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다문화’라는 말이 유행이다. 다문화 사회, 다문화 가정, 다문화 교육…. 캠퍼스도 다문화의 바람이 빗겨가지 않는다. 서울대학교에는 지금 1500명 이상의 외국인 학생이 있고, 그들은 실로 다양한 문화에서 자라났다. 외국인 학생은 더 이상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가 융화되기 위해서는 타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얼마만큼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있을까. 은 학내의 외국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좌담회에는 외국인학생회SISA 회장 셀림 가차르(경제 07/터키) 씨, 스누버디 회장 정다은 (화학생물공학 05) 씨, 사무엘 스트란트(컴퓨터공학 교환학생/스웨덴) 씨, 추소희(사회복지 08/중국) 씨, 무라다 요시에(체육교육 07/일본) 씨, 한지원(경영 교환학생/캐나다) 씨가 참여했다. 좌담회는 4월 2일에 진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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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림 가차르(경제 07/터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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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은 (화학생물공학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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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엘 스트란트(컴퓨터공학 교환학생/스웨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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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원(경영 교환학생/캐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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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다 요시에(체육교육 07/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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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소희(사회복지 08/중국) |
저널
: 서울대학교, 한국 학생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지원 : 학생들은 똑똑하고 친절하다는 느낌이다.셀림 : 맞다. 한국어를 모른다고 무시하는 일도 거의 없다. 또 선후배간에 챙겨주는 문화가 있어서 좋다. 교수님들도 많은 부분을 챙겨주신다. 외국에 비해 교수님과 친해지기 쉬운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정말 바쁘고 빨리 산다. 터키에는 주머니에 손 넣고 구경하며 걷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국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다은 : 외국학생과 비교했을 때, 한국 학생이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 같다. 외국학생들이 ‘한국학생은 항상 바쁘다’는 말을 많이 한다.저널 : 사는 곳은 어디인가. 불편함은 없는지사무엘 : 기숙사에 떨어져 신림9동에 산다.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다은 : 특히 지난 학기에 기숙사가 많이 제공이 안돼, 교환학생들이 비싼 방을 많이 얻어야 했다. 기숙사가 부족한게 문제라면 문제다.셀림 : 기숙사는 3년 전부터 문제다(웃음). 다음 학기까지는 외국인 학생들은 특히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신청방법, 신청기간을 외국인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신청방법이 까다롭다. 기숙사 신청하려면 돈도 내고, 서류도 내고, 여권 복사본도 내야한다. 친구가 여권 복사본만 냈는데, 한국에 오니 기숙사에 떨어져 있었다. 이런 부분을 외국인학생회에서 알리기 위히 노력하지만 힘든 점이 있다.저널 : 술문화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나.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요시에 : 내가 체육교육과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적응을 빨리 했다. 이제는 외국인끼리 모였을 때도 한국인처럼 마시게 되더라.지원 : 한국의 술문화는 좋은 점이 많다. 재미있고, 사람만나기도 편하다. 그런데 술 안마시면 곤란해 질 때가 있다. 한국 학생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 뒤풀이도 2차, 3차, 4차까지 가고. 술 안 마시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셀림 : 한국의 문화니까, 고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좀 더 열린 관점이 필요하다. 나는 무슬림이라 술을 못 마신다. 그런데 “한 번 마셔봐. 좋아. 같이 마시자”고 계속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높은 사람들이 마시라고 말하면 정말 곤란하다. 안 마시면 서로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다은 : 한국적인 분위기를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강요하는 느낌이 많이 난다. 즐길 수 있는 정도면 좋지만 강요는 좋지 않다. 같이 어울리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돼야 한다.지원 : 외국 문화에 대해 한국 학생들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저널 : 언어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나. 한국어가 정말 배우기 힘든데.사무엘 : 지난 학기부터 한국에 있었지만, 한국어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버디 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버디를 벗어나면, 언어 때문에 많이 힘들다.지원 : 단지 대학의 문제는 아니다. 어디든 외국으로 가면 문제가 있다.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어디에서나 어려움을 겪는다.셀림 : 1년 정도는 한국학생과 친해지기 매우 힘들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 신경을 많이 써주는데, 시간이 지나면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어색하니까…. 내가 터키식으로 농담하면 아무도 웃지 않더라. 그런 점이 힘들다. 저널 : 가장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사무엘 : 음… 별로 없다. 물론, 친구들이나 가족이 그립다. 그러나 계속 연락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요시에 : 바쁠 때, 정신없을 때, 일본으로 가 엄마 아빠 있는 곳에서 쉬고 싶다. 