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서강대, 서울대가 공통점이 있다고? 학교의 영어 이름이 S로 시작하는 점? 또 있다. 축제가 재미없는 학교, 그 이름 하여 3S! 이들 학교는 일각에서 ‘축제가 재미없는 3S’라는 짓궂은 별명으로 묶여 회자되고 있다. 5월 8일 성균관대학교의 축제를 시작으로 3S의 축제가 연달아 막을 올렸다. 매년 연세대 ‘아카라카’와 고려대 ‘입실렌티’와 비교돼 ‘재미없다’는 평가만을 받았던 3S, 이들이 오명을 벗기 위한 변화를 선언했다. 오랜 준비기간이 돋보이는 ‘발랄 대동제’ – 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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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파전’은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공연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
성균관대에서는 5월 8일부터 3일간 ‘2007 성균관대학교 발랄 대동제!’가 펼쳐졌다. 축제 기획단 ‘발랄 공작단’은 연예인 초청 공연이 주가 되는 상업적인 축제에 과감하게 물음표를 던지고 젊은 축제의 열기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기획단장 정승록(성균관대 경영 02) 씨는 “축제 기획단이 독자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축제를 준비하는 것”이 이상적인 축제를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말한다. 정 씨의 말을 뒷받침하듯, ‘발랄 공작단’이 축제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2월. 이들은 획일화된 대학 축제를 거부하며, 학생들이 직접 무대를 만드는 등 ‘대학’ 축제다운 모습을 드러내려 노력했다. 실제로 상명대 무대미술학과, 성균관대 미술학과, 디자인학과 학생들과 축제 기획단, 실무단이 자재 구입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도서관 내 공연 등 고정관념을 깨는 프로그램‘대학로’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젊은이의 낭만, 연극. ‘발랄 공작단’은 대학로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연극 프로그램을 축제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잘 알려진 인기 연극 ‘라이어’와 뮤지컬 ‘루나틱’은 연극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모든 공연이 만석이었을 만큼 이번 연극기획은 성공적이었다. 캠퍼스 내 여러 곳에서 펼쳐진 거리 공연은 수업이 한창인 낮 시간에도 100명이 훌쩍 넘는 관객들을 모아 ‘공연=저녁 무대’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또 도서관 안에서는 석고상 마임과 고전 음악 연주가 열려 학생들로부터 큰 갈채를 받았다. 직접 만든 천막극장과 반원형의 노천극장에서는 밴드 공연 ‘음악파전’이 열렸다. 연예인 중심의 일방적인 무대 공연을 탈피하고, 소규모 무대의 특성을 살린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숨쉬는 장을 마련해 큰 호응을 받았다. 뜨거운 호응 뒤에 남은 아쉬움기획단의 이런 노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예년보다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축제는 충분히 ‘발랄’했다. 작년 서울대 레이브 파티가 ‘축제하는 사람들’(이하 ‘축하사’)의 뒤풀이로 전락했던 것과 달리 이번 성균관대 레이브 파티는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 다양한 공연 기획 역시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성균관대 축제를 찾은 조혜인(이화여대 법학 06) 씨는 “공연들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다채롭고 알찬 내용의 공연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다양한 소규모 무대를 지향한 기획단의 시도가 낯설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박하니(성균관대 사회과학 07) 씨는 “직접 참여하는 동아리 주점은 재밌었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학교 학생들끼리만 노는 축제 같았다. 타 학교 학생들이 와서 즐길만한 큰 무대가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청년 ‘Show 狂’ 노고 대동제 – 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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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놀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서강대 축제 기획단장 심인철 씨 |
3S의 두번째 주자 서강대는 5월 14일 ‘이제 서강이 보여줄 차례 Sogang, Show 狂’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6일 간의 긴 축제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축제는 학생회에서 터를 마련하고, 학생들이 축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개별적인 기획단이 꾸려진 성균관대, 서울대와는 대조적이다. 4월 말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부터 본격적인 축제준비가 시작돼 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축제 준비기간이 매우 짧았다. 하지만 단과대별로 모인 준비 인원만 해도 총 80여 명으로 타대에 비해 상당한 숫자를 자랑한다. 전체 재학생이 약 7000명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라 축제 예산은 4000만원 정도가 배정됐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6일 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6일 간 진행된 다양한 축제 여정축제 첫날에는 각 단과대에만 갇혀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를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서강 나들이’가 열렸다. 단과대 건물마다 거점을 마련하고, 미션을 수행한 학생에게 버스카드 등의 상품을 증정했다. 