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려한 옷차림과 짙은 화장을 하고 룸에서 손님의 비위를 맞추며 웃고 있는 나! 사실은 울고 있습니다. 벌금을 피하고 매상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몸이 아프거나, 생리 중에도 솜으로 틀어 막아가며 손님과 2차를 가야만 합니다. 이젠 몸도 마음도 병들고 아파졌습니다. 때로는 손님을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습니다. 이렇게 빚에 묶여 성매매를 해야 하는 저의 생활은 짐승이나 다름없습니다. 후회를 해도 시간을 돌리기엔 너무 늦었고 제 앞은 캄캄할 뿐입니다. 다시 한 번 25살의 그 가을로 돌아 갈 수만 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성판매자의 목소리(다시함께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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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일상속의 성매매 드러내기 공모전 수상작 ‘사시려구요?’ 구창욱. |
성매매 피해자들의 한(恨)을 함께 푸는 곳
2000년과 2002년 군산지역에서 발생한 유흥업소 화제로 19명의 성매매여성들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개정됐다. 이때 신규개념으로 ‘성매매 피해자’가 도입됐다. 성매매 피해자는 ▲위계나 위력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업무·고용·보호감독하는 자에 의해 마약 등에 중독돼 성매매한 자 ▲청소년·심신미약자장애자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입된 자 ▲성매매 목적으로 인신매매 당한 자를 말한다. 다시함께센터는 이런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산업에서 벗어나 자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상담, 법률과 의료 부문에 대한 지원, 쉼터연계와 긴급구조, 교육 등이 다시함께센터의 주된 활동이다. 지난 2003년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한소리회)’가 서울시의 위탁을 받으면서 다시함께센터는 처음 문을 열었다. 다시함께센터를 운영하는 한소리회의 시작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소리회는 군부대 근처의 윤락가인 ‘기지촌’에서 발생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이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다시함께센터의 유복님 소장은 “기지촌 여성들은 개인이 선택해서 기지촌 여성이 된 것이 아니라 분단조국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당시 성매매에 대한 사회반응을 떠올렸다. 또한 “당시 미아리 텍사스 지역의 화재사건을 진상 조사했는데, 아무도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래도 꾸준히 활동한 결과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법으로 개정하는 데 한소리회가 큰 역할을 했다. 성산업, 막대한 검은 돈으로 꽉 묶인 연결고리법 개정으로 전국 대부분의 공개적인 성매매 집결지(집창촌)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안마시술소, 유흥업소 2차, 휴게텔 등 다양하고 은밀한 형태로 성매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성산업이 계속 활개를 펼치는 것에 대해 유 소장은 “업주, 알선업자, 건물주, 광고업자,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검은 돈이 유입되는 곳이 성매매 시장이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이들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성매매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10%의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 성매매 때문에 성매매를 접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채팅 중 성매매 제안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21.6%, 그중 초등학생이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성매매에 유입되는 최초 연령이 13~14살까지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함께센터는 2007년부터 인터넷 성매매 모니터링을 운영 중이다. “대형 언론사의 인터넷 사이트에도 버젓이 성매매 관련 링크가 걸려있다. 이 또한 인터넷 성매매의 유형”이라며 다시함께센터는 작년 10월, 6개의 일간 온라인 스포츠 신문사를 공동 고발하기도 했다.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었지만, 다시함께센터는 항고 중이다. 인터넷성매매와 관련해 유 소장은 “인터넷에 가장 익숙한 대학생 이하,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불법 사이트들을 신고해달라. 신고를 하면 모니터링해서 고발, 고소, 진정서, 의견서 등 때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다시함께센터는 올해가 가기 전까지 인터넷 성매매 감시단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구멍 뚫린 인터넷관련 법령을 개정하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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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에 관한 인식을 유형별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
성매매 피해 여성의 구급차, 다시함께센터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다시함께센터는 성노동화에 반대한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사회 구조적 피해자’라는 것이다. 만약 이 성산업을 노동으로 규정 할 경우, 그 이익은 업주·알선업자·사채업자처럼 성산업을 주도하는 막강한 자급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유 소장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태는 거의 빚더미에 앉아 있다”며 현장의 소식을 전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건강 상태도 문제다. 117학교여성폭력피해자긴급지원센터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심각도’(59.37)는 베트남전(50.6)이나 걸프전 참전군인의 심각도(34.8)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입동기와 무관하게 성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폭력 피해를 반증한다. 또한 경찰청 ‘성매매 피해 여성 긴급지원센터’에서 실시한 피해 여성 리콜 치안서비스 결과, 피해여성들은 잦은 성매매로 인해 81%이상이 성병은 물론 질염·자궁경부염·골반염 등 평균 1~3가지의 부인과질환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성매매 피해 여성의 대부분은 두려움·무력감·자기학대·인격장애·정신분열 등 정신적 장애로도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 여성을 일차적으로 피해자로서 인정하고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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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여성들을 하나같이 윤락여성이라고 사회에서 지탄받고 멀리하던 과거와 달리, 사회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고 이들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에 동의한다. 또한 센터나 쉼터가 많이 생기는 등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함께센터 유복님 소장. |
지원체계의 일환으로 이곳에서는 방문, 전화, 내방상담 및 사이버서신 등으로 매해 4천 여 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2008년 상반기 상담지원내용 중 빚, 폭행에 대한 변호사 상담 및 선임을 제공하는 법률 지원이 41%로 가장 높았다. 그 밖에 정보제공, 의료지원, 사기문제 해결을 위해 경검찰의 조사에 동행하거나, 재판에 동행하는 등 여러 도움을 제공한다. 하지만 “일단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유 소장은 아쉬워했다. 다시함께센터는 국가 지원과 활동 실무자도 많은 편이라 성매매관련 이슈를 생산해 내고 사회화 시키는 것을 임무로 한다. 포럼 개최 및 자료집 작성, 그리고 새롭게 이주 외국인 여성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계획·준비 중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만 관심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성구매자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려 하고 있다. 성매매라는 것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동시에 있는 일이므로 유 소장은 “성구매자의 활동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나이든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용기 낼 수 있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