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칠년 삼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꽃샘추위로 잔뜩 웅크렸던 관악에도 어느덧 4월이 돌아왔다.꽃 피는 4월과 함께 헌내기에게는 찢어질 듯한 가난이, 새내기들에게는 보은의 달이라는 부담이 찾아왔다.3월 한 달간 동상이몽으로 마음고생 심했을 헌내기들과 새내기들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솔직 대담 코너를 준비했다.Part.I 헌내기편① 나는 새내기들로 터져나갈 듯 가득찬 과/반방을 볼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꽃샘추위로 잔뜩 웅크렸던 관악에도 어느덧 4월이 돌아왔다. 꽃 피는 4월과 함께 헌내기에게는 찢어질 듯한 가난이, 새내기들에게는 보은의 달이라는 부담이 찾아왔다. 3월 한 달간 동상이몽으로 마음고생 심했을 헌내기들과 새내기들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솔직 대담 코너를 준비했다. Part.I 헌내기편① 나는 새내기들로 터져나갈 듯 가득찬 과/반방을 볼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Yes → ③ No → ②② 고가의 원서 및 전공서적은 아직 구경도 못해봤다. Yes → ④ No → ⑤③ 3월이 되니 중도 3열이 미친 듯이 땡긴다. Yes → ⑧ No → ⑨④ 겨울방학 동안 과외와 맛집 탐방으로 만반의 준비를 다하며 3월만을 기다렸다. Yes → ⑨ No → ⑧⑤ 나는 왕년에 잘 나가던 고탄력 특수합금 철면피였다. Yes → ⑩ No → ⑥⑥ 매일매일 허기진 새내기들이 떼로 덤벼드는 악몽에 가위 눌린다. Yes → B No → ⑪⑦ ‘물질만능주의 사조에 편승할 수 없다!’ 나는 밥으로는 후배를 매수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불타오른다. Yes → ⑪ No → ⑤⑧ 사실 나는 그지다. Yes → ⑥ No → ⑦⑨ 나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새내기 남자/여자 후배가 있다. Yes → A No → ⑩⑩ 다시금 새내기적 기분을 느껴보며 고학번 선배가 사주시는 식권의 훈훈함을 새내기와 함께 나눈다. Yes → C No → ⑦⑪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 아니오.’ 나는 새내기들과 정신적 교감을 나눌 뿐이다. Yes → D No → ⑤A type: 24시간 편의점형3월 한 달간 새내기들에게 헌신적으로 몸 바쳐 봉사하는 선배의 전형. 24시간 언제든 새내기들의 콜에 대비해 두둑한 현금 혹은 체크 카드,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며 새내기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제공하는 완전편리 convenient store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그들은 이제 선배라기보다는 새내기 맞춤식 유모에 가깝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점 형 선배가 되는 길은 순탄치 않다. 기본적으로 겨울방학 내내 과외를 두세 개 정도 늘려 안전한 통장 잔고를 마련해 두는 것이 첫째 조건. 둘째로는 ‘어디선가 후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시간, 장소 불문하고 달려 나갈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조건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은 녹두인, 혹은 녹두상주인.(기타 유사유형으로 입구역 주민들과 신림동 일대 주민들이 있다) 이 조건에 대해서 통학파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지만 인내심과 자금력만 뒷받침 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물론 대부분은 아직 솜털 보송보송한 후배들을 보살피기 위함이라는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그러나 어느 절에 가든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중들은 꼭 있는 법. “올해는 꼭 한번 낚아보리!” 의 모토를 가지고 헛 낚시질을 반복하는 장기 솔로들도 있으니 순진한 새내기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부탁한다.B type: 은둔형겨울이 가고 봄이 온 관악에 다시 굴 파고 들어가 긴긴 잠수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은둔형 선배들이다. 이들을 판별해 내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새내기를 그들 앞에 세워둬 보자. 