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총학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선거, 어디서 많이 보던 선거다. 벌써 3번째 진행되고 있는 53대 총학생회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악은 너무 고요하다. 예전에는 리플렛을 너무 많이 받아서 짜증이 난다던 학우들도, “선거가 하는 중이냐”고, “지금 선본에서 어떤 얘기를 하고 있냐”고 물어본다. 예전에는 선거 시기만 되면 모든 게시판을 뒤덮었던 자보들도 올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작년 첫 번째 53대 총학생회선거가 ‘투표함개봉의혹’과 ‘도청사건’ 등으로 무산됐을 때 학생사회·학생사회정치는 그 신뢰를 잃었다. 올해 3월 재선거가 실시되었지만, 학우들의 무관심으로 다시 한 번 무산되었다. 아니,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무산된 선거가 지나고 다시 11월이 찾아왔다. 세 번째로 찾아온 53대 총학생회 선거에, 선본보다는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패널로 참여하게 되었다. 두근두근 기대됐다. 선거가 시작되고 선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패널로 참여했는데, 선본들의 내용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서 우리도 활동을 만들어나가기가 조금 어렵다. 지난 재선거부터 선본들의 이야기를 공평하게 들어보고자 선본 게시판도 따로 마련하고, 선거운동으로 다른 이야기들이나 소식들이 매몰될까 선거운동금지 게시판도 마련됐다. 물론 패널에게도 게시판이 할당됐다. 하지만, 그 게시판들이 얼마나 선거자보들로 채워져 있는지 잘 모르겠다. 원래 잃었던 신뢰 속에서 그래도 선거분위기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본의 몫이 아닐까 한다. 선본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책자료집 파일을 받아보고 알았다.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이 정책 자료집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얼마나 우리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예를 들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2007년 3월 선거에 모 선본에서는 ‘VIPS 30%할인 공약’을 가지고 나왔고 학우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선거의 어떤 논의가 학우들 사이에서 얘기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정책자료집에서는 이것저것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많은 내용들이 나와 있었지만, 실제로 선본들이 어떤 지점을 중점적으로 알리고 싶은 것인지, 혹은 알리고 싶은 것들의 현재 진행 상황을 잘 알고 있는지 대한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몇몇 공약들은 과거 다른 선본들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것들, 과거에 실현되지 않았던 것들, 혹은 학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왔던 것들도 많이 있어서 이것을 ‘굳이 여기서 얘기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난 두 번의 53대 선거가 그랬던 것처럼 선거가 무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선관위, 선본, 패널, 그리고 모든 관악의 학우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총학생회의 학생회장이 될, 그리고 집행부를 꾸리게 될 선본이 아닌가 한다. 자신들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학생회를 세우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