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장무 총장 취임 이후 서울대학교는 ‘공격적’인 국제화 플랜을 세웠다. 이후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수 채용이 늘어났고, 영어강의도 늘어 서울대학교의 국제화는 급속한 양적 팽창을 보였다. 실제로 캠퍼스의 외국인 학생 수는 눈에 띄게 늘었다. 학내의 외국인 학생들은 달콤한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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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입학 무렵이 되면, 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 오리엔테이션을 연다. |
학내 포털사이트 한국어로만 돼 문제
장연(사회과학 09/중국) 씨는 “수강신청이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교 웹사이트(www.snu.ac.kr)와 정보화포털(my.snu.ac.kr)이 한국어로만 돼 있어 수강신청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게다. 실제로 수강편람, 강의계획서 등의 자료는 외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샤브남쉐라피(정치 09/아프가니스탄) 씨도 “포털사이트가 한국어로만 돼 있어, 한국에 처음 온 나는 아예 이용할 수가 없었다. 수강신청도 선배의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수업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공지사항도 외국인에겐 멀기만 하다. 크리스티나(사회과학 09/브라질) 씨는 “등록금이나 장학금에 대한 공지사항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대외협력본부에서 근무하는 김혜중 씨는 “5년 전부터 대외협력본부에서도 학사행정 같은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 영어를 병기하자고 요청하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0일에 열린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된 바 있다. 총학생회와 외국인 학생회 측은 포털사이트를 영어 병기 방식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했으나 본부 측으로부터 “전체적인 개편은 힘들다”는 답변만 들었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개편할 때 한꺼번에 영어 병기 작업을 해야 예산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본부 측의 설명이다. 총학생회장 박진혁(경제 05) 씨는 “외국인 학생회와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중요도가 높은 부분부터 개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앙전산원 캠퍼스망팀 이성운 팀장은 이에 대해 “아직 전면적인 개편은 예정에 없다”고 말해, 당분간은 영어가 병기된 포털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이 팀장은 “포털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포털을 구성하는 컨텐츠다. 컨텐츠는 중앙전산원에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본부 각 부처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학사행정 등의 컨텐츠를 영문화 하는 작업이 우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사과 김기철 사무관은 이 문제에 대해 “특히 수강신청 절차가 영문화 돼 있지 않아 외국인이 불편을 겪는다. 이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수강신청이 끝나도 외국인 학생은 서면으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외국인학생회 회장 셀림 카차르(경제 07/터키) 씨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영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을 위한 강의 여전히 부족 어렵게 수강신청에 성공한다고 해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강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씨는 “한국어 수업을 알아듣기가 힘들다. 교과서도 단어를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해석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기초교육원은 외국인 전용 대학국어 수업과 영어 진행강의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또한 미진한 점이 있다. 장연 씨는 “외국인 전용 대학국어 수업이 있다는 걸 3월 말이 돼서야 알았다. 지금 한국인 학생들과 대학국어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데,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어 수강취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전용 대학국어 수업은 한 학기에 두 과목이 개설된다. 담당하는 강사는 기초교육원 소속으로, 학내에 한 명 뿐이다. 김혜중 씨는 “외국인 학생 수에 비해 외국인 전용 대학국어 강좌수가 너무 적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전용 대학국어는 매학기 수강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국문과 측은 “자체적으로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추가로 개설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2006년까지 전체강좌의 3%에 불과했던 영어진행강의는 현재 12%까지 늘었다. 이를 위해 작년엔 외국인 교수도 50명 채용했다. 그러나 영어진행강의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쉐리피 씨는 “영어진행강의라 해도 중요한 부분은 한국학생들을 위해 한국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대학생도 “준비된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질의응답은 보통 한국어로 이뤄진다. 교수들의 영어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학교의 영어진행강의는 교수자가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수업이 개설되는 형태다. 고려대학교의 경우를 보면, 교수자가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선 시험을 보거나 시범강의를 해야 한다. 영어진행강의의 질을 높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김기철 사무관은 “지금 영어진행강의는 양적인 면에 치우쳐 있어 질적인 면에서는 소홀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영어진행강의가 아직까지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는 게 김 사무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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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수강신청 방법이 소개돼 있다. www.sis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학내에서 한국어 교육받기도 쉽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학내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학내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언어교육원’과 ‘기초교육원’ 두 곳이다. 