씨도 “가장 큰 문제는 총학이 지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일단 행동을 함께할 수 있는 단위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의견의 차이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인데, 그 때문에 총학이 못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들이다. 박진혁 씨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씨는 “학생사회의 전체적인 통합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인데 강경한 쪽의 이야기만 듣는 것이 리더십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총운위는 수시로 무산, 적극적인 행동에 족쇄 정황이 이렇다 보니 총운위도 잘 굴러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총운위가 무산되는 것도 학생사회의 적극적인 행동에 발목을 잡고 있다. 방학 기간만 해도 법인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총운위가 정족수 부족으로 계속 무산됐다. 박진혁 씨는 “현재 총운영위원이 16명이다. 총운위를 열기 위해서는 과반이 참석해야 하는데, 절반정도의 위원이 지속적으로 안 나온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나마 참석하는 절반 중에 한두 명이 불참하면 무산되는 상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총운위에서 법인화와 관련된 성명서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총운위가 무산되는 바람에 이를 결정하지 못한 적도 있다. 박 씨는 “총운위가 무산돼도 참석자들과 논의는 한다”고 말하지만, 총운위 이름으로 의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총운위가 무산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박 씨는 “의장인 총학생회장의 책임도 있겠지만, 단과대 학생회나 개인일정이 많은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자연대 학생회장 손창희 씨는 “총운위라는 것 자체를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총운위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용 씨는 “사실 총운위가 법인화에 대응하는 기구로서 부족하다. 단과대 연합 같은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인문대나 사회대 학생회장은 “활동할 수 있는 단과대와 연계해 법인화에 대응할 것”이라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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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있었던 법인화 학생토론회에는 30명 정도의 학생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나 학생정치조직 소속 학생들이다.

본부 따라가기도 벅찬 학생사회

학생들은 무관심하고 정보는 부족하며 내부적 합의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학생사회는 새로운 전략이나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법인화 문제는 2005년부터 꾸준히 의제화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근거나 전술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초학문 고사’, ‘등록금 인상 우려’ 등 법인화 반대 논리도 변하지 않았다. 동시에 본부는 법인화를 반대하는 논리에 대한 대책을 세워왔다. 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법인화 법안에 기초학문 보호와 실천 의무를 명시할 것’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등록금 인상 우려에 대해서도 국립대 지위를 유지해 등록금을 지금 수준으로 하겠다는 ‘표면적인’ 방안이나마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법안 상정은 약 1개월 남짓 남았다. 자연대 학생회장 손창희 씨는 “이제는 막을 방법이 거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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