지원 : 나도 가족들이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미있고 편한 것 같다. 저널 : 학교 생활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문제는 무엇인가셀림 : 제일 가슴 아픈 문제는, 한국 학생들 한국 선생님들이 못 사는 나라 학생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일단, 그 학생들이 기분 나쁜 게 가장 큰 문제다. 미래를 생각하면 더 문제다. 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한국, 서울대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한국인들이 애국심 강하다고 하는데, 애국은 야구할 때 응원하는 게 다가 아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게 논리적이고 좋은 애국이다.지원 : 비슷한 사람끼리 친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미국 교포와 제일 친하다. 그런데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는 건 옳지 않다. 기숙사에서도 그와 관련된 불편한 말이 나온 적이 있다. 무시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요시에 : 내 친구 이야긴데, 수업 중에 식민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역사 수업이었다. 선생님이 친구에게 ‘왜 그런 것도 모르냐고’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친구가 울었다. 내 친구가 나쁜 건 없잖아요?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는 게 화가 났다. 셀림 : 정말 큰 문제다. 수업 중에 강사가 보드마카가 안 나오니까 “made in china?”라고 말하며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수업에 중국인이 없었을지 몰라도, 서울대학교에 800명의 중국 학생이 있다. 친구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수업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를 비난하고 무시하는 건 정말 문제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SISA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저널 : 요시에 씨는 일본인이라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한국과 일본은 예전부터 미묘한 관계에 있는데.요시에 : 최근데 WBC 경기가 있었잖아요? 혼자 응원하고 있는데 “요시에, 다음에 한일전 하면 어느 쪽을 응원할래”라고 묻더라. 나는 유학 왔지만, 일본인이고 당연히 일본을 응원한다.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요? 근데 일본이라고 대답하면 ‘배신자’라고 말하더라.셀림 : 그게 무슨 배신자야. 한국을 응원하면 배신자지 (웃음)요시에 : 지금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만,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다. 일본인인 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 지금은 당당하지만.셀림 : 나는 처음 배운 한국어 단어가 ‘독도’다.다은 : 교환학생들은 그런 불편함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외국인 재학생들은 다를 것 같다. 그들은 학교가 그들의 중요한 사회이고, 생활이다. 무시당하거나 불편함이 없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저널 : 한국 음식은 입에 맞으신가요? 음식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추소희 : 좋아한다. 고향에 한국 사람이 많아서 어렸을 적부터 많이 먹었다.사무엘 : 처음엔 별로 안 좋았는데, 자꾸 먹으니 좋아지더라.다은 : 고기를 많이 먹는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음식에 적응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셀림 : 나는 빵을 꼭 먹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다른 걸 아무리 많이 먹어도 쌀밥을 안먹으면 배고프듯이, 나는 우동을 5그릇 먹어도 빵을 안 먹으면 배고프다.지원 : 한국 사람은 배가 두 개있다. 고기 배와 냉면 배. 나는 캐나다에서 왔지만,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게 음식이다. 모든 교환학생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독일에서 온 친구가 있는데, 아침에 냄새나는 음식을 정말 싫어하더라.다은 : 채식식단이 학생식당에서 제공이 안 된다. 큰 문제다.셀림 : 뭐, 앞으로 해결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할랄음식’이 없는 것도 솔직히 문제다. 도쿄대학교만 가도 ‘할랄음식’ 코너가 있다. 도쿄대학교의 외국인 학생 수는 우리보다 두 배정도 많지만, 우리도 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 지금 무슬림 학생은 350명이다. “350명 때문에 그 돈을 써야겠냐”라고 말하면 안 된다. 미래에 서울대학교에 무슬림이 얼마나 늘어날지 어떻게 아나.지원 : 오히려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무슬림들이 서울대학교에 안 올 수도 있다. 저널 : 학교에 요구하는 바가 있다면셀림 : 자꾸 학교에서 모든 행사를 한국말로 진행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한국말 배워야 한다. 무조건 배워야 하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가나다도 모르는, 입학한지 1주일된 신입생들 앉혀놓고 한국말 하겠다는 건 억지다. 한국말 모르면 아무리 좋은 연설도 ‘솰랑솰랑’이다. 내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도 그 친구에게는 ‘솰랑솰랑’이다. 이런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사무엘 : 내 전공은, 영어 강의도 많고 강의들도 다 잘 돼 있어 큰 문제는 없다.추소희 : 반 생활하는 게 힘들다. 전공이 다르니까 더 힘든 것 같다.저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지원 : 서울대학교가 한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교죠? 캐나다에서는 교환학생을 많이 보낸다. 인터넷으로 다른 나라에 교환학생 가 있는 친구들이랑 연락을 하면, 서울대학교와는 많이 다르다. 걔들은 여행도 많이 가고, 여가가 많다. 공부 많이 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웃음). 그런데 오기 전에 잘 설명해야 한다. ‘우리학교, 수업 장난 아니게 많다. 이렇게.’ 책으로 배울 수 없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셀림 : 외국인학생회에 ‘Unity in Diversity’라는 슬로건이 있다. 우리를 표현하는 좋은 말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친구해요’다. 친구합시다.추소희 : 제 한국인 친구들은 외국인 학생이 힘든 점을 다 이해해줘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친구들에게, ‘이해해줘서, 관심 가져줘서 감사합니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