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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 현재 지역신문은 일간지가 100여 개, 주간지가 500여 개가 있다. |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 때문에 바람잘 날 없던 지역신문들이 미디어법이라는 ‘태풍’에 맞닥뜨렸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도 “미디어법 때문에 지역신문이 고사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역신문들 스스로는 6월부터 ‘16개 지역신문 공동기획 시리즈’를 통해 미디어법으로 인한 자신들의 위기를 걱정하고 있었던 터였다. 법안 통과 직후 지역신문들은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하며 자신들의 위기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주로 ‘조·중·동’과 같은 메이저 언론에 ‘인수, 합병될 것’이라는 걱정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비단 미디어법 때문만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89년 신문 창간·복간 바람이 분 이후 지역신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광고시장 부실, 지방자치단체와의 유착 등도 지역신문이 겪는 위기의 원인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와 지역신문 전·현직 기자들은 “미디어법으로 기존의 위기가 가중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은다.지역신문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법 중 지역신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은 ‘신문사의 복수신문소유 허용’이다. 이를테면 가 지방에 있는 등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특히 이는 기존 중앙신문들이 더 이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활로가 없는 상황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중·동이 “지역신문에 뛰어들 계획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지역신문들의 자체 조사결과에서는 “중앙신문들이 지역신문시장에 개입할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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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말, 미디어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의 3차파업에 지역언론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
중앙신문들이 지역신문에 진출할 경로를 두고 여러 예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메이저 언론이 현재 자금 부족, 광고시장 협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지역신문을 인수, 합병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의 저자인 김주완 기자는 다른 가능성을 제기한다. 김 기자는 “예를 들어 가 와 같은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해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안 그래도 혼탁한 지역신문 시장이 더 과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우희창 전문위원은 “프랑스의 사례를 볼 때, 중앙신문들이 지역신문을 인수하고나서 폐간시키는 방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1945년, 신문의 복수소유를 허용했다. 그러자 시장을 확대하는 데 골머리를 앓던 중앙신문이나 소위 ‘미디어재벌’들이 ‘잘 나가는’ 지역신문을 인수해 폐간하는 방식을 쓴 사례가 있다. 지역에서의 경쟁자를 없애버리겠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프랑스의 경우 “몇몇 미디어재벌들만 남아있고, 지역신문들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우 위원은 말한다. 과거 140여 개의 크고 작은 언론들이 존재하던 프랑스는 현재 9개의 미디어그룹만 남고 다 사라진 상황이다. 우희창 전문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의 핵심은 ‘큰 놈, 잘 되는 놈을 키우고, 시장에서 못 살아남는 놈은 버리자’는 것이다”라며 “지역 신문 같은 조그만 미디어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는 “지역언론이 살아날 것”, 하지만?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조·중·동은 자신들의 지역신문 진출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법 때문에 지역신문이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는 8월 6일자 사설에서 “지역 방송시장에 대기업의 투자통로가 열리고, 지역신문도 여기에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신문을 포함한 지역언론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미디어법으로 이를 해결할 활로가 열렸다는 논리다. 이 논리에 대해 김주완 기자는 “그야말로 시장주의 논리다”라고 반박한다. 우희창 전문위원도 “건전한 신문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부나 의 논리는 지역신문의 경영난에 대해서는 대책이 될지 모르지만, 언론으로서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잘못된 논리라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지역 건설사가 소유한 신문이 건설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있다”고 우희창 전문위원은 말한다. 때문에 자본이 유입되고 대기업의 투자가 가능해져 지역언론이 회생할 것이라는 논리가 궤변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지역신문의 경영난은 사실이지만 물론 등의 주장처럼 지역신문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 위원도 지역신문이 겪는 경영난을 인정한다. 문제는 경영난이 지역신문의 컨텐츠 생산에 악영향을 주고 필요한 만큼의 기자 수를 갖추지 못하게 하며 결과적으로는 언론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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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철 시의원은 지역신문이 이미 경영난 등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일례로 과 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박중철 마산시의원은 “주요 언론은 갖추고 있는 CTS(컴퓨터 식자 시스템) 구축하는데 드는 돈이 120억쯤 된다면, 지역신문들 자본금은 10억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주요 언론이 신문발행 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안 돈 없는 지역신문은 그것을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다. 지역신문은 배달 인프라도 잘 구축이 돼 있지 않아 시민들이 구독하고 싶어도 구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박 시의원은 “신문 한 부 배달하고 받는 돈이 3000원이다. 