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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성대의 강남순환도로 6공구 건설현장. 이미 관악산은 여기저기서 파헤쳐지고 있다. |
2007년 7월. 관악산을 관통하는 터널 공사가 시작됐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강남순환도로)의 구간 중 금천구 시흥동에서 관악구 대학동까지 길이 4991m의 장대터널이 뚫리는 것이다. 이 도로는 다시 서울대학교 정문을 지나 낙성대동에 이르는 구간까지 765m가 터널로 공사된다. 금천구 시흥동에서는 이미 상당 수준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됐고 2009년 초 관악구 대학동 일대에서도 공사가 시작됐다. 낙성대에서도 공사가 시작돼 관악산을 비롯한 주변 환경피해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강남순환도로, 삽을 뜨기까지 강남순환도로건설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1994년 5월 강남순환도로 건설 공청회를 개최한 당시다. 같은 해 9월, 서울시는 서울시 도로정책방향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으나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1999년 애당초 계획했던 노선이 크게 변경되면서부터다. 강남순환도로가 처음 계획됐을 때는 남부순환도로와 올림픽대로의 교통량 분산을 위해 도림천 옆을 따라서 계획됐다. 하지만 1999년에는 지금의 ‘V자형’ 노선으로 바뀌었다. 연세대 손봉수 교수(도시공학과)는 2003년 ‘강남순환도로 교통측면 고찰’이라는 자료에서 ‘V자형 노선은 서울시 서남부지역의 교통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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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당초 계획노선은 광명을 거치는 V자형 노선으로 변경됐다. |
반면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건설반대공동대책위’ 공동대표였던 심재옥 전 서울시의원은 “V자형 노선으로 바뀌면서 강남순환도로의 건설목적이 훼손되었다”고 말한다. 서울의 동과 서를 최단거리로 연결하겠다던 강남순환도로의 본래 목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V자형 노선으로 변경되면서, 94년 설계 당시보다, 14km를 우회하게 됐다. 하지만 김동철 서울특별시 도로계획담당관은 “V자형 노선이 우회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담당관은 “도로계획상 원래 도로라는 것은 간선도로 축과 만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의 간선도로들을 고려할 때 V자형 노선은 옳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3년도까지 반대 운동이 거세자 2003년, 강남순환도로 계획이 취소되기도 했다.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유정희 대표에 따르면 “2003년에 서울대, 환경단체와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당시 서면으로 된 합의서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고 이후 시장이 바뀌면서 사업이 다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2006년 들어서 다시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2007년 7월 24일 착공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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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감도(왼쪽)에 의하면 신림중학교 옆 야산(오른쪽)에는 터널 입구와 관악IC가 건설된다. |
환경단체, “관악터널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 우려”
하지만 강남순환도로를 반대하는 측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관악터널과 여러 지하도로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다.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환경계획학과)는 관악터널 공사시 관악산 식생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수직 환기구 건설이 문제가 된다. 김귀곤 교수(조경시스템공학부)도 “환기구가 있으면 폐열, 분진, 이산화탄소가 나와서 주변 식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악산의 경우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소쩍새가 관악산 전체에 걸쳐 서식한다. 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서울시는 터널 설계를 변경하여 수직 환기구를 설계 상에서 삭제해버렸다. 원래 관악터널은 터널 내에서도 오르막길이 있어 자동차 매연 배출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오르막길을 없앰으로써 매연 배출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동철 담당관은 “일반적인 터널의 경우 매연의 농도가 3%지만 관악터널은 0.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터널 중간에 수직 환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다만 터널의 양쪽 입구에만 매연 정화시설을 설치해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유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관악터널이 공사되면서 하루 1만 6000톤의 지하수가 나올 것으로 관악구는 예측하고 있지만 정확한 유출량은 계산되지 않았다. 김동철 담당관은 “아직 정확한 수치는 모른다”고 말했다. 유출량을 계산할 때 단순히 고여있는 지하수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 있다. 김귀곤 교수는 “관악터널은 직선모양의 장대터널이므로 터널이 가로지르는 양 측의 지하수 흐름을 끊을 우려도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공사 전에 물의 흐름도 살펴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점검을 안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따르면 지하수 영향조사를 공사완료 후 5년까지 시행하기로 돼있다. 이 협의내용에 따르면 지하수위 저하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표수, 인공관정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영향이 생길 경우 저감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하지만 김귀곤 교수는 “지하수위보다는 물의 흐름을 끊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터널 양 측의 물의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하수 용출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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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된 설계에서, 관악터널의 수직 환기구는 사라졌다. |
관악터널, 안정성에 문제있다?!
