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캠퍼스는 그야말로 ‘새내기천국’이다. 정든내기들에게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바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수월한 캠퍼스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 정도. 예컨대 점심시간에 붐비는 식당에서 빈자리를 찾거나, 동선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짜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정든내기들도 아직 내공이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 한 번에 대출하기’다. 1. 대출중
| ###IMG_0### |
| 도서 대출 및 반납 업무로 붐비는 중앙도서관 4층 출납대 |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책이 대출중인 경우다. 현재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단행본 한 종당 국내도서는 두 권, 외국도서는 한 권을 비치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과제를 위해 책을 대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변지예(심리 05) 씨는 “과제와 관련된 책인 경우 예약마저 곧 차기 일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의와 관련된 서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도서관에서는 매 학기 초 강의계획서에 근거, 강의용도서는 기초교육정보실 열람용으로 추가 구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학생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강의계획서가 미리 게시되지 않거나 실제 강의를 위해 필요한 책이 참고도서 목록과는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강의용도서 이외의 책에 대한 추가 구입 요청도 올라오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도서관에서는 2007년 하반기부터 예약률이 높은 도서(국내서 671종, 외서 205종)에 대해 추가 구입을 실시했다. 추가 구입 확대 여부와 관련, 중앙도서관 수서정리과 류운주 실장은 예산 추가 배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예약률이 높은 도서의 상당수가 일시적 유행을 타는 소설이나 에세이”라며 “장서의 질을 고려할 때 추가 구입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대출 수요에 비해 종류별 책 수가 적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출 기간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대출 기간은 14일(학부생)이나 예약도서가 아닌 경우 2회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처럼 기존 1회에 한정됐던 연장 가능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반납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2007년 7월부터 12월까지 예약대출대기 책 수는 월평균 3,300여권에 이른다. 연장 가능 횟수 확대 전인 2006년 같은 기간 2,200여 권에 비해 1.5배 증가한 수치다.2.검색결과가 없습니다.정확한 도서명을 입력했는데 소장 정보를 찾을 수 없다면 희망도서신청을 통해 도서 구입을 의뢰할 수 있다. 도서신청은 학부생의 경우 연20만원(2007년 기준)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이용자의 개별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제도이기는 하나 운영상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용자들은 수서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의 희망도서신청 유의사항에는 ‘도서 입수까지 국내서는 10일 이내, 외서는 40-50일 소요’라고 나와 있다. 여기에 주문 전 선정 과정과 입수 후 서지 정리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경우 국내서는 2주, 외서는 두 달 후에나 대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정은(영문 04) 씨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외서를 신청 했었는데 금방 읽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과제를 위한 책이었다면 직접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 ###IMG_1### |
| 한 사회대 학생의 희망도서신청 조회 내역. 12월에 신청한 국내서의 진챙상태가 2월까지 ‘처리중’이다. |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정노옥 주무관은 “외서의 경우 재고 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입수까지 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긴급한 자료의 경우 특급운송 서비스 이용을 위해 단행본 구입 예산의 3%가 배정된 상태”라고 답했다. 보다 빨리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 주무관은 ‘견적접수중(선정자료)’인 경우 열람이 가능하다고 귀뜸했다. 또한 ‘정리중’인 책에 대해서는 우선정리 요청을 권했다. 외서의 경우 일부 언어로의 편중 신청이 두드러진다. 국내서의 경우 2007년 기준 구입 도서의 70% 가량이 기획수서(이용자의 요청이 있기 전 비치되는 단행본)인 반면, 외서는 기획수서를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외서 신청 경향이 도서관의 외서 소장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표1 참조)
| ###IMG_2### 2007년 도서관 언어별 외서 수 (전체 외서 중 비율)” /> |
| <표1> 2007년 도서관 언어별 외서 수 (전체 외서 중 비율) |
중앙도서관의 경우 외서 중 영어서적 56.8%, 일본어서적 17.4%, 중국어서적10% 순이며 나머지 언어는 모두 합해야 1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7개 분관의 영어와 일본어서적 편중 경향은 더욱 심해 두 언어의 비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정 주무관은 “예산 편성에 있어 외서의 언어별 구매에 제한을 두기는 어렵다”며 “보다 많은 학생들이 도서신청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언어권의 책을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3.기타: 수리 제본 중, 소재확인·소재불명, 검색은 되나 서가에 없는 경우책이 낡거나 훼손된 경우 중앙도서관 자료복원실에서 수리제본이 이루어지는데, 파손상태에 따라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걸린다. 이 기간 중 해당 책을 검색하면 ‘수리제본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작업 기간 중 대출에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중앙도서관 최미순 주무관은 “현재 업무 담당자는 2명인데 비해 수리제본이 필요한 책은 연4,000여권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며 “작업 기간 중에도 이용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최대한 편의를 봐주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검색 결과가 소재확인이나 소재불명인 경우도 있다. 소재확인 도서는 학생으로부터 찾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책으로 중앙도서관의 경우 148권(2007년)에 이른다. 이 중 일정기간을 두고 5회 이상 찾았으나 발견되지 않은 책은 ‘소재불명’으로 분류된다. 현재 중앙도서관 소장 책 중 30권(2007년)이 소재불명 상태다. 소재확인이나 소재불명의 경우 이용자가 도서 대출 여부에 대해 확답을 얻기 어렵고 추가 구입을 하기도 애매하다.
| ###IMG_3### |
| 검색은 되지만 서가에 없는 책들의 대부분은 도서관 내부에서 재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인 경우다. |
도서 정리가 제 때 이루어지지 않아 검색은 되지만 서가에 책이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복사 후 북트럭에 놓이는 책이나, 이용자들이 원래 소장된 장소와는 다른 자료실로 가져가 열람한 뒤 그대로 두고 가는 책이 적지 않은 탓이다. 중앙도서관 단행본 자료실에서 근무하는 김민수 씨는 “도서관에서는 하루 4회에 걸쳐 도서 정리 작업을 한다. 이 중 첫 회에 기초정보자료실과 4층 복사실, 연간물 자료실 등에서 단행본 자료실 책을 수거, 재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반납책에 대한 작업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도서 정리 인원은 12명인데 많게는 하루 5,6천권까지 재배치할 책이 쌓이기 때문이다. 한편 중앙도서관에서는 대출률이 높은 일부 서적 (, 등)을 5층 단행본 서고 사무실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 박기율(산업공학 07) 씨는 “검색 결과만으로는 별도 보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보다 정확한 소장정보가 검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위의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실력’이 빌려본 책 수에 비례해 향상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어디서나 적용되는 생활의 지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내가 지킬 수 있는 규칙은 지키는 것이다. 반납이 귀찮아서 연장 신청을 한 책이 있다면 지금 바로 가방 속에 넣어두자. 혹 엉뚱한 곳에 꽂힌 책을 발견했다면 북트럭에 놓아두는 센스도 필요하다. 그리고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자. ‘정리중’ 이라고 해서, ‘수리제본중’ 이라고 해서 못 빌리겠거니 돌아설 필요는 없다. 희망도서신청을 위해 배정된 20만원도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