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저널』은 지난 3월호에서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연석회의와 본부측의 대비되는 입장을 다룬 바 있다. 그 이후 한달 동안 등록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1만명 서명운동부터 총장 면담요구까지 지난 3월 7일 전학대회에서 등록금 인상분 반환, 교육재정 6% 확충 등을 내건 교육투쟁특별위원회(이하 교투특위)가 연석회의 구성원들이 주축이 돼 창설됐다. 교투특위의 활동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1만 명 서명운동’으로 시작됐다. 서명운동은 관악 캠퍼스와 연건 캠퍼스를 합쳐 약 10일 만에 1만 명을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또 약대 학생회 주최로 등록금 인상을 비판하는 내용의 노회찬 의원 강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21일 교투특위는 1만 명의 서명을 바탕으로 총장과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본부는 ‘연석회의는 대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29일에는 ‘서울대인 총궐기대회’를 가진 후 총장과의 대화를 다시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대신 학생처장과 면담을 가지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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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9일 있었던 이정재 학생처장과 교투특위 간의 면담 장면. |
준비시간 부족으로 교투 진행에 난항 겪어
한편 교투특위의 그동안의 활동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우선 등록금인상과 관련해 열린 4차례의 교육환경개선협의회(이하 교개협)에 모두 참석한 사람이 없었던 탓에 논의의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교투특위 측은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교투특위 집행위원장 이정호(사회 03) 씨는 “신속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연석회의가 교개협 도중 연석회의와 교투특위로 나눠져야 했으며, 이로 인해 일관된 논의 가 부족해 질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또 교투특위가 ‘총장과의 면담만 이뤄지면 끝’이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를 취하다가 막상 본부측이 대화를 거부하자 다른 대안을 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한 달의 짧은 시간 동안 본부로부터 성과를 이끌어는 것은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집행위원장은 본부와의 대화를 위해 연석회의의 대표성을 보완하는 1만 명 서명 운동을 채택했다”면서 교투특위가 애초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했다.자료 준비에 소홀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본부와의 대담에서 교투특위는 정보의 불평등을 비판했지만 사실 본부가 가진 예·결산안은 모두 학생들에게 공개된 상황이었다. 또한 등록금 인상의 원인으로 제시된 교수 1인당 학생 비율 자료의 경우, 교무처에 미리 요청해 얻을 수 있었지만 교투특위는 이를 모르고 본부측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교투특위가 필요한 정보를 갖출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결국 교투특위는 준비 부족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한 것이다. 이정호 집행위원장은 “본부의 장기간에 걸친 등록금 결정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해 이를 한번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향후에는 학생들이 등록금 설정 배경에 대해 수시로 감시, 비판할 수 있는 기구가 생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교투특위는 이제 해체됐으며 향후 들어설 총학생회가 논의의 주체가 되는 만큼 그동안 전개된 활동을 인수인계하는 데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본부, ‘교육재정 부족해 등록금 인상 불가피’본부는 부족한 재정을 보충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교투특위의 등록금 반환 요구를 거부했다. 본부는 자신들이 정부와 학생 사이에서 애매한 상황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학교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국가성장에 필수적인 동력’이라는 의견과 ‘개인성장의 장’이라는 두 가지 큰 생각이 존재하는데, 서울대 관련자들은 전자를 중시한다. 반면 정부는 후자에 입각해 모든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동일하게 하는 ‘1/n 지원정책’을 김대중 정부 이후로 10여 년 넘게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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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는 국립대학들을 동일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취했으며, 이는 서울대학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
