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학기, 한번은 황우석 지지자들이 확성기가 달린 차를 교내에 몰고 와서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이 ‘서울대는 폐교하라’, ‘매국노 앞잡이 서울대’와 같이 모든 서울대생들을 겨냥한 것이기에 몇몇 학생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곧 본부 직원들이 와서 제제를 가했지만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대학 내부로 경찰이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황우석 지지자들의 시위에 대해 경찰은 경이로울만큼 차분했다. 취재 중 인터뷰를 했던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시위자들의 집회에 관한 기본권을 언급하면서 경찰서가 쉽게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몰 이후에 현수막과 천막을 치고 시위를 하는 행위도 합법적인가 물었을 때의 대답도 같았다. 개입하기 힘들다는 답변 이었다.그렇게 보면 황우석 지지자들의 시위는 순탄하게 이어져왔다. 그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시위했던 촛불집회는 우여곡절을 심하게 겪었으니 말이다. 황우석 지지자들은 촛불집회 때처럼 일몰 이후 집회를 하고 때로는 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보수언론이 촛불을 폭력집회로 규정할 때 황우석 지지자들도 쇠망치를 들었다하고, 촛불집회가 ‘이명박 OUT’을 외칠 때 황우석 지지자들도 ‘매국노 서울대 OUT’을 외쳤으니 둘 다 현행법의 금을 넘봤던 시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한 쪽은 불법시위로 물대포를 맞았고, 다른 쪽은 경찰로부터 자유를 선사 받았다. 교문 앞에 광우병과 황우석에 관한 현수막을 나란히 걸었지만 광우병에 관한 현수막만 철거됐다는 사실도 일례다. 누구에게나 공정할 줄 알았던 대한민국 공권력은 그렇게 ‘case-by-case’로 그 개입 여부를 취사선택하고 있었다.이명박 대통령이 늘 강조하던 것이 법치와 공권력 확립이다. 공권력 확립, 참 좋은 말이다. 누구에게나 국가의 권력이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사회에서 그나마 ‘평등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공권력 확립은 이미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권력이 강해지는 것의 여부를 떠나서 이미 공권력은 ‘공정하다’라는 요소를 잃어버렸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눈에는 집회 마다 제각각 다른 종류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이는가 보다.공권력이 ‘case-by-case’가 되면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법치도 필연히 무너지기 마련이다. 명확한 기준 없이 행사되는 공권력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모호하게 만든다. 물론 공권력은 국민의 기본권을 더 잘 보장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다만 ‘공정하다’라는 최소한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이상 실질적 법치는 공상에 불과하다. 시위라는 비교적 작은 것에서부터 공권력의 적용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법치도, 공무원이 좋아하는 질서 확립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좀 확실하게 합시다
작년 2학기, 한번은 황우석 지지자들이 확성기가 달린 차를 교내에 몰고 와서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이 ‘서울대는 폐교하라’, ‘매국노 앞잡이 서울대’와 같이 모든 서울대생들을 겨냥한 것이기에 몇몇 학생들이 항의하기도 했다.곧 본부 직원들이 와서 제제를 가했지만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물론 대학 내부로 경찰이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이 아니다.하지만 황우석 지지자들의 시위에 대해 경찰은 경이로울만큼 차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