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G_0### |
| 황라열 |
| ###IMG_1### |
| 박진혁 c 대학신문 |
| ###IMG_2### |
| 이지윤 |
9월 22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총학생회 회칙(총학생회칙)이 개정됐다. 이번 개정은 이전과는 다르게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칙의 변화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회칙개정준비모임(준비모임)이 과거 총학생회칙을 수집해 개정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수집된 자료에 따르면 1987년에 작성된 총학생회칙은 1992년까지 실질적으로 기능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1992년에 이르러 총학생회칙을 기본적인 규범으로 보고 이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처음으로 제시됐던 것을 보면, 생각처럼 총학생회칙의 출발이 화려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총학생회칙은 이후 각 단대를 비롯한 자치단위가 작성한 학생회칙의 모델이 됐다. 이는 각 자치단위의 학생회칙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칙과 같이 일반적으로 회원-총회-운영위원회-학생회장 순으로 서술되고 있으며, 일부 조항의 경우 문구가 아예 똑같다는 사실로부터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학생사회의 관례가 표준적인 학생회칙으로 정리되면서 점차 학생사회의 규범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 ###IMG_3### |
| 9월 22일 전학대회에서는 총학생회칙 개정안이 통과됐다. |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형식적 수정이 두드러져 총학생회칙이 이번 개정을 통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어떤 조항이 언제 개정됐는지를 확인하여 이를 명기한 것이다. 준비모임은 과거 전학대회 자료집을 수집하고, 이를 참고해 총학생회칙의 변동사항을 하나씩 명기했다. 이를 통해 현행조항만 있던 총학생회칙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알 수 있게 됐다. 총학생회칙이 그 역사적 변화까지 담아내게 된 것이다.
| ###IMG_4### |
| 개정된 학생회칙에는 개정 연혁이 정리되어 반영됐다. |
그렇다고 내용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총회와 관련된 조항부터 산하기구에 이르는 조항까지 전체적인 수정도 이뤄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의원의 자격에 관한 것이다. 준비모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홍준기(법학 08) 씨는 “종전에는 대의원 자격을 전학대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확정하곤 했는데, 자치단위 내부의 동의를 얻었는지 명확하게 확인하는 절차 없이 관행적으로 스스로 대표자라고 주장하면 이를 인정하곤 했다”며 “종종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이를 묵인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에서는 전학대회 8일 전에 이루어지는 소집공고와 동시에 현 대의원 명단을 공고하고, 3일 전까지 권한대행을 확정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직접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것을 대의원 자격으로 명시해 엄격을 기했다. 각종 성립조건과 정족수에도 변화가 있었다. 일단 연건회원을 임의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전부 삭제했으며, 전체학생총회의 성립조건을 회원 1/5의 출석에서 회원 1/10의 출석으로 낮췄다. 비상학생총회라는 이름으로 관례적으로 인정하던 규정을 명문화한 것이다. 또한 전학대회에 의안을 발의하기 위해서 과거에는 회원 30인 이상의 연서만을 요구했던 반면 이번 개정에서 회원 100인 이상의 연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회칙개정에는 기존에 대의원 1/3 이상의 발의 또는 회원 500인 이상의 연서를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대의원 1/5 이상 또는 회원 200인 이상의 연서로 발의조건을 완화했다. 다만 의안과 회칙개정 모두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발의할 수 있어 이번 개정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번 개정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은 산하기구와 관련된 조항들이었다. 특히 예산자치위원회와 자치도서관과 관련된 조항들이 크게 변했다. 기존에 예산자치제 조항에 규정됐던 예산자치위원회가 문화자치위원회로 개명되고, 그 업무가 단순 예산지원에서 물품지원과 예산지원을 통해 자치활동을 활성화하고 동아리연합회가 관할하지 않는 공간에 대한 조정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또한 자치도서관이 총학생회의 지원을 받는 대신 각종 학생사회의 기록 보존 및 학술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학생사회의 갈등과 함께한 총학생회칙 최근 수년간 총학생회칙은 학생사회의 변화와 함께했다. 2006년 사상 초유의 총학생회장 탄핵은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당시 황라열 총학생회장은 ▲허위 경력 유포 ▲독단적 행동 ▲학내 구성원 비방을 이유로 2006년 6월 12일 전학대회에서 탄핵됐다. 하지만 곧 전학대회의 성립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총학생회칙 제 3조 1항 ‘본회의 회원은 본교의 학사과정 재학 중인 자로 한다’라는 조항이 문제가 됐다. 전학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중 일부가 휴학했기 때문에 회원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많은 학생회장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휴학을 한다. 