현재 교육예산은 ‘Top down’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교육재정 중 상당수를 지방교부금으로 사용함으로써 국립대용 교육예산을 전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3조 2항에 의해 교육재정 총예산의 약 80%가 지방 초· 중· 고등학교를 위한 교부금으로 사용된다. (2005년의 경우 총예산은 279,820억원인데 반해 지방교부금은 237,367억원이었다.) 이 상황에서 본부가 정부로부터 서울대만을 위한 재정을 타내기는 힘들다.본부는 서울대가 국내 제1의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세계대학 평가순위(더타임스지 2006년 명문대순위서 63위 기록)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이 재정 부족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0일 서울대학교 평의원회 심포지움에서 오연천 교수(행정학과)와 곽수근 경영대 학장은 서울대학교의 재정확장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이 부족한 것은 정부의 지원 부족 때문 뿐만이 아니라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문화에서 자발적인 발전기금을 얻기 힘든 이유도 있다. 설령 발전기금이 지원된다고 해도 이는 학부보다 당장의 성과가 나오는 대학원에 집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본부는 학생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매년 기성회비등을 올려 교육재정을 확보했던 것이다. 합의결과 대책 마련됐지만 홍보 부족으로 큰 성과 거두지 못해그동안 본부와 학생들 모두 나름의 이유를 내세워 팽팽히 대립각을 세웠지만 양측간 합의가 전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양측은 맞춤형 장학금 제도와 등록금 예고제를 도입하는 데에 합의했다. 이는 본부와 교투특위가 서로 의견을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제도다. 맞춤형 장학금은 기존의 장학금과는 다소 다른 형태의 장학금이다. 예를 들어 지방학생이 기숙사에 불합격하고 녹두 등의 외부에 거주하게 되는 경우, 그로 인해 입는 손해는 1학기당 130여 만원에 달한다. 맞춤형 장학금은 이를 반영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숙사 우선배정 등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해외인턴쉽에 지원할시, 왕복 항공료를 지원해주는 등 등록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메꾸겠다는 것이 본부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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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형 복지사업 계획서. 각종 복지혜택을 통해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계획이다. |
등록금 예고제 역시 새로 시행되는 제도다. 등록금 책정 후에 발생할 마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입학 지원서에 이후 요구될 등록금 액수와 그 배경을 미리 공지해 두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겨울방학에 열리는 교개협 때 이뤄지는 등록금 논쟁이 원서 접수 앞으로 당겨지면서 학생과 본부 간에 보다 여유로운 대화가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문대 소속의 한 학생은 “입학한 후 예상치 못한 등록금 액수에 놀랐는데 이 제도가 이런 일에 대해 대안적인 역할을 하리라 본다”고 기대했다.그러나 이런 합의 내용들을 알고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맞춤형 장학금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아 모집인원 3천 4백명 중의 절반인 1천 7백여명만이 지원해 마감이 연기되기도 했다. 본부 측은 SMS 문자서비스, 메일 전송, 홈페이지 공지 등의 3단계를 거쳐 맞춤형 장학금을 홍보했지만 단체문자나 스팸메일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는 홍보효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정재 학생처장은 “다른 학내 온오프라인 언론들에도 홍보를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보 부족에는 그간 대자보 등으로 협의 내용을 공개했던 교투특위가 해체된 탓도 있었다. 결국 이런 점들은 학생들에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더 크게 심어줬다.여전히 끝나지 않은 등록금 논쟁학생처와의 면담 당시 교투특위는 30일에 열릴 교육부 앞 집회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본부는 나름의 대응 방안이 있다며 거절한 바 있다. 이는 양측의 입장 차를 보여준다. 학생들은 정부가 교육재정을 늘릴 것을 요구하는 반면, 본부는 정부의 교육재정 확충보다는 등록금 인상을 통해 학교의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교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올해 협상 결과물인 맞춤형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제대로 시행되는 것이다. 맞춤형 장학금이 보다 정확히 설정돼 학생들에게 더 많은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또 등록금 예고제가 시행될 경우 일찍 가책정될 등록금 액수에 대해서도 앞으로 철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올해 교육투쟁의 결과로 나온 합의안들이 앞으로 어떻게 시행되느냐에 따라 올해 교육투쟁에 대한 평가는 새롭게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