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서울시를 ‘리폼’하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임기 중 3차까지 지정된 뉴타운 현황.그림에 표시되지 않은 촉진지역까지 합하면 모두 35곳에 달한다.서울시내 뉴타운사업과 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을 비롯한 주거환경정비사업은 284곳에서 진행 중이다.이 가운데 뉴타운사업과 같은 재개발에서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해 세입자도 토지보상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그러나 재개발을 제외한 재건축의 경우에는 상가 세입자나 전·월세 세입자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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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 임기 중 3차까지 지정된 뉴타운 현황. 그림에 표시되지 않은 촉진지역까지 합하면 모두 35곳에 달한다.

서울시내 뉴타운사업과 균형발전촉진지구사업을 비롯한 주거환경정비사업은 284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뉴타운사업과 같은 재개발에서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해 세입자도 토지보상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재개발을 제외한 재건축의 경우에는 상가 세입자나 전·월세 세입자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다. 그나마 재개발 보상도 거의 집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무분별한 재개발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세입자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원주민들은 왕십리 철물점 아저씨처럼 모든 것을 체념할 수도 있지만, 광명6동 철거민처럼 그 자리에 남아 투쟁할 수도 있다. 여기에 경찰의 과잉진압과 정부의 무관심만 더해지면 언제든지 제 2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재개발, 민간이 주도하는 수익 사업?!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현재 진행중인 재개발 사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사업의 실행 목적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대표되는 재개발 사업은 주거환경정비법에 근거를 둔 주거 환경 정비 사업에 해당한다. 이는 도시 재개발 사업의 본래 목적이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에게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시하는 데에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동산 계급사회’의 저자 손낙구 씨는 “재개발은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시행하는 것인데 우리의 재개발 사업은 그 동네의 원래 주민들을 도리어 쫓아내고 있다”며 현 재개발 사업의 결과가 재개발 사업의 본래 취지와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했다. photo2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행 재개발 사업은 재개발 사업 자체가 주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재벌이라는 민간에 의해 주도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재벌은 재개발을 원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이 가능한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류주형 대변인은 “건설 재벌이 주도하는 재개발 사업의 일차적 목적이 재벌의 이익 추구라는 점에서 원주민의 주거권 무시와 반인권적·폭력적 철거라는 현 뉴타운 사업의 핵심적인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재벌은 재개발 사업을 단기간에 마무리 짓고 또 다른 공사를 수주하여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철거민들은 보상조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협상을 요구하지만, 빠른 속도로 일제 철거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건설재벌은 용역깡패를 고용해서 민감한 철거 작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인다. 이것이 한 겨울이던 1월에 무리하게 용산 철거를 감행하다 참사가 발생한 본질적 이유다.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용역들의 폭력적인 철거나 현재 살고 있는 거주민을 단기간 내에 강제로, 특히 겨울에 쫓아내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신체적 자유와 같은 기본 인권을 훼손하고 있다. 류 대변인은 “용산이라는 곳에서 참사가 발생한 것은 우연한 일로, 비슷한 사건이 뉴타운 사업지구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개발 사업의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가 없으면 지금처럼 땅 주인과 건설 재벌의 배만 불리고 세입자와 원주민은 뿔뿔이 흩어지는 결과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자본을 매개로 한 어두운 이해 동맹 건설재벌은 사업을 주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조직하는 재개발 조합도 자본으로 매수한다. 조합과 건설재벌의 이해 동맹 속에서 재개발 지역의 원주민과 세입자들의 주거권은, 보장받기는커녕 재개발에 대한 의사표현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된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의 뉴타운 바로 세우기 위원회의 설혜경 국장은 “재개발 시공을 맡으려는 건설 재벌과 지역 공무원 간의 유착관계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재개발 사업 자체가 엄청난 이익이 남는 사업인 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사업 절차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5월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건설 업체로부터 승용차나 수천에서 수억 원의 뇌물을 챙기고 건설업체의 편의를 봐준 사례가 종로·서대문·성북·은평·관악·금천·양천·중랑 등 8개 구청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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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진행된 장수마을(삼선4구역) 주민협의회 회원 워크샵에서 토론중인 재개발 지역 마을 주민들.