십자가 앞에 선 드라큘라 마냥 시껍하고 도망친다면 그는 은둔형으로 발전할 소질이 다분하다. (혹은 이미 은둔형인지도 모른다.) ‘관악 캠퍼스 넓다 한들 하늘 아래 뫼이요’를 모토로 삼아 여기저기 신출귀몰하던 이들이 3월의 시작과 함께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면 가장 먼저 중도 3열을 샅샅이 살펴보자. 고시생들 틈바구니 속에서 경제학원론 책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고 있는 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깨우지는 말자. 은둔형에게는 3월 한 달이 새내기를 피해 곤히 잠들 수 있는 동면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동면이 찾아 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돈이 없다. 가장 흔하면서도 서러운 이유다. 둘째, 아~~~~무 이유 없다. 그냥 재잘대는 한 무더기의 새내기들을 볼 때마다 현기증이 나기 때문이다. 은둔형들의 과방 부적응 현상? 걱정할 필요 없다. 어쩌면 어느 새 중도 3열의 고시생들과 함께 행정법을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C type: 적반하장형요즘 이성규(독문 04) 씨에게는 먹여 살릴 입이 하나 더 늘어 골치다. 가뜩이나 많은 새내기들, 제비 새끼처럼 입 벌려 대는 탓에 자기 끼니도 거를 만큼 경제사정이 열악한데 다 큰 헌내기가 자꾸만 새내기 틈에 껴서 먹어대는 것이다. 아무리 구박해도 울지 않는 캔디 정신으로 무장한 헌내기는 온갖 아첨과 교언으로 오히려 이 씨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주변에도 이런 초특급 울트라 철면피의 헌내기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가 바로 적반하장형의 전형이다. 이런 적반하장 형은 그 동기들과 나아가 과/반 방 전체의 재앙이다. 날이 갈수록 얇아져만 가는 지갑 두께에 잔뜩 날이 선 동기들을 일순간에 분노 폭발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적반하장형들은 3월 한 달간은 포만감에 젖어 배 두드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4월부터는 뱃속의 공황 상태와 함께 인간관계의 공황 상태도 찾아올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짓는 것이 좋겠다. 앙심을 품은 동기 혹은 선배들과 한번도 얻어먹지 못해 섭섭했던 새내기들의 협공으로 과/반 방에서 매장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D type: 플라토닉형밥으로 새내기들을 매수하는 것은 악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선배들. 이들이 바로 플라토닉형이다. 이들은 학내의 소위 고급 식당(동원관 3층, 자하연 3층, 금룡, 두레미담 기타 등등), 혹은 아웃백을 위시한 고가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까지 높아져만 가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물질적 관계가 아닌 정신적으로 충만한 관계를 지향한다.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사주는 선배만을 만났던 새내기들에게 플라토닉형은 가히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플라토닉형과 함께 선배들을 한 끼 저녁식사나 야식으로만 생각하는 데서 탈피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경험을 가져보자. 또는 다이어트 중인 새내기들이라면 플라토닉형의 선배가 안성맞춤이다. 음식으로부터의 유혹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Part.II 새내기편① 3월 한 달 간 나의 지갑 안에는 달랑 교통카드와 학생증만 들어 있었다. Yes→ ③ No→ ②② 굳이 밥을 사주겠다는 선배들의 뇌구조가 의심스럽다.Yes→ ⑨ No→ ⑦③ 나는 아웃빽, 티지아이썬데이, 서양식빈대떡오두막집, 백두산 가든 외의 다른 저녁 약속은 접수 받지 않는다. Yes→ ⑧ No→ ⑦④ 동원관 3층에서 걸어나오는 선배의 등이 너무 초라해 보여 눈물 지은 적 있다. Yes→ ⑤ No→ ⑨⑤ 우리 집 가훈은 ‘남에게 민폐 끼치지 말라’이다. Yes→ B No→ ⑩⑥ 음, 미대 식당에선 식권을 판다. Yes→ ④ No→ ⑪⑦ 내 미각은 장금이 절대미각 뺨치는 수준이다. Yes→ ⑩ No→ ⑪⑧ 4월 이후로 과방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Yes→ C No→ ④⑨ 나는 국가고시에 관심 있다. Yes→ D No→ ⑤⑩ 3월 한달간 과방 평균 출석률이 99%이다. Yes→ A No→ ⑨A type: 선배는나의식권형 ‘선배=식권’의 개념을 가지고 3월 한 달을 생활하는 유형이다. 