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75동을 움직이나

75동 건물의 모습.농생대학생회가 전개한 ‘공간투쟁’의 결과, 75동 1층 일부분은 농생대 자치공간이 됐다.학내 자치 공간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매번 선거철이 되면 자치 공간 확충을 위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공간 문제가 해결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공간이 부족하다보니 공간 배정도 문제다.동아리 방을 배정받지 못한 동아리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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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동 건물의 모습. 농생대학생회가 전개한 ‘공간투쟁’의 결과, 75동 1층 일부분은 농생대 자치공간이 됐다.

학내 자치 공간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선거철이 되면 자치 공간 확충을 위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공간 문제가 해결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공간 배정도 문제다. 동아리 방을 배정받지 못한 동아리가 한둘이 아니다. 각 단대에 동아리가 분포하다보니 학생처에서도 정확하게 실태 파악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가운데 75동(복지관)의 공간 배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2003년 시작된 공간투쟁, 75동 사용권 확보75동 자치 공간 문제는 농업생명과학대학(농생대)이 수원캠퍼스에서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2003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농생대학생회는 ‘공간투쟁’을 전개했다. 이는 관악캠퍼스에 부족한 농생대 과/반 공간, 동아리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었다. 2006년 당시 농생대학생회장이었던 황종섭(지역시스템공학 03) 씨는 “공간투쟁을 전개한 결과 2005년에는 과/반 공간을 확보했고, 2006년에 동아리 공간을 확보했다. 당시 공간투쟁 승리를 선포했다”고 말했다. 75동 공간 사용에 대해서는 총학생회 집행부, 학생처, 농생대학생회가 모여 협의를 했다. 황 씨는 “논의 결과 75동 1층 공간의 일부를 농생대 동아리 방으로 사용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금 이 공간이 농생대 동아리 방이 아니라 총학생회가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총학생회 집행부는 75동 1층에 남학생휴게실을 설치했다. 제51대 총학생회, 자의적 공간사용에 대한 의혹제51대 총학생회장 전창열(동생공 05) 씨는 “75동은 얼마 남지 않은 총학생회 관할구역이다. 2006년에 농생대학생회와 75동 공간사용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지만,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전 씨는 “실천가능 선본은 ‘남휴선본’으로 불릴 만큼 남학생휴게실 설치는 우리 선본의 간판공약이었다. 선거 때 약속했던 부분을 반드시 이행하고자 했고, 남는 공간이 75동에 있었기 때문에 (75동에) 남학생휴게실을 설치했다. 임기 말이고 집행부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미숙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학생휴게실의 관리 문제는 이미 수 차례 제기된 바가 있다. 남학생휴게실 설치 이전의 공간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농생대의 한 학생은 “농생대와 관련 없는 단체인 SAF(Snu Agenda Forum)가 동아리 방으로 사용했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창열 씨는 “당선 이후에 75동 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논의 결과, 필요한 자치단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다. 마침 SAF가 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 왔기 때문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SAF 의장 조대연(인문2 07) 씨는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공간을 자의적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SAF가 올 한해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75동 공간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아마 나 뿐일 것”이라 밝혔다. SAF는 제51대 총학생회 유관단체로, 부총학생회장 박진혁(경제 05) 씨는 SAF 1기 의장이다. 또 SAF 홈페이지에는 동아리 방을 75동으로 소개한 게시물이 있어 의혹을 남기고 있다. 이 게시물은 2008년 1월 3일에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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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 홈페이지의 게시글. 75동에 동아리 방이 있다는 내용이다.

