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공간 조정에 자치란 없다?!

우리나라에서 넓기로 유명한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는 475만 6천㎡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속된 건물만 해도 198개에 달한다.그럼에도 고질적인 공간 부족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지속적인 공간 재분배와 리모델링, 건물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공사는 주로 방학 중에 많이 진행된다.방학기간이 선호되는 이유는 학생이 적고,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넓기로 유명한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는 475만 6천㎡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속된 건물만 해도 198개에 달한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공간 부족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지속적인 공간 재분배와 리모델링, 건물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는 주로 방학 중에 많이 진행된다. 방학기간이 선호되는 이유는 학생이 적고,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2010년 겨울방학에는 세 개의 단과대학의 공간 재조정 사업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대학 학생들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며 반발했다. 반면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산 너머 산, 사회대 공간 조정 사회대 공간 조정 문제는 동아리 방 이전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작년 12월에 있었던 사회대 연석회의와 사회대 학생부학장의 첫 면담에서 학생부학장은 사회대 16동에 교수 연구실을 확보해야 한다며 2,3층의 동아리 방과 학생 자치 공간을 사회대 신양 3층으로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16동에 있던 동아리들은 그동안 공간 부족으로 인해 2~3개의 동아리가 한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동아리 연합회는 사회대 신양으로 이전해 공간이 넓어진다면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고, 합의는 이내 도출됐다. 그러나 학장단 측은 “16동에서 158.3㎡의 공간을 차지했던 동아리가 사회대 신양 3층의 283.77㎡에 달하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여학우 휴게실(여휴)을 같이 옮길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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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휴 내부에 붙어있던 게시판. 여휴 이전에 반대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동아리 방 이전 문제와 달리 여휴의 이전에 관해서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합의 도출이 어려웠다. 사회대 연석회의는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사회대 학장단과의 협상을 2주간 지연시켰다. 사회대 연석회의 공동의장 김동훈(경제 09) 씨는 “여휴의 경우 운영 주체와 이용자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의견 수렴이 어려웠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각 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휴 이전에 관련해 의견을 묻는 글을 올리고, 여휴 내부에도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을 묻는 게시판을 설치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반 내부에서도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고 반마다 입장이 엇갈렸다. 학장단이 약속한 더 넓은 공간과 쾌적한 환경을 이유로 찬성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접근성과 이용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대 학장단은 여휴를 옮길 수 없다면 사회대 학생회실이라도 옮기거나, 최악의 경우 협상을 깨고 학장단에서 임의로 옮길 공간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사회대 연석회의는 협상을 깨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학생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여휴를 이전하는 것에 동의했다. 여휴 이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바로 그날 학장단에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16동 공간 조정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대 학생부학장은 2011년 새 학기에 새로 부임하는 교수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16동 3층에 공간을 마련해야한다며 3층에 있던 5개 과/반의 과방을 2층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학장단의 입장에서는 다른 과 사무실이나 조교실을 옮기는 것 보다는 과방을 옮기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과방을 옮길 경우 지원금이나 시설물 측면에서 추가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연석회의 측은 각 반의 대표와 학생부학장의 만남과, 반 대표들의 공간 조정 위원회를 마련해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5개 반 중 4개 반은 2층으로 이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꼼반 만이 절차상의 문제와 반 구성원들의 의견을 이유로 반 방 이동에 반대했다. 언론/꼼반의 학생회장 문영찬(경제 08) 씨는 “기존의 과방이 학생들이 오래 거주했던 공간이기도 하지만, 학생부학장의 일방적인 통보에 학생들이 그대로 따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반 내 의견이 모여졌다”며 반대의 이유를 밝혔다. 언론/꼼반은 따로 학장단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과방 이동에 동의하게 됐다. 학장단이 5개 과/반의 과방이 모두 옮겨가지 않을 경우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다른 반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동에 합의한 것이었다.동아리 의견 수렴이 어려웠던 인문대 공간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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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중인 8동의 모습.

