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변절

1987년,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회장 박종철은 공안당국에 붙잡혔다.공안당국은 박종철과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 박종운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박종철은 대답하지 않았다.공안당국은 박종철을 물고문 끝에 살해했다.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이른바 ‘물고문 치사 사건’이다.그가 죽음으로 지켰던 박종운은 2000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1987년,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회장 박종철은 공안당국에 붙잡혔다. 공안당국은 박종철과 함께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 박종운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박종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공안당국은 박종철을 물고문 끝에 살해했다.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이른바 ‘물고문 치사 사건’이다. 그가 죽음으로 지켰던 박종운은 2000년,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9년, 편집장 나부랭이를 하고 있는 인류학과 학생 A는 이번 법인화 총투표를 지켜보고 쓴 웃음을 짓는다. 연장에 재연장을 거듭한 투표에서 묘한 억지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총투표를 주도한 사람들이나, 법인화에 관심 갖지 않는 학생들의 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한 때는 학생사회를 걱정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학생이었다. 그는 과거 자신이 학생사회를 고민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이번에 투표를 했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냉소할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사회가 변했다고 말합니다. 자신 이외의 다른 것에 관심을 갖기엔 살기가 각박해졌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은 날로 늘어나고, 대학생들의 안정적 미래는 먼 옛날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 말고 다른 것을 신경 쓸 틈이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혹자는 학생사회를 탓합니다. 소통과 논쟁이 사라진 학생사회에서 뭘 할 수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저는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 길을 찾기는 힘들어졌고, 학생사회는 식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깎아 사회에 끼워 넣습니다. 사회는 너무도 비좁아 퍽 많은 마음을 깎아내도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취업의 문턱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누군가는 또다시 자신의 마음을 한 뼘 도려냅니다. 당신의 마음은 얼마만큼 원래의 모습을 갖고 있나요. 혹시 마음을 도려내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진 않으신지요. “자신이 지금 무엇이 되고 싶든, 10년 후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하는 소설가 김연수 씨의 말을 그저 웃어넘길 수만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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