애초 준비한 350명 분의 상품이 바닥날 만큼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이튿날에는 영화 ‘우리학교’가 상영됐고 ‘Melody in Sogang’이라는 이름의 작은 음악회가 마련됐다. 재즈 피아니스트 지성철 씨 등의 무대로 꾸며진 음악회는 공연장이 가득 차 밖에서 관람하는 이들도 많았을 만큼 호응이 뜨거웠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요일에 열린 ‘과/섹(과/반) T 경연대회’는 7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 기획단장을 맡은 부총학생회장 심인철(서강대 정외 04) 씨는 “비가 와서 실내에서 진행됐는데도, 학생들이 많이 참가했다”고 말했다. 목요일에는 서강가요제가 열렸고 게임교육원과 함께하는 스타크래프트 결승전도 생중계됐다. 금요일 저녁에 열린 ‘대동제 본판’은 축제의 하이라이트, 서강 가요제와 ‘과/섹 T 경연대회’ 우승자, 학내 동아리의 무대로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가수 넬과 싸이의 공연으로 축제는 절정에 이르렀다. 내리는 비에도 굴하지 않고, 수많은 학생들이 무대 앞에 모여 축제를 만끽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28개 과/섹이 다같이 주점을 열어 축제의 끝을 장식했다. 도서관에 있는 학생들도 함께 즐겨요서강대 축제는 홍보방식도 타대와 차별화했다.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현수막으로 축제를 알렸던 성균관대와 달리 서강대 입구에는 큰 현수막조차 없었다. 대신 티저 포스터로 축제를 예고하고, 축제 당일 아침마다 유인물을 나눠주며 축제를 알렸다. 기획단장 심 씨는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플래카드를 많이 보지 않는다”며 축제 준비위원들이 축제 전 동물 옷을 입고 직접 홍보에 나선 것이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탈 3S’, 학생들이 서강대 축제가 재미없단 편견을 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는 심씨의 말처럼 올해 서강대 축제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축제기간에도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낼지 고민했고, 경품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유인책들도 선보였다. “이번에는 주중에도 학교 안에서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벤트가 많아 좋았다”는 곽새롬(서강대 사회 06) 씨의 의견처럼 자칫하면 길게 느껴졌을 축제 기간을 지루하지 않은 행사들로 채운 점도 눈에 띈다. 조신혁(서강대 경영 01) 씨는 “재미없고, 학생 참여율이 낮았던 서강대 축제도 조금씩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축제의 변화를 반겼다. 기획단장 심 씨는 “주력 프로그램들이 준비됐던 수요일부터 비가 내렸다”며 악천후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음을 문제로 지적하며 축제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축제보다 훨씬 재미있고 볼만했다”는 새내기 김수민(서강대 경제 07) 씨의 의견처럼 축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S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즐길 거리가 많아진 잔치, ‘광합성 놀이터’ –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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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내 밴드들의 신나는 무대, 서울대 음악 大 축제 ‘따이빙 굴비’ |
5월 14일부터 3일간 진행된 서울대 축제는 예년보다 ‘즐길거리가 많은 잔치’로 변화하고 있었다. 축하사가 기획한 이번 축제는 작년 ‘괴물’과 같이 컨셉이 뚜렷한 축제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마지막 날 비로 인해 축제 분위기가 한풀 꺾였지만, 개막제와 따이빙굴비는 예년에 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축제 전반적인 분위기가 작년보다 훨씬 좋았다”는 이주형 (영문 06) 씨의 말처럼 축제가 재밌어진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축하사 대표 윤덕원(언론 01) 씨는 “서울대 축제에 실제로 참여하고 나서 악평을 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축제의 프로그램이나 행사는 질적인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서울대 축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타대에 비해 학생들 사이에서 축제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홍보 부족에는 적은 예산이 한 원인이 됐다. 관악캠퍼스 학부생만 1만 7천여 명에 육박하는 서울대지만 축제 예산은 전교생이 7000명인 서강대와 동일했다. 적은 예산이기에 상업적인 축제를 지양하고, 순수한 축제를 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인해 포기했던 프로그램도 있는 등 아쉬운 점이 많다. 그래도 축하사는 ‘아래로부터의 축제’를 지향하며 아쉬움을 장점으로 십분 활용했다. “행사의 틀은 축하사에서 마련했지만, 자치 단위 참여의 증가가 유난히 돋보였던 축제였다”는 축하사 스탭 한정우(식품공학 04) 씨의 말처럼 손님이 없던 잔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3S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축제의 상서로 다른 방식이었지만 이번 3S의 축제는 재미없는 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 학교의 노력들이 엿보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축제의 상은 무엇일까? 세 학교의 축제 기획단은 “학생들에게 참여를 보장하는 공간으로서의 축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답한다. 축제 기간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더불어 상업적이고 화려한 타대 축제와는 색다른 각 학교만의 축제를 만들려는 노력도 계속할 예정이다. 끝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이들이 3S 재학생들에게 던지는 한마디. “축제, 즐겨보지도 않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지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