인문대의 공간 조정 문제는 8동의 리모델링으로 인해 그 곳에 동아리 방이 있던 노래패 ‘함성’이 9동으로 이전하면서 9동의 동아리 공간 사용에 혼성을 빚게 된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작년 11월 인문대 학생부학장은 8동의 리모델링 결정 사실을 인문대 학생회 측에 통보하고 공간 재조정을 위해 학생회와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인문대 학생회 측은 올해 동아리 연합회가 설립되지 않은 것을 몰랐고, 그동안 동아리 문제는 행정실에서 처리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 당시 법인화 등 다른 문제로 학생회가 바빴던 것 역시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게 된 이유였다. 그 결과 공간 조정 문제는 학생부학장과 동아리 대표 간의 면담으로 진행됐다. 인문대 건물들은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인문대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리모델링을 계획해 실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 건물의 강의실이나 과방, 동아리 방들은 건물을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7동에 동아리 방을 두고 있는 천주교 동아리 ‘FIAT’의 경우 10년 넘게 머물었던 3동이 리모델링하게 됨에 따라 1동으로 옮겼다가 다시 7동으로 옮겨 지금의 장소에 자리 잡았다. ‘FIAT’의 동아리 회장 이가영(작곡 석사과정) 씨는 “기존의 동아리 활동 지속에 어려움이 생기고, 임시로 정해진 동아리 방과 동아리 활동의 특성이 맞지 않다”며 동아리방의 잦은 이전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도와 같이 조용한 활동을 주로 하는 동아리가 다른 동아리와 방을 쓰면서 동아리 활동에 방해를 받는 것이다. 밴드나 노래패와 같이 비교적 큰 소리가 나는 동아리들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또한 리모델링으로 인해 동아리 방을 옮겨야 했던 동아리들이 리모델링 후에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역시도 미지수다.  그러나 인문대의 경우 동아리 간 의견 수합이 쉽지 않았다. 동아리 연합회가 없었고, 인문대 동아리로 등록된 10개의 동아리 모두가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학장단과의 면담에서 그들의 요구사항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함성’의 동아리 회장 김진민(미학 04) 씨는 “사전에 동아리끼리의 의견 교환이 부족해 학장단과의 면담에서 각자 동아리의 사정을 설명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들었고,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요구사항을 피력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면담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표했다. 대안의 부재, 자연대 공간 조정 자연대 역시 건물 리모델링으로 학생 자치 공간이 사라졌다. 문제는 대안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24동의 리모델링이 시작되면서 해당 건물에 있던 통계학과의 과방이 없어졌다. 리모델링이 시작되기 전에 통계학과 과방의 처분에 대한 사전 논의는 없었고, 사후 대책 역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동안 기존의 통계학과 과방을 사용하던 학생들이 임시로 사용할 공간이 제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이 완료된 이후에도 과방을 다시 만들어주겠다는 확답도 학교로부터 받아내지 못했다. 졸지에 과방이 사라진 통계학과 학생들은 현재 수리통계학부 과방을 같이 이용하거나 전산실을 그들의 과방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대 학생회는 다음 학기에 리모델링이 끝날 예정인 24동의 라운지로 배정된 공간의 활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 공간을 통계학과 과방으로 전용하는 것을 협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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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동 2층의 전경. 동아리방과 학생회실이 복도에 가벽을 세운 공간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자연대의 공간 문제는 과방이 없어진 통계학과만이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대 건물에 소속된 자치 공간은 총 17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의 공간이 제대로된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자연대 학생회실을 포함한 8개의 공간은 설계도면 상의 복도에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 외에도 옥상에 지붕을 설치해 동아리 방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면, 건물의 지하계단과 바닥 사이의 공간을 동아리 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대 학생회장 최광종(물리천문 08) 씨는 “이런 열악한 상황은 학교로부터 동아리 방이나 과방이 자치 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했다.공간 문제, 학생과 학교 모두의 책임 공간 조정 문제는 단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와 관련 있는 문제만은 아니다. 공간이 학생 자치 활동에 지니는 의미를 인식해야 공간 문제의 본질에 닿을 수 있다. 최광종 씨는 “공간은 자치 활동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공간이 자치 활동의 물질적 기반으로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공간의 조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는 것은 자치 활동이 그만큼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학교와 학생 간의 힘의 차이는 이러한 자치 공간의 위협에 한 원인이 돼 왔다. 김동훈 씨는 “학생과 학교의 협상에 있어서 이러한 힘의 관계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힘의 관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학교 측의 학생 자치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이를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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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 학생회장 최광종 씨는 공간 조정 문제에 “학생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종 씨는 공간 조정 문제의 원인으로 학교의 배려 부족 외에도 학생들의 자치 활동에 대한 의식이 많이 사라진 것과 자치 활동의 방법을 잃어가는 것을 꼽았다. 인문대 학생부학장 최윤영 교수는 “교수 연구실도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교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 하나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인문대 공간 조정 문제에서 느낀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사회대 역시 학생회가 없어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간 문제에는 학생과 학교 모두의 책임이 있는 만큼, 그 해결책 역시 한쪽에서만 구할 수 없다. 서울대 규정에는 ‘대학은 학생들의 건전한 자율적 활동을 신장, 활성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반사항을 적극 지원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이 규정에 따르면 학생은 학칙과 학생회칙에 규정된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행사 이행하여 건전한 학생활동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치능력을 함양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적극 지원해줘야 하는 만큼, 학생들 역시 그들의 자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 활동이 활발해지면 강의실을 줄여서라도 자치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최윤영 교수의 말과 “학생회의 임기는 1년에 지나지 않아 공간 문제와 같은 장기적 문제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학생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최광종 씨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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