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치를 낮추자

용산 참사는 서울 한복판에서 조용하게, 혹은 혼잡스럽게 우리에게 달려왔다가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2월 내내, 어김없이 촛불 추모대회가 청계천변에서 일어났습니다.전경들도 기다린 듯이 광화문 역전서부터 청계천까지 배열을 맞추고 구호를 외치며 부리나케 자리를 잡습니다.그 사이를, 방패막이를 든 전경의 허리 밑에서 유치원을 다닐만한 코찔찔이 꼬마들이 뛰어 노닙니다.그리고 그 옆을 아랑곳 않고 직장인들이 쏘아 지나다닙니다.

용산 참사는 서울 한복판에서 조용하게, 혹은 혼잡스럽게 우리에게 달려왔다가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2월 내내, 어김없이 촛불 추모대회가 청계천변에서 일어났습니다. 전경들도 기다린 듯이 광화문 역전서부터 청계천까지 배열을 맞추고 구호를 외치며 부리나케 자리를 잡습니다. 그 사이를, 방패막이를 든 전경의 허리 밑에서 유치원을 다닐만한 코찔찔이 꼬마들이 뛰어 노닙니다. 그리고 그 옆을 아랑곳 않고 직장인들이 쏘아 지나다닙니다. 누구도 전경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6월 촛불정국 이후, 전경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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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에 돌이 있습니다. 무거운 바위를 들고 나서 약간 더 무거운 바위를 들게 되더라도 무게 변화를 느끼지 못합니다. 반대로 조약돌을 쥐었다가 바위로 바꿔 쥐면 너무 무겁게 느껴지지요. 감각적인 변화를 느끼려면 처음 가해진 자극보다 어느 정도 이상의 더 큰 자극을 가해야 합니다. 이를 두고 ‘베버의 법칙’이라 일컫는데, 일상적인 익숙함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익숙하지 않다는 것’은 불편하나, 감각을 일깨우게 합니다. 역치를 낮춥시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합시다. 성깔 참 까다롭다고요? 그 변화가 서서히 우리를 잠식하는 것에 길들어진 것은 아닌가요. 익숙해서 지나치던 많은 일들을, 에서는 한번 들춰보렵니다. ‘여성은 사회를 장악하기 시작했고, 통일은 교과서에서나 배우는 거 아니에요?’ ‘겨우내 정문 앞에 황우석 지지자들의 시위는 아직도 계속 하나봐요.’ 그러하다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시끄러운 소리 뒤편에 메아리 없는 외침은 언제나 귀 기울여야 하는 법입니다.참, ‘대학생’이란 말이 아직 낯선 새내기들을 위해, 곧 익숙해질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새내기특집을 마련했습니다. 헌내기들도 읽어보며 자신의 역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재밌겠습니다. 이번 호를 ‘익숙함과의 한판!’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만은 익숙해지길 바라는 게 제 작은 역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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