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에 갇힌 성적 소수자를 비추다

3xFTM.이 단어를 보고 무슨 뜻인지 알았다면, 적어도 무슨 뜻이겠구나 추측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FTM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해서 상심하지는 말기를.그런 당신을 위해, 그리고 성적 소수자를 위해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여기 있다.

3xFTM. 이 단어를 보고 무슨 뜻인지 알았다면, 적어도 무슨 뜻이겠구나 추측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FTM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해서 상심하지는 말기를! 그런 당신을 위해, 그리고 성적 소수자를 위해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여기 있다. 성적으로 위계화된 사회에 대한 대항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연분홍치마)’는 성적 소수자를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성적으로 위계화된 사회 구조를 새로운 성적 문화 환경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여성주의적 문화운동 단체이다. 연분홍치마가 바라보는 성적 소수자에는 기존의 동성애자, 트랜스젠더뿐만 아니라 여성 역시 포함된다. 가부장제가 지배적인 사회구조 역시 성적으로 위계화돼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적 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미디어 워크숍을 통해 영상제작과 관련된 교육활동을 벌이며, 미디어를 통해 현실에 개입하고 소통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단체 이름이 왜 연분홍치마냐는 물음에 홍 씨는 “사회에서 부정당할 수 있는 여성과 성적 소수자들의 다층적인 삶에 보다 밀착하겠다는 의지를 함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 씨의 설명에 따르면, 연분홍치마의 분홍은 성적 소수자와 여성을 함께 상징하는 색이라고 한다. 한편 치마는 여성을 비하할 때 쓰이는 말인 동시에 ‘치마=여성’이라는 사회의 고정적 성 관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치마에서 드러나는 고정적인 성적 관념으로 인해 여성뿐만 아니라 성적 소수자들은 사회와 끊임없이 부딪히게 되지만, 이런 여성과 성적 소수자가 겪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 카메라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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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극장에서 공식 상여되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다큐멘터리인 <3×FTM>의 포스터.

연분홍치마는 2003년에 단체를 설립한 5명의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여성주의 세미나를 통해 구성원이 만난 만큼, 시작할 당시 연분홍치마의 관심사는 물론 여성운동이었다. 기지촌 성매매를 다룬 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다큐멘터리였다. 여성운동에서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으로까지 외연이 확대된 배경에 대해 홍 씨는 “사회의 위계화된 성적 질서로 인해 성적 소수자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고통 받고 있는데,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한 성적 소수자가 다소 의식적으로 구성원 전체의 관심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성적 소수자를 다룬 연분홍치마의 다큐멘터리에는 세 명의 성전환 남성에 관한 다큐멘터리 ,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정치인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담은 가 있다. 이 가운데 은 여성영화인상의 단편/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상을 수상하는 등 개봉 전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다른 인권운동 단체와 달리 다큐멘터리를 주로 운동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홍 씨는 사람들의 성적 감수성의 변화가 운동의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적 소수자와 관련된 이슈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슈가 전달되는 방식 역시 중요해요. 전달되는 과정에 있어서 문화운동은 좀더 사람들의 감수성에 호소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해요. 많은 고민 끝에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데 있어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영상매체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죠.” 홍 씨는 여태까지 자기 스스로를 사회에 드러낼 수 없기에 전혀 가시화되지 못해왔던 성적 소수자의 경우 영상매체와 만났을 때 더 반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해 관객들이 성적 소수자의 삶과 성적 소수자와 자신이 부딪히는 순간을 상상해보고, 성적 소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의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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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시사회를 마친 다문화 가정 부부들.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큐멘터리 워크숍을 통해 남편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의미있는 소통이 이뤄졌다.

연분홍치마는 다큐멘터리 제작뿐만 아니라 미디어워크숍을 통해 10대 여성, 이주여성,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주의적 문화예술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홍지유 씨는 충남 당진 문화원과 연계한 ‘이주여성이 만드는 여성영화 제작 워크숍’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꼽았다. “이 분들이 한국어가 서투르고 하니까 말이 아닌, 표정이나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행위로 소통해야 하잖아요. 그게 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소통의 경험이었어요.” 이 워크숍은 이주여성이 직접 영상물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해 이주여성에게는 새로운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만들다 2005년 이후로 연분홍치마는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다른 인권운동과 마찬가지로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에서도 자존감 향상을 위한 활동과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의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조건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러한 성적소수문화환경의 개선을 위해 연분홍치마는 2006년에는 다양한 성적 소수자 인권단체와 개인 활동가와 함께 성전환자인권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이어 2007년 차별금지법 사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인 성적 소수자 진영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카메라, 즉 영상매체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장에 카메라가 있으면 위축되던 성적 소수자 운동가들이 나중에는 카메라에 어떻게 비춰지고 싶은지를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을 통해서 자신을 커밍아웃하고 사회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활동은 그것이 가지는 책임감, 현장성으로 인해 다른 어떤 인권운동보다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판단하에 연분홍치마는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3부작을 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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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정치도전기>에 담긴 진보신당 최현숙 씨의 재래시장 유세 모습.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정치인이자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은 사회화되지 않은 용어인 FTM이라는 단어를 통해 성전환이나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사회에 심고, 나아가 규범화된 젠더에 대해 접근을 시도한다. 두 번째 작품인 는 앞선 작품보다 조금 더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최현숙 씨의 선거 도전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전달하고자 했다. 동시에 최현숙 씨의 삶을 통해 레즈비언을 들여다보고, 일반인들에게 커밍아웃이 정치적으로 혹은 주체적으로 읽히지 않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올해 말에 공개될 마지막 작품인 은 등장인물인 게이 세 명의 커밍아웃의 순간을 섬세하고 내밀하게 포착한다. 연분홍치마가 바라보는 커밍아웃이란 어떤 것일까. “커밍아웃은 부딪힘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상이 성적 소수자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부딪힘이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성적 소수자들은 매 순간 자신의 성에 대해서, 그리고 커밍아웃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요.” 이러한 고민과 부딪힘을 영상매체로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도와 더 많은 성적 소수자들이 커밍아웃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홍지유 씨는 다큐멘터리 상영을 통해 성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직접 관객들에게 전달돼 ‘젠더’가 성적 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목격할 때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성적 소수자 인권, 앞으로 앞으로 의 제작이 완료되면, 일단은 2005년부터 지속해온 다큐멘터리 작업을 내후년 정도까지 이어 후속작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홍지유 씨는 “트랜스젠더, 커밍아웃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의미만이라도 좀더 많은 분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다음 활동을 기획할 수 있는 힘이 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홍 씨는 “성적 소수자의 삶 가운데서도 다큐멘터리 시리즈로까지 만든 주제인 커밍아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왜곡된, 혹은 몰이해된 부분을 더 많이 알리는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후에는 사회에 성적 소수자의 삶과 고민을 알리고 그들의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활동을 영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획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홍지유 씨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홍 씨는 “성적 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성적 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 전반적 재고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성적 소수자 인권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물으면 다 그렇다고 대답은 하겠지만, 정말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 내포하고 있는 맥락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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