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가 시끌시끌하다. 거대 보험회사들이 연이어 도산했고 아이슬란드, 아랍에미리트 등은 국가 부도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달러(217세, 무직) 씨가 만든 세계경제 체제가 현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한때 전 세계를 주름잡았던 화폐계의 큰 손 달러 씨를 기자의 집 장롱 구석 흰 봉투에서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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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제위기 사태 이후 부쩍 수척해진 달러(217) 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달러 씨의 명색과는 달리 꼴이 말이 아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
나도 모르겠다. 나는 다만 세계 경제의 평화와 안정만을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중심에 서야한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 뿐이다. 여전히 자신이 세계 경제의 권력자가 돼야 한다고 믿는 것인가? 굳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다. 다만 지난 60여년간 내가 해왔던 일들을 잘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는 이 말을 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달러 씨가 현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파생상품 등 달러 씨가 주도한 금융경제 시스템도 혹독하게 비판받고 있다. 이에 대해 책임감은 느끼지 않는가?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나는 다만 세계 경제의 평화와 안정만을 원했었을 뿐이다. 허무하다. 한 번 객관적으로 보라.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삶을 살고, 가장 성공한 삶을 살았던 화폐는 오직 나뿐이었다. 나는 전 세계 경제의 기준이었다. 나는 지금도 내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다. 최근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감은 느끼지 않는가? 알면서 뭘 그렇게 물어보는가? 다 좋은게 좋은거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최근 새롭게 세계 경제의 권력을 노리는 세력이 등장했다. 중국의 위안 씨가 대표적인데,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가? 얼마 전 위안 씨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 그 전까지만해도 내 앞에선 큰소리 못치던 놈이었는데.(웃음) 나보고 ‘이제 당신 자리를 나한테 내놓으라’ 라고 하는 모습을 기자도 봤어야 했다. 위안 씨뿐만 아니라 유럽의 유로 씨도 내 자리를 뺏으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까울 뿐이다. 세계 경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해왔던 내 반세기 열정이 무의미해져가는 것 같다. 이 바닥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표현인 듯하다.앞으로의 거취는 어떻게 할 예정인지? 일단은 내 친구 오바마, 버냉키, 이명박과 함께 계속 지낼 생각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달러 씨는 다시 장롱 속 흰 봉투로 들어갔다. 그의 뒷 모습은 한 때 전 세계를 주름잡았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쓸쓸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