언어교육원에선 오전,오후 정규반(1일 4시간, 주5회 수업), 저녁반(1일 3시간 주2회 수업)의 세 가지 수업을 마련하고 있다. 언어교육원장 손창용 교수(영어영문학과)는 “69년부터 한국어 수업이 개설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많은 학생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그러나 학사 일정이 빡빡해 많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과 병행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언어교육원의 수강료도 문제다. 한 학기 수강료는 오전 정규반이 140만원, 오후 정규반은 126만원, 저녁반은 50만원 이다. 이는 여타의 기관에 비해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지원이 없다는 게 문제다. 손 교수는 “언어교육원은 교무처 소속으로 재정적으로 독립돼있다.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혜중 씨는 “언어교육원 수강 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의 경우를 보면 한국어 강좌를 1년 정도 무료로 들을 수 있게끔 하는 곳도 있다. 서울대학교는 그런 지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셀림 씨는 “회화보다, 학문적인 한국어를 배우는 게 더욱 시급하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처음 1년 정도 학점을 포기한다. 한국어 글쓰기를 배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혜중 씨는 “‘교수학습지원센터’의 글쓰기교실에서 한국어 교정을 봐주고 있지만 사용빈도가 너무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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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국제센터에 위치한 ‘대외협력본부.’ 외국인 학생과 관련한 대부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학교 측 다양한 대책 마련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겪는 다양한 행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측은 작년, 학내에 ‘외국인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외국인지원센터 지원담당 이현지 씨는 “외국인지원센터는 행정적 처리를 하는 곳은 아니고, 행정적인 ‘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라 설명했다. 학내 행정은 한 군데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부서를 찾아가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게 외국인지원센터의 역할이다. 이 씨는 “중요한 공지사항을 외국인들에게 메일로 전달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지원센터장 이상신 씨는 “모든 외국인이 메일을 꼼꼼히 읽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홍보를 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로 ‘인력부족’을 꼽는 사람도 많다. 대외협력본부에는 외국인 학생 담당 직원이 5명, 외국인지원센터에는 3명이 있다. 1500명이 넘는 외국인 학생을 담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대외협력본부 황정남 실장은 “인력부족은 항상 있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황 실장은 “대외협력본부에만 인력을 확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각 단과대학에도 외국인 전담 직원이 있어야 한다. 단과대 특성을 대외협력본부에서 모두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력확충이 안되는 이유로 장 처장은 경제위기를 말한다. 학교에서 대외협력본부를 국제처로 승격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부’에서 ‘처’로 승격되면 채용할 수 있는 공무원의 수도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이를 문교부에서 거절했다. 경제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더 많은 인력확충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 처장은 “지금은 학사 조교를 채용하기도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문화적 차이에 대한 배려도 필요해 문화적 차이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식사메뉴 문제가 대표적이다. 학내에 무슬림을 위한 채식식단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다. 장재성 학생처장은 “이는 앞으로 해결할 계획이 있다. 경영대의 동의로 새로 생기는 롯데 건물에 채식코너를 만들기로 했다. 카페테리아식 식단도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외국인 학생들은 문화 차이로 인한 교우관계의 문제, 심리적 불안 등을 겪고 있지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생활문화원에도 외국인을 위한 심리상담코스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대학생활문화원 임영진 상담원은 “외국인 학생도 한국인과 똑같은 상담을 받는다. 영어와 중국어로도 상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사회대 학생은 “외국인의 문화적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영어 사용도 서툴러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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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학생회는 매주 정기적인 회의를 한다. 모니터링, 행사계획 등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대외협력본부에서는 스누버디를 운영하고 있다. 스누버디 회장 정다은(화학생물공학 05) 씨는 “문화적 교류를 통해 교환학생들의 소속감을 늘리기 위해 기획됐다”고 스누버디의 취지를 밝혔다. 지금은 교환학생 뿐 아니라 신입생에게도 확대돼, 150명의 외국인 학생이 스누버디에 등록돼 있다. 외국인학생회(SISA)의 활동도 활발하다. 학교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은 자동적으로 외국인학생회의 회원이 된다. 셀림 씨는 “외국인 학생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학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외국인학생회는 언제나 외국인과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국인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당부했다.무조건 수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야본부 측이 작년에 발표한 ‘비전2025’에 따르면, 2025년까지 외국인 학생 수는 만명으로 늘어난다. 김혜중 씨는 “숫자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학습할 능력을 갖춘 외국인을 뽑는 게 중요하다. 지금 같은 여건에서 만 명이라는 수를 상정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황정남 실장은 “서울대학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국제화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적다. 지금 당면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