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과/반 방을 방문하기만 하면 된다. 하염없이 선배들을 기다리는 초롱초롱한 눈의 그들을 바로 만날 수 있다. 선배는나의식권형이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우선적으로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슬슬 후배들을 기피하기 시작하는 선배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기 위해서는 끈덕지게 과방에 남아 반짝반짝 빔을 쏘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역부족이라면 다음 팁을 사용해보는 것도 효과적이겠다. 3월 한 달을 선배들의 식권으로 보낸 새내기 최영지(인문 07) 씨는 자신만의 팁으로 ‘인사치레로 하는 말을 놓치지 않는 것’을 꼽았다. 종종 선배들이 남발하는 ‘나중에 와플 사줄게’,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를 기억해 두었다가 요긴할 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유형의 새내기가 주의해야 할 단 한 가지는 4월 증후군이다. 3월 내내 선배들 손에 이끌려 식당을 찾아다녔던 새내기들은 자칫 식당과 식권 판매소 위치를 기억해두지 못했을 수 있다. 스스로 밥을 사먹어야 하는 4월부터는 이를 대비해 미리미리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두도록 하자. 이 유형의 새내기들이 기억해두면 좋은 팁 하나. 음·미대 식당과 후생관에는 식권이 없다는 것!B type: 천사표형선배는나의식권형 새내기들에 둘러싸인 선배들에게는 봄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로 통하는 천사표형. 이들은 행동에서 퍼져 나오는 아우라부터 개념적이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120° 인사, 적절한 세 번의 사양, 때로는 선배에게 후식을 쏘는 센스까지.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형으로 모든 선배들이 꿈꾸는 완벽한 후배의 전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후배의 존재는 서울대의 김태희만큼이나 희박하다. 천사표형 새내기들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선배들에게 완소레어아이템(rare item)이다. 3월 한 달간 밥 사준 선배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장문의 편지를 매주 훈련소로 보내는데다가 자대 배치 후에는 면회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소장가치 이만퍼센트짜리 후배. C type: 명품족형이들의 미각은 초고도로 발달해 있어 장금이도 울고 갈 정도다. 아웃백의 립을 즐겨 뜯고 빕스의 샐러드 바에 익숙한 명품족형 새내기들에게 자하연 3층의 스테이크와 음·미대의 자율배식은 절대 성에 차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 학관 B메뉴를 사주는 선배들의 이름은 이미 그들의 데스노트에 빼곡히 적혀 있을 지도 모른다. 가끔 이들에게 잘못 걸리면 스카이라운지에서 칵테일로 건배해야 하는 사상 최악의 사태에 이르기도 하니 지갑 사정이 좋지 않은 선배들은 미리미리 피신하도록 하자. 게다가 만약 당신 주변의 명품족형 새내기가 식신 정준하에 버금가는 식욕을 자랑한다면 당장 과/반방을 뛰쳐나가 은둔형 선배가 되는 것을 권장한다.명품족형 새내기들도 과/반방의 역적이 되고 싶지 않다면 비참하게 뜯긴 선배들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지금 당장 싸이클럽에 접속해 아웃백에 데려간 선배들에게 멋들어진 일촌명을 선물하고 미니홈피 투데이를 높여주는 센스를 선사해보자.D type: 천상천하유아독존형한마디로 ‘혼자서도 잘해요’를 몸소 실천하는 새내기들이다. 새내기답지 않은 강력한 포스를 내뿜으며 밥 사주겠다는 선배들을 가볍게 무시하고 중도로 유유히 사라지곤 하는 이들. 학교 입학 전부터 관악 캠퍼스 내의 모든 식당들을 두루 섭렵해 선배들의 도움 없이도 입학식날 자하연 3층에서 연어 샐러드를 먹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형의 상당수는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별 영양가 없는 과/반방의 선배들의 선심성 점심보다는 알짜배기 고시 선배들이나 스터디 그룹과 어울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선배들은 점심 한 끼 사주기보다는 고시 문제집을 선물하거나 함께 법학원을 등록해보도록 하자. 바로 고시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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