자본력을 매개로 한 유착 관계는 재개발 조합과 감정평가사간에도 존재한다. 토지보상법에 의해 재개발 지역의 세입 자영업자는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기준으로 3~4개월치 추정 영업 이득과 가게의 물품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설혜영 국장은 “재개발 조합이 주민 전체에 대한 보상 규모를 얼마로 미리 정해두고 그것을 나누는 형태로 보상이 추진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결정하는 액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감정평가사가 평가하는 세입자의 구체적인 보상액 역시 작은 액수로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다. 손낙구 씨 역시 “재개발 조합 측이 보상을 담당하기 때문에, 보상비를 최대한 작게 하기 위해 감정평가사를 매수한다”고 밝히며 용산 철거민들에 대해서 “감정평가사도 조합과 한 편이 돼, 세입자들은 인테리어비 등을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 사실상 재산을 강탈당하는 것”이라고 왜곡된 현실을 비판했다.뉴타운 사업의 본질, 주민 교체 사업 결국 뉴타운 사업이 계속될수록 서울에 남아있던 가난한 사람들은 서울의 외곽이나 서울 밖으로 쫓겨 가는 수밖에 없다. 용산의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서울 26곳의 재개발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각 지역에는 가난한 삶의 흔적들을 고급 아파트가 대체하여 지자체에 엄청난 세수 증가율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즉 재개발 사업의 진행으로 그 지역을 구성하는 주민들의 속성 자체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용산 범대위 류 대변인은 이런 결과를 “뉴타운 사업이 가난한 주민 청소 사업, 혹은 주민 교체 사업이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미 철거민들 사이에서 “뉴타운 사업은 강북 지역의 발전을 도모한 것이 아니라, 전체 서울 집값의 강남화에 일조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을 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원주민이 살던 자리에 들어온, 재개발 사업으로 신축된 고급 아파트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중산층은 다시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줄 정치인들을 지지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대해서 손낙구 씨는 “뉴타운 사업이 계속 추진되는 것은 서울과 비 서울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을 결과적으로 재생산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 대선 기간에 등장한 7·4·7 공약 중 7% 성장의 동력이 건설 사업이었음을 상기하면, 결국 서울에 부는 재개발 광풍은 한나라당의 기본 정책 강령에 기초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부동산을 이용한 재력가들의 부당한 이익축적과 서울 집값의 상승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다. 주민 참여로 재개발 본래 취지 살려야 손낙구 씨는 “재개발 사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주민의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한 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공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실거주민의 의견을 개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설혜영 국장은 조합원보다는 적지만 세입자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조합원’ 제도를 제안했다. 설 국장은 이어 “세입자들이 당장은 법적인 보상도 정당하게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세입자가 재개발의 당사자로 참가해야, 법에 의해 주어지는 보상을 받는 것도 용이해지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낙구 씨 역시 “세입자도 돈으로 보면 반 정도의 권리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주거권 가운데 점유권을 획득하고 있다”며 세입자가 제한적으로나마 재개발 사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거주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는 지역 주민이 구상하고 주도하는 개발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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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성북구 삼선제4구역에서는 주민참여형 대안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성북주거복지센터 포함 5개 시민단체에서 대안개발 연구팀을 조직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거권과 재개발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모임을 만들고 재개발의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는 것이다. 나눔과 미래 이주원 지역사업국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이 중심이 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나아가도록 구청과 시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선4구역과 같은 주민참여형 대안개발 사례에 대해서 설혜영 국장은 “이런 곳은 대부분 개발 이익이 많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건설재벌의 관심 밖에 있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 한계를 설명하면서도 “이러한 개발 모델의 적용을 점점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사업인만큼 정부의 역할이 성패의 관건 재개발 정상화를 위해서는 실거주민뿐만 아니라 재개발에 참여하는 다른 주체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설혜영 국장은 변화해야 할 주체로 정부를 첫 손에 꼽으며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 하거나 시공사 관련 비리에 연루되는 등 오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여태까지의 정부는 공익사업이 돼야 할 도시정비사업을 건설재벌이 주도하도록 방관함으로써 사익이 극대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낙구 씨는 “공익사업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공공기관이 세입자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손 씨는 주거형태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까지 고려하는 입체적인 마스터플랜을 구상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하고, 재개발 사업을 다각도에서 평가해 공익성이 높은 사업에는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개발 지역의 집값이 올라 원주민들의 재입주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먼저 공사를 마무리 짓고 입주가 시행된 길음뉴타운의 경우 조합원의 재입주율은 22% , 세입자는 17% 남짓이다.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하던 4천만 원 이하의 전세방은 뉴타운 개발 이후 아예 사라졌다. 가난한 서민들은 어딘가로 또다시 밀려난 것이다. 정부가 원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재개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낙구 씨는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하지도 않고, 부동산 집값을 계속 올리는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손 씨는 “투기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구조이다 보니 부동산 투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개발 이전에 건설업자가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투기꾼들이 미리 분양받다보니 인근의 집값도 덩달아 오른다는 분석이다. 이어 손 씨는 “이와 같이 한국의 주택 정책 가운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후분양제도의 개선을 통해 부동산 투기도 잠재우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많은 비판 속에서도 손낙구 씨는 “재개발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단언했다. 산업화 이후 본격적으로 도시가 건설돼 오래된 것은 60~70년대에, 늦어도 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 대부분이다. “건물뿐만 아니라 동네 자체도 현대사회에 맞게 ‘고쳐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씨는 현행대로의 재개발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본래 사업의 취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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