한 동네에서 한 두 집 보면 배달하는 것이 수지가 안 맞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재정이 열악한 지역신문의 경우 관공서나 시내에는 배달이 되지만, 조금만 외곽 지역으로 가도 배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지역신문이 공동지국을 운영하는 안도 있고 위탁 배달 방식도 있지만 이 방법들도 일정부수가 안 나오면 ‘그림의 떡’이다. 지역의 열악한 광고 시장도 지역신문이 경영난을 겪는 주요 원인이다. 중앙신문과는 달리 지역신문에서는 대기업의 광고가 잘 없다. 박중철 시의원에 의하면 “지역신문의 경우 돈 되는 광고가 1면과 마지막 면 광고인데, 이 수입을 합해서 하루에 500만원인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한다. 의 경우 1면의 광고 하나에 4000~5000만원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관공서가 중요한 광고주인데, 이마저도 시청과 사이가 안 좋으면 따기 힘든 현실이다. 김주완 기자에 의하면 “의 경우 마산시청에서 추진하는 일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이후 몇 년간 계속 사이가 안 좋다”고 한다. 실제로 마산시청에서 에 광고를 끊은 기간도 있었다. 이렇게 지역신문이 경영난을 겪으면 자연스럽게 양질의 기사가 나오기 힘들어진다. 기자들이 박봉인 것도 그렇지만 제대로 된 취재비도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중철 시의원은 “예를 들어 ‘인천도시축제’ 취재를 가고 싶지만 취재비가 안 나오는 것이다. 월급이 120만원 정도 되는 상황에 자기 돈으로 가기도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한다.지역신문, 자본을 넘어 구조적 도움이 필요해 이러한 경영상의 문제를 미디어법의 통과로 일정 부분 해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신문의 경영개선뿐만 아니라 저널리즘 기능의 회복 방안에 대해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지역신문이 주주나 사장의 이해관계에 지나치게 종속돼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 자본이 더 개입하는 것은 우려가 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지역신문발전특별법’에 의거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설립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는 법적 기준으로 ‘지역신문 우선지원사업자’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역신문의 기획취재 등에 드는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언론재단에서는 지역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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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여론의 다양성은 지역신문의 생존과 발전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도 한시적이라는 것이다.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내년에 만료됨에 따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도 해체될 예정이다. 우희창 전문위원은 “6년 정도는 더 지원해야 지역신문을 정상적인 위치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 국회의원은 “지역신문이 우선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배려와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공감했다. 국회나 민주당 차원에서의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 의원은 “지역신문을 육성하고 지원하려는 종합적인 대책과 육성법을 검토하고 있다. 완성단계에 있다”고 답했다. 물론 지역신문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주완 기자는 “지역밀착보도와 같이 다른 신문에서 찾을 수 없는 차별화된 컨텐츠를 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역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등의 일을 시도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지역신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했다.지역신문, 비판과 걱정의 틈바구니에서 지역신문에 대해 비판과 걱정이 맞물림에도, 전문가, 정계, 전·현직 기자들은 지역신문의 필요성에 대해서 크게 긍정한다. 전병헌 의원은 “지역신문은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 문화지원,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며 “지역신문 등 지역언론의 존재가치는 절대적이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 의원은 “민주주의는 다양성에 기초하는데, 지역언론의 생존과 발전이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미디어법을 지역신문의 위기에 연관시켜 비판하는 것도 ‘여론의 다양성’에 근거한다. 우희창 전문위원은 “지역신문 같은 소수 신문이 민주주의의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근거를 미디어법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선점하려 하는 시점에 지역신문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수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눈여겨볼 만한 지역신문들 ‘안티조선운동’으로 유명한 은 1989년 옥천군민들이 주주가 돼 설립된 주간지다. 때문에 횡포를 휘두를 만한 사주가 없으며, 실질적으로 군민들이 주인인 셈이다. 황민호 편집국장은 “자본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민들이 구독해주고, 조그만 풀뿌리 광고를 많이 해주고 있는 힘이 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옥천군민 중 4천 여명이 을 구독하고 있다. 옥천 인구가 약 2만 명임을 고려하면, 5가구 당 1가구가 을 구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의 기자들은 옥천 출신이 아니다. 부산, 목포, 포항, 대전, 논산, 전주 등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옥천에 살면서 을 만들고 있다. 황 편집국장은 “때문에 지연, 학연으로부터 자유롭게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경남도민 6200여명이 주주인 는 창간 당시부터 경남도민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때문에 관공서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도민들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한다. 의 제호는 ‘약한 자의 힘’이다. 이 때문인지 마산시가 추진하는 STX조선소 유치 문제를 보도할 때도,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마산시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는 다른 지역신문과 차별화 된 보도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1997년 캄보디아에서 쿤 할머니라는 분이 한국의 가족들을 찾는 데 결정적인 보도를 한 것이 다.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서도 10년 넘게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는 기자도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