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무언가 그럴듯한 이야기. 음모론은 터무니없다. 아폴로11호의 달 착륙과 9.11 테러는 미국의 조작이었다거나, 김정일은 죽었지만 북한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는 음모론도 들린다. 하지만 동시에 음모론은 매력적이다. 어느 정도의 ‘사실일 가능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가출청소년 문제와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를 동시에 취재했다. 청소년 복지 예산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독 청소년 예산이 적은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전문가 중 누군가는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건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웃어넘겼지만, 생각해보면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청소년 예산이 노인 예산의 7분의 1 정도인 이유는, 청소년 문제가 덜 심각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청소년이 정치적으로 힘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또 다른 음모론을 소개하겠다.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를 두고 혹자는 ‘오세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 저것 다 여행 프로젝트로 끌어들여서 대대적으로 여성 복지에 투자하는 것처럼 만들고, 광고비도 엄청나게 쏟아 붇는 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서울시 정책 중 하나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본부 앞에 줄지어 있는 3대의 5516번 버스에 모두 ‘여자를 울려라’라는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면서, 별 내용도 없는 광고가 이렇게까지 홍보될 필요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여행프로젝트’에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순간 버스체계 정비사업과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모습도 오버랩됐다. 그러나 꽤 그럴싸하더라도 음모론은 결국 음모론일 뿐이다. 청소년 예산이 적은 이유가 청소년들이 투표권이 없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행프로젝트 광고를 내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봐야만 하는 것이 오세훈 시장의 야심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한 기사에서는 올해 청소년 복지 예산이 삭감되고, 서울YMCA청소년쉼터가 올해 지원이 끊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시에 다른 기사에서는 여행프로젝트에서 여성 정책이 아닌 사업에까지 수 천 억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보면서 어딘가 찜찜한 것도 그저 기분 탓일 거다. 그러나 한 가지는 지적해야겠다. 이 시시한 음모론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어지는 것은 내 잘못만은 아니다. 왜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통폐합되고 청소년 예산은 줄어들어야 하고, 정보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이상한 광고는 왜 하루에도 몇 번씩 봐야 한단 말인가. 만약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면 앞으로 개선되리라 믿어본다. 음모론이 사실이면 어쩔 수 없고.
어떤 음모론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무언가 그럴듯한 이야기.음모론은 터무니없다.아폴로11호의 달 착륙과 9.11 테러는 미국의 조작이었다거나, 김정일은 죽었지만 북한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는 음모론도 들린다.하지만 동시에 음모론은 매력적이다.어느 정도의 ‘사실일 가능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이번에 가출청소년 문제와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를 동시에 취재했다.청소년 복지 예산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