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재일브라질인

작년 가을, 리만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는 약 22만 명의 재일브라질인 사회에도 큰 타격을 줬다.그 이후 재일브라질인의 고용인원 가운데 50~80%가 실직 했다.한 파견회사 사장의 말을 빌자면 “작년 9월에는 3000명의 브라질인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650명 뿐”이란다.이 상황은 경제위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브라질인 사이에서는 “5월이 되면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작년 가을, 리만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는 약 22만 명의 재일브라질인 사회에도 큰 타격을 줬다. 그 이후 재일브라질인의 고용인원 가운데 50~80%가 실직 했다. 한 파견회사 사장의 말을 빌자면 “작년 9월에는 3000명의 브라질인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650명 뿐”이란다. 이 상황은 경제위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브라질인 사이에서는 “5월이 되면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5월 중순이 지나도 노동시장이 나아질 조짐은 없고, 재취업을 했다는 사람도 주위에서 보이지 않는다. 재일브라질인 사회는 긴 실직상태로 인해 목표의식 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로 인한 폐색감 마저 감돌고 있다. 1990년부터 일본계 브라질인 유입. ‘갱신 가능한 정주자’ 자격 부여1990년의 ‘입국관리법개정’은 브라질인들이 일본으로 유입한 계기가 됐다. 이 법은 3대까지의 ‘일본계’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별다른 체류제약을 두지 않고, 갱신 가능한 정주자라는 체류자격을 줬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과 불황에 허덕이고 있던 브라질에서, 많은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왔다. 일본에 정착한 일본계 브라질인들은 대부분 제조업 분야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단순 노동자로서 일본의 제조업을 지탱해왔다. (브라질인 취업자 중 63.8%가 제조업에 종사, 일본인은 17.1%. 2005년 국세조사 자료) 일본정부는 ‘외국인 단순노동자는 받아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국관리법을 통해 그 간접적인 문을 열어둔 셈이다. 법 개정으로부터 약 20년이 지났다. 최근 몇 년간 브라질인의 ‘정주화’ 경향이 현저히 높아졌다. 그 예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브라질인이 미디어에 소개됐다. 내 친구들 또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대출은 35년 만기로 매월 상환액은 10만 엔이 넘는다. 잡업이나 야간노동수단을 수반해야 하는 고된 상환계획은 위태로웠지만, ‘이들은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헤쳐 나가겠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들의 성실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쉽게 해고 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번 경제위기로 브라질인이 20년간 쌓아온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취약했는지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경제위기, 일본 내 브라질인 커뮤니티에 큰 영향브라질인들은 ‘비정규직 간접고용’,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조건에서 일하는 대체가능인력이다. (이것은 많은 선행연구에서 지적돼 왔다) 물론 이번 경제위기로 인해 같은 조건으로 일하고 있던 일본인도 실직했다. 그러나 브라질인들은 단순노동 직업을 선택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좀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브라질인 취업인구 중 90%이상이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다. 그들이 일본계라고 하지만 외국에서 3대가 지나면 문화적으로는 이미 ‘브라질인’이다. 기본적인 일본어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을 ‘조정인력’으로서 고용했다는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따라서 이번 ‘대량해고=대량실업’은 ‘100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한 불황’의 결과가 아니라,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당연한 결과라는 결론이 나온다. 대량해고는 재일브라질인 사회의 깊숙한 부분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브라질인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월 4~5만 엔의 수업료를 내지 못해 퇴학당한 아이들의 문제가 일본 주요 신문에서 빈번히 보도되고 있다. 이들은 하루하루를 살기도 힘들다. 일본인고등학교로의 진학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결국 ‘미취학’상태로 남게 된다. 브라질인학교의 사정도 학생수 부족으로 인해 경영이 곤란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브라질인 사회에 존재해왔던 여러 민족적 사업이나 민족적 미디어도 존속이 불투명하다. 일본 내에 존재하는 포르투갈어 신문은 4개에서 1개로 줄었다. 브라질인 사회 내부의 인간관계도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해, 이제까지 보존해왔던 네트워크도 약해지고 있는 듯 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이어져일본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 상황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위한 일본어 학습이나 기능 강습을 개설하거나, 하로와쿠(공공직업안정소)의 직원을 시청으로 파견해 취업과 주거문제를 포르투갈어로 상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실업급부신청, 생활보호 등의 상담도 강화하는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인학교에서 일본공립학교로의 전학 증가에 따른 문제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2008년부터 정부는 지원책의 일환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실직한 브라질인 등에게 ‘귀국장려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귀국장려금에는 ‘당분간’(최근에 이 기간을 3년으로 발표했다) 다시 일본에 올 수 없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 조치로 인해 브라질인 사회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외국인 지원이나 다문화 공생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을 거듭해온 사람들은 “이제까지 노동력으로써 실컷 쓰고, 실업으로 더 이상 필요 없으니 브라질로 돌아가라는 것이냐!”, “일본 사회에 내재돼 있는 배타주의를 나타내고 있다”는 말로 비판했다. 불필요한 외국인 노동자를 되돌려 보내고, 입국제한을 하는 일본의 모습이 ‘다문화 공생’의 이념에 위반된다는 비판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브라질인, “돌아가도 할 게 없다”애당초 브라질인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브라질로 귀국하려 했을까. 이번 경제위기는 세계적인 규모로 일어났기 때문에 브라질로의 귀국 후에도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 일본의 실업률이 5%정도인 것에 비해, 브라질의 실업률은 9%라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브라질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람도 많다. “20대 중반에 일본에 와서 20년 가까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일본에서 보내왔다. 브라질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 등 귀국할 준비가 갖추어 지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브라질에 직업이 있다면 일본에 오지 않았다. 지금 돌아가면 더 곤란하다”는 게 본인들의 말이다. 귀국 장려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귀국 장려금 급부신청기간의 5/7이 지난 지금, 귀국 신청을 한 사람은 1328명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만 할까. 지금 당장 직면한 생활, 주거, 자녀 교육보장 등 즉효성이 있는 지원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고용이 되살아날 때 재차 브라질인들을 지금과 같은 노동조건으로 고용하게 된다면 악순환을 되풀이할 뿐이다. 일본계 2세인 브라질인 부부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본 생활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2~3년 내로 브라질에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아무런 기술을 익히지 않았다. 일하고, 돈 모으고, 밥 먹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브라질에 돌아간 후 일본에서 무엇을 익혀서 왔는지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반성하며 이렇게 말했지만, 이는 일본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우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을 단순 노동력으로만 간주해서, 숙련공이 되기 위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조적으로 재일한국인 2세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그들도 지금 브라질인들처럼 취직차별을 겪었다. 재일한국인도 숙련공이 아니라 비숙련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도의 경제성장기 시절, 재일한국인은 중소영세공장에서 비숙련공으로 일을 하면서도 기술을 한 단계씩 익혀왔고, 지금은 숙련공이 많다. 물론 당시는 지금과 산업구조도 다르고 사회경제상태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큰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질인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고용환경을 창출하는 것,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본어 학습기회의 보장 등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다문화 공생’을 위한 지원책이 절실2005년에 처음으로 ‘다문화 공생’이라는 말이 사용됐고, 이에 따라 여러 방침들이 제시됐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보다 앞장서 다문화 공생을 위한 시책을 행하고 있다. 현재 불황 상황에도, 아니 불황이기 때문에, ‘다문화 공생’을 항상 주지하는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질 것이다. 동시에 브라질인 2세대(자녀)가 일본사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교육을 보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진로선택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히기 위한 힘을 복돋워주는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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