하지만 이런 관행에 대한 논란과 상관없이 당시의 문제제기가 엄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휴학했던 대의원은 단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이 경우 단대 학생회칙의 신분보장 조항에 따라 사임 또는 탄핵이 아니고서는 회장 자격을 상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9년 법인화 총투표 당시에도 총학생회칙의 규정을 두고서 논란이 벌어졌다. 2008년 동맹휴업 총투표도 연장투표 끝에 성사됐지만, 2009년 총투표는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재연장투표를 거쳤다. 일반적으로 총투표과 관련된 사항은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을 준용했는데, 총학생회 선거의 경우 투표를 2번 이상 연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총학생회칙에는 총투표 시행절차와 관련된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고, 다만 총학생회칙 제 14조 총투표 조항이 ‘회원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시 총운위는 재연장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으며, 오랜 토의 끝에 재연장을 결의했다. 재연장 끝에 성사된 총투표는 9월 30일 법인화 반대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이었던 박진혁(경제 05) 씨는 ‘불가피하게 세칙을 어기고 재연장하기로 결정했다’(대학신문 2009년 10월 1일)고 발언했으나, 당시 총학생회칙은 총투표 시행세칙 자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2009년 말 서울대 학생사회를 뒤흔들었던 부정선거 의혹의 후폭풍 속에서도 총학생회칙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당시 53대 총학생회 선거는 재선거 끝에 무산됐고, 결국 이듬해인 2010년 초에 실시된 재선거도 무산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칙이 또다시 갈등의 중심에 놓였다. 이번에도 총학생회칙 제 3조 1항 ‘본회의 회원은 본교의 학사과정 재학 중인 자로 한다’라는 조항이 문제였다. 이때 문제가 된 이유는 ‘회원’만 가지는 선거권과 피선거권 때문이었다. 당시 가투표율은 50.3%로 간신히 과반을 넘긴 수준이었다. 그러나 재선거관리위원회가 총유권자수를 실제 유권자수보다 200명 적게 계산하는 바람에 문제가 심각해졌다. 총유권자수를 바로잡기 위해 200명이 추가되면 투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되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논란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당시 4월 16일을 기준으로 유권자명부를 작성했는데, 일부 선본들이 4월 21일이 휴학신청 마감일이었으므로 4월 30일에 마무리된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휴학생들 수를 유권자에서 제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부후보가 휴학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제가 엉뚱하게 번졌다. 휴학생의 후보등록은 인정하면서 투표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갈등 끝에 일부 선본이 재선거관리위원들을 ‘선거무산세력’이라고까지 비난하면서 감정적 대립이 벌어졌다. 결국 재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이규열(농경사 06) 씨를 비롯한 위원들이 연이어 사퇴하면서 사실상 재선거관리위원회가 해체됐다. 이어 새로운 위원들이 충원된 재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당시 재구성된 재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오나영(컴공 07) 씨는 휴학생을 제외한 선거인 명부의 채택을 주장했으나, 다른 위원들은 16일을 기준으로 한 선거인명부의 채택에 합의했다. 결국 오 씨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다른 위원들이 위원직 사퇴를 결의하자 본인이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에 16일 명부를 기준으로 재선거 무산이 공고됐다. 학생사회의 총의를 모으는 선거과정에서 시행세칙의 미비로 인해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오히려 학생사회를 혼란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다. 김수현(경제 08) 씨는 그 당시를 “선거가 연속적으로 파행으로 흐르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학생사회가 기성 정치판과 뭐가 다른 것인가라는 심각한 회의가 들었다”고 회고했다. 2011년 5월 30일 비상총회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원래 전체학생총회는 회원 1/5의 출석으로 개회하게 돼있다. 하지만 관례적으로 비상학생총회의 경우 회원 1/10의 출석으로 개회해왔다. 하지만 정작 이는 총학생회칙 어디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번 회칙개정을 통해서 사실상 비상총회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승인했다고 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비상총회의 결정을 부정하더라도 딱히 이에 반박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이렇게 구체적인 조항들이 논란이 된 경우 총학생회칙은 곧 개정됐다. 총투표 재연장 논란 이후에 총투표 시행세칙을 시행하는 것으로 총학생회칙이 개정됐으며, 휴학생 투표 논란 이후에는 휴학생이 총운위의 의결을 통해 회원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총학생회칙을 개정했다. 