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 환경과 경제의 앙상블

제목지난달 16일 정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녹색성장위원회’로 통합하며 녹색성장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동시에 녹색성장사업의 일환으로 ‘생태관광(Eco-tourism)’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가 한국형 생태관광 세계화 10대 모델사업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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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난달 16일 정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녹색성장위원회’로 통합하며 녹색성장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동시에 녹색성장사업의 일환으로 ‘생태관광(Eco-tourism)’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가 한국형 생태관광 세계화 10대 모델사업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숨겨진 생태계의 보고인 DMZ를 필두로 해, 람사르 습지로 유명한 창녕 우포늪,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 등 전국 곳곳의 다양한 지역에서는 생태관광이란 이름을 내걸고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있다.개발과 보전, 두 마리의 토끼를 잡다생태관광이란 용어는 1983년에 처음 등장했다. 기존의 대량관광(Mass Tourism)이 수익창출을 위해 환경을 파괴시켜서 문제가 됐다면, 생태관광은 그 대안으로서 관광을 통해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관광유형으로 주목받아 왔다. 김성일 교수(산림과학부)는 “생태관광은 시장성과 환경성을 조화시키는 것이지, 어느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태관광을 특성을 설명했다. (주)그린리서치 강미희 이사도 “생태관광은 여행자의 즐거움과 만족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곳의 환경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며 생태관광이 대량관광과 비교해 갖는 차이를 언급했다.이런 측면에서 생태관광에 있어서의 ‘교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성일 교수는 “생태관광이 단순한 생태‘구경’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거운 것이다. 관광객의 생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태교육이 이뤄져야 관광객을 더 유치하고 관광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고, 관광객에게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귀곤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역시 “생태관광은 고품격·고부가가치 미래상품인 동시에, 환경보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생태관광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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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도부터 생태관광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96년도에 이미 생태관광인증제도를 도입한 호주.

이미 오세아니아·북중미에 위치한 관광선진국들은 90년대부터 생태관광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다. ‘생태관광인증제도’로 대표되는 호주는 2001년 기준 3000여개 가량의 생태관광업체가 활동 중이며, 직접적인 생태관광수입만도 연 10억 달러에 이르는 실정이다. 북중미의 국가들도 철새탐조관광만으로 매년 6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해 2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다생태관광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면서도 적절하게 계획하고 운영·관리하면 지속가능하다는 측면에서 ‘황금알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그러나 ‘생태’관광이 아닌 생태‘관광’은 자칫하면 외부영향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생태자원을 훼손하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이 될 지도 모른다. 김귀곤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생태관광사업은 단순히 생태자원을 구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생태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소홀히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강미희 이사도 이에 관해 “(생태관광이 시행되면서) 세계적으로 여러 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됐고, 무늬만 생태관광인 관광으로 인해 오히려 환경을 죽이는(ecocide) 관광이라는 적나라한 공격을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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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원의 수용력을 넘는 대량관광은 지양돼야 한다. 수많은 관광인파에 몸살을 앓아 온 동강의 모습.