농생대 측, “당혹스럽다”

75동 문제에 대해 농생대학생회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전 농생대학생회장 이민녕(조경 05) 씨는 “총운영위원회 등의 자리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단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농생대 내에서도 공간 문제는 심각하다. 세미나실이나 추가적으로 만들어지는 동아리 방처럼 새롭게 요구되는 공간이 많다. 75동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농생대 동아리 중심으로 배정돼야 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씨는 “제51대총학생회는 의견수렴과 합의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간 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노력을 보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농생대동아리연합회(농동연) 측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농동연회장 최광환(동생공 06) 씨는 “동아리 방에 관해 매년 문제제기를 해 왔다. 공간부족으로 인해 많은 동아리들이 동아리 방을 얻지 못하거나 농생대에서 멀리 떨어진 두레문예관에 자리를 잡아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내가 속한 고전음악감상실도 동아리 방이 없어 활동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75동에 남학생휴게실이 설치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농동연 측에 상의 없이 이 일이 진행됐다는 점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생대 동아리 가운데 ‘고전음악감상실’, 대금 동아리 ‘만파식적’, 축구동아리 ‘휘모리’ 세 동아리는 자치공간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농생대의 각 동아리 회장들은 이 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풍물패 ‘두레’ 회장 최창조(산림환경학전공 07) 씨는 “두레는 동아리 방이 지하 1층 구석진 곳에 있다. 남학생휴게실에 가 봤는데, 그 공간은 동아리 방으로 사용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동아리 방이 없거나 환경이 열악한 농생대 소속 동아리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은 것이 가장 문제”라며 이 일이 비합리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농구동아리 ‘Saturn’회장 조용래(응용생물화학부 07) 씨는 “절차적 문제가 있지만, 이미 남학생휴게실이 생겼기 때문에 이용정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주위 사람을 봐도 남학생휴게실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용정도가 너무 낮은 것이 밝혀지면 동아리 방으로 이용하자는 목소리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향록연극회’ 회장 안경목(응용생물화학부 03) 씨와 사진동아리 ‘녹영’ 회장 유지원(응용생물화학부 05) 씨는 “행정실에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농생대 동아리에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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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대 자치공간으로 배정된 이 곳은 현재 남학생휴게실로 사용되고 있다.

75동 관리주체 불분명해

하지만 이 일에 대해 행정실 측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생대 학생주임 이삼규 씨는 “최근 75동의 공간 이용과 관련해서 직접적으로 한 일은 없다. 현재 농생대 동아리 방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는 파악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일은 모른다. 75동 공간 배정은 학생처 주도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학생처에서는 또 다른 의견을 밝혔다. 장재성 학생처장은 “75동은 본부와 관련이 없다. 본부가 관리하는 것은 학생회관, 후생관, 두레문예관 뿐이다. 75동은 농생대 행정실과 학생들이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75동 건물은 뚜렷한 행정적 주체가 없고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학내 공간 부족이 근본적 문제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학내에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창열 씨는 “총학생회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선본 방도 제공할 수 없을 만큼 여유 공간이 단 한 곳도 남아있지 않다. 남학생휴게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각 단대를 다 돌아봐도 남는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장재성 학생처장은 “학생들 자치 공간이 부족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선 시간강사나 대학원생 공간 확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내의 강사나 대학원생은 BK, HK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의무적으로 1인당 1.5평의 공간을 학교에서 제공해야 한다. 현재 학내에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장 학생처장은 “대학이 교육의 장이기도 하지만 연구를 위한 공간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또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것은 결국 대학 차원에서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축 건물에 자치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새로 지어진 신양학술정보관과 같은 건물에는 학생들의 자치를 위한 공간이 없다. 이와 관련해 시설과 관계자는 “학내 많은 건물들이 기부 채납의 형태로 신축된다. 기부 채납으로 지어지는 건물은 공간 사용에 있어, 돈을 기부한 사람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신축 건물이라고 해도 무작정 자치 공간을 확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창열 씨는 “학교가 연구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며 학생처장과 대조되는 의견을 보였다. 전 씨는 “학내 여러 공간에 ‘공간조정위원회’와 같은 권위적인 기구가 없기 때문에 공간 배정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생들 입장에선 당연히 있어야 하는 공간이 있다. 공간 문제는 첨예하고 복잡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소통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자치공간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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