비상총회 정족수 논란 이후에는 정족수를 변경하기도 했다. 이처럼 총학생회칙은 학생사회의 기준이었으나, 문제가 발생하면 총학생회칙은 그에 뒤따르듯 개정되곤 했다. 기준으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측면이 컸다. 학생사회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 6월 25일 임시 전학대회와 2011년 하반기 전학대회 이후 총학생회칙의 근본적인 구조가 문제시 되고 있다. 학생사회 일반을 과연 전학대회가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총회를 통해서 결정된 사항을 전학대회가 뒤집을 수 있는지, 전학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이 소속 자치단위에 소속됐다고 간주되는 학생들의 의사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가 문제다. 5월 30일 비상총회 이후 이어진 본부점거 과정에서 기존의 과/반 학생회를 통해서 의견이 대표되지 않는 이른바 ‘원자’들의 존재가 확인됐고, 이들의 의사가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다는 것 또한 여러 차례 총운위와 각 단대 학생회의 입장표명, 총학 집행부의 구두발언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원칙적으로 총학생회칙은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되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대의기구에 위임하는 형태이다. 이번 회칙개정을 준비했던 홍준기 씨는 “원래 각 대의원과 총운위원들은 일종의 기속위임(자유위임과 달리 위임된 범위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음)을 받은 것이고, 인민민주주의적 원리에 따라 대의기구가 의결한 바는 곧 학생 일반의 의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본래 민주집중제적 원리는 각 단위에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고 이 토론의 결과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사회는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기는커녕 가장 중요한 대의기구인 전학대회의 성사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학대회에 참여해야 할 자치단위의 대표자가 궐위인 경우도 상당하고, 대표자가 존재해도 그 절반이 모이기 힘들어 전학대회의 개회가 몇 시간씩 늦어지곤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논의를 통해 학생사회 일반의 의사가 수렴된다는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전학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이 대표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다. 이번 전학대회를 기준으로 가장 적은 재학생을 대표한 대의원은 재학생이 54명에 불과한 산업인력개발학과 학생회장이고, 가장 많은 재학생을 대표한 대의원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회장으로 724명에 달하는 재학생을 대의했다. 그 차이는 약 13배에 이르지만 정작 전학대회에서는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도록 돼있다. 단대 차원에서도 재학생이 1500명이 되지 않는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전학대회에 15명의 대의원을 보내는 반면 재학생이 3500명을 넘는 공과대학에 14명의 대의원이 배정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재학생이 400명을 넘는 재료공학부와 화학생물공학부는 아예 대표자가 궐위 상태이다. 이런 대의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학대회가 내린 결정에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유권자수의 차이가 3배 이상이 날 경우 평등한 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어느 한명의 의사가 다른 사람의 의사보다 더욱 가중되거나 과소하게 평가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한다는 취지였다. 학생사회에 이보다 훨씬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문제는 명백하다. 이런 대의의 문제는 총운위도 예외가 아니다. 각 단대별로 인원의 차이가 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일부 단대 학생회장 선거가 무산되면 총운위의 대표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이 문제다. 올해 초 사회대, 사범대, 공대 학생회장이 공석이었는데, 이들 단대의 학생 수를 합하면 약 7000여명으로 서울대학교 학부생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였다. 일반적으로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는 것을 감안하면, 총학생회칙이 규정하고 있는 총학생회장, 총운위, 전학대회와 같은 대의기구들은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 ###IMG_5### |
이제 총학생회칙이 학생사회의 논란과 발전을 훈장처럼 달고 나타났다. 과거 총학생회칙이 변해온 과정을 볼 때, 총학생회칙이 변화를 선도해온 것이 아니라 학생사회의 변화가 총학생회칙을 변화시켜왔다. 이번 회칙개정을 주도한 홍준기 씨는 총학생회칙의 의의를 “학생사회의 골격을 잡아주는 것이고, 서로 상이한 가치를 추구하는 학내 집단들이 기본적으로 합의한 바”라는 점에서 찾았다. 학생사회를 담아내는 틀이 총학생회칙이라 할 때, 총학생회칙의 제도들이 제대로 학생사회를 대의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남겨진 질문은 학생사회가 새롭게 틀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 ###IMG_6### |
| 홍준기 씨는 총학생회칙을 학생사회의 골격에 비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