오늘날 생태관광대국으로 성장한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역시 90년대 초 적극적인 관광정책을 추진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환경보전에 입각한 생태중시형 관광에서 경제적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중시형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동강 역시 래프팅 체험 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생태계의 수용력 범위를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동강이 동강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생태관광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은 생태자원이 보전될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겨울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충남 천수만은 최근 개발로 오염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철새의 수가 줄어들었고, 이는 관광객 수의 감소와 지역경제의 쇠퇴로 이어졌다.이런 문제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생태관광의 개념이 정확히 확립되지 못했으며, 이해당사자들의 인식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강미희 이사는 “많은 곳에서 생태관광을 언급하고 있지만, 기존의 대중관광, 자연관광, 농촌관광 등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을 토로했다. 지역주민들이 단기적 이익에 몰두해 대량관광단지 유치를 원하거나, 관광개발자들이 환경친화를 운운하다가 대량관광과 다를 바 없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개념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다. 김성일 교수도 “정부가 생태관광을 마치 R&D사업처럼 생각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으려고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관건은 조화를 이루는 것결국 생태관광은 원론적으로는 옳은 일이되, 각론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시행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리고 이는 생태관광의 여러 요소를 융합하는 일, 나아가 각 주체의 역할을 조화시키는 일로 이어진다. 김성일 교수는 생태관광의 요소를 크게 ‘교육프로그램·지역주민의 참여·환경보전’으로 설명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관광 선진국인 뉴질랜드의 경우 이런 요소들이 잘 조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관광객들에게 생태관광에 앞서 프로그램 소개와 예비교육을 하며, 가이드가 관광객과 동행하면서 직접 설명과 안내를 한다. 대부분의 사업은 지역 원주민이 생태관광프로그램 운영의 주체가 되며, 수익금도 그들이 관리한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관광객 규모는 5명에서 20명 사이로 제한되는 한편, 수익금은 생태자원의 보존 및 연구개발비용으로 충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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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원을 보호하면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오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지 순천만 갈대숲.

한편, 한국에서는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이 이상적인 생태관광 모델에 가장 가깝다. 람사르 총회 개최지로 더욱 유명해진 순천만 자연습지는 자연생태관을 통해 관광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순천시는 자동차가 만 근처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만 가까이에 있던 식당이나 주차장 부지를 이전하는 등 생태자원보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만 근처의 나대지·농경지도 매입해 습지로 복원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역주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순천만은 매년 200만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800억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한국대표의 생태관광지로 부상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생태관광이 이뤄지려면 우선 주체 간의 역할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관광을 전담하는 범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 91년 설립된 호주생태관광협회, 스코틀랜드의 환경관광포럼 등이 그 예다. 김귀곤 교수는 “생태관광의 특성상 여러 계층의 이해당사자가 얽히게 된다. 이를 조화롭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생태관광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유연하게 자신들의 역할과 요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투명한 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강미희 이사도 “지역주민과 전문가, 지자체 등이 어우러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같은 뜻을 밝혔다.생태관광대국으로서의 한국을 바라며생태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생태관광은 1990년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해 왔으며, 특히 생태관광은 생태적으로는 풍부하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 간 경제격차 심화가 대두되고, 지방 농촌의 경제가 몰락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이켜봤을 때 생태관광은 여러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99년 시작한 함평나비축제의 경우 투자비용의 20배 가량의 수입을 올리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으며, 특히 직접적인 소득 외에도 지역특산물인 유기농호박의 간접적인 홍보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제점은 지역주민들에게 이 수익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녹색사회연구소 김경화 사무국장은 “생태관광은 생태자원을 지역사회의 공유재산으로 생각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익이 지역주민들에게 환원되고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소득분배가 제대로 돼야 지역주민들에게 참여의 동기부여가 되고, 생태관광사업이 올바른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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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갯벌은 생태관광지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풍부한 곳이다. 생태관광의 향방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는지에 달렸다.

최근 정부가 생태관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아래 생태관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가 생태관광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김성일 교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습지, 갯벌, 철새도래지를 우리는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생태관광지 조성에 힘쓰고, 마케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 생태관광의 비젼을 제시했다. 김귀곤 교수는 “생태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법제도적인 뒷받침은 물론이고, 재정적·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생태자원 관련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단순한 경제논리만으로는 생태관광은 결코 ‘생태관광’이 될 수 없다. 강미희 이사는 “호주와 코스타리카의 정부는 생태관광시장이 확산되기 전에 이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인증제도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오늘날 생태관광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생태관광은 생태자원의 보전이 전제됐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김경화 사무국장도 “한국에서 생태관광이 적합한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생태관광이 지향하는 바에는 동의하지만, 한국에 알맞은 생태관광을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생태관광사업 추진에 보다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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