길이가 4991m에 달하는 장대터널이라 교통사고 발생시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에 의하면 터널의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동철 담당관은 “대형사고를 우려해, 12톤 이상의 대형 트럭은 못 들어가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봉수 교수의 자료에 의하면 ‘관악터널은 우리나라 방재시설 설치 기준뿐만 아니라 일본의 기준까지도 만족한다’고 한다. 특히 이 자료를 통해 손 교수는 일본 ‘Tokyo wan Aqua-Line 터널’과 비교하여 관악터널 방재 시스템을 ‘최첨단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정희 대표는 “터널에서는 잠깐 접촉사고가 있어도 아비규환이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안전불감증이 우리나라에는 강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환경연합 측 자료에 따르면 장대터널의 경우 교통사고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1999년 타우에른 터널, 몽블랑 터널 등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고, 2001년에는 알프스산맥 고타르 터널에서는 11명 사망, 28명 실종이라는 참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들 터널도 연기감지기, 온도감지기 등 방재시설을 갖추었고 터널교통통제소에서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심재옥 전 의원도 “다른 나라에서는 장대터널 계획을 가급적 피하고 있는 추세다”고 말한다.예산 책정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돼 유정희 대표는 강남순환도로의 예산 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유 대표는 “1999년 건설계획 발표 이후 설계가 많이 바뀌었지만 추가 예산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토목관련 전공자와 예측을 해봤는데, 안양천 구간 지하화 등으로 최소 1조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동철 담당관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김 담당관은 “상당 구간이 임대형 민자사업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시 재정이 더 들어가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강남순환도로의 경우 총 8개 공사구간 중 2개 공사구간만이 현재 서울시 재정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임대형 민자사업의 경우 예상 교통량에 일정부분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가 해당 민간 사업자에게 돈을 물어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최근 불거졌던 마창대교의 사례를 볼 때, 잘못된 교통량 계산이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담당관은 “강남순환도로의 경우, 교통량에 관해 일정 부분 미달 시 서울시가 보상해 준다는 조항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세금 낭비 우려는 해결됐다는 주장이다.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김 담당관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충분했다고 평가한다. 김 담당관은 “강남순환도로가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의 동의도 있었고 특히 관악구청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관련 주민공청회, 공개토론회 등 강남순환도로 추진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 의견의 수렴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유정희 대표는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에게 공고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몇 명 불러 앉혀놓고 간담회만 하고 끝냈다”고 말했다. 영등포, 안양천 구간의 주민들의 경우는 동사무소에 방문한 한 주민에 의해 우연히 사업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심재옥 전 의원도 “10만 명 이상의 반대서명을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을 뿐”이라 주장했다. “오히려 주민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반대서명에 맞서 서울시는 강남순환도로 100만인 찬성 서명운동을 강행하기도 했다. 찬성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관권, 금권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 대표도 “당시 아이들에게 사탕까지 쥐어주며 찬성 서명을 받아갔다”며 “아파트 부녀회에 관이 개입해서 서명을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도로에 관계 없는 곳 주민들의 찬성 서명을 받아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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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귀곤 교수는 공사기간 중 모니터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이미 공사는 진행 중… 대안은?
하지만 몇몇 구간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면서 반대운동은 힘을 잃었다. 유정희 대표는 “안양천 구간이 지하화 됨으로써 반대운동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안양 주민들이 나갔고, 서울대 정문 앞 고가도로가 지하화되면서 서울대도 반대운동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공사는 이미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서울대 근처만 해도, 관악산 입구 부근과 낙성대 부근에서 공사가 시작됐다. 터널도 이미 굴착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터널 공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김귀곤 교수는 “이미 공사가 시작된 이상, 공사기간 중 모니터링과 같은 대안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한다. 경의선과 같이 환경, 생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사는 시행하는 중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한다. 만일 영향이 감지될 경우, 시공법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순환도로와 같은 개발 문제가 또다시 생길 가능성도 있다. 김동철 담당관은 “오세훈 시장의 정책 기조가 개발과 환경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 담당관은 “강남순환도로의 경우도 환경 파괴를 최소한으로 하고, 환경을 복원하는 것을 최대한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환경단체는 터널과 같이 환경 파괴적인 수단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근본적인 생각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