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이하 2007년 연석회의)는 지난 2007년 1월, 대자보를 통해 48대, 49대 총학생회에게 불투명한 결산에 대한 최종경고를 전달한 바 있다. 48대 총학생회의 회계 결산 문제는 2006년 전반기,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 때 부터 지적됐으며 집행부가 사과 자보를 쓰면서 일단락됐다. 49대 총학생회의 결산 문제는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의 탄핵 이후 여름방학 무렵부터 논란이 됐는데, 집행국장이었던 이문희 씨가 개인적인 사과 자보를 올렸을 뿐 아직도 해결이 요원하다.번복이 계속되는 49대 총학생회 회계 결산49대 총학의 회계 결산은 자료 자체의 미비함과 제출된 자료들 간의 불일치로 인해 의구심이 증폭됐다. 회계 내역 및 영수증은 다섯 차례에 걸쳐 제시됐는데 그때마다 이전 자료와 다른 점이 나타났고 심지어는 단일 자료 안에서도 숫자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49대 총학의 첫 결산(이하 결산1)은 2006년 7월 28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상반기 전학대회 자료집을 통해 알려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17일부터 7월 18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학의 총지출은 81,630,740원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7일, 49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으로 회계를 담당했던 김정국(약학 05) 씨가 연석회의에 총학생회 업무 인수인계를 진행하며 제출한 최종 결산내역(이하 결산2)에서 49대 총학의 총지출은 88,698,570원으로 약 700만원 가량 늘어나 있었다. 김 전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6월 1일부터 7월 29일의 내역 중 일부가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 결산에 추가했다고 설명했으나 상세내역과 영수증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연석회의는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문제가 지적되자 김 전 사무국장은 9월 28일 전학대회에서 100여건, 액수는 5,455,270원 상당의 상세내역이 추가된 결산(이하 결산2-2)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영수증은 구비돼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결산2-2에는 1차 LT비가 1,003,860원, 2차 LT비가 627,400원, 총학생회의 농활격려방문비가 606,147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총결산을 한 부분에서 집행부 LT비는 총 2,152,407원으로 돼있어 동일 항목의 액수가 자료 내에서 불일치하는 문제도 있었다. 한편, 총학생회의 농활 격려방문 비용은 상반기 전학대회 결산에도 포함돼 결과적으로는 이중으로 계산된 셈이다.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송동길 전 부총학생회장은 10월 21일 연석회의 측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 결산1을 일부 수정한 자료(결산1-2) 및 영수증이었는데 이에 따르면 49대 총학의 LT비 총액은 1,304,260원이 아닌 1,669,740원으로 다소 변동이 있었다. 송 씨는 총운위 자리에서 ‘김정국 씨가 하반기 전학대회에 제출한 결산2에서 늘어난 4,607,123원의 추가 지출 내역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며 책임도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자신의 결산 내역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사무국장은 10월 29일 연석회의에 출석해 ‘자신이 직접 제출한 추가 결산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추가로 영수증을 제출했는데 이 새로운 자료마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연석회의의 속기록에 따르면, 동아리연합회 반수길 전 회장은 “송동길 전 부총이 제출했던 결산에는 포함돼 있는 약 60만원 정도의 상세 내역이 (결산 2-2에는)없다”고 지적했다. 두 결산이 모두 개별적으로는 완벽하기 때문에 이는 결과적으로 영수증이 초과로 제출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이날 제출된 영수증은 김 전 사무국장이 회수해 돌아갔다. 이후로 김 전 사무국장은 일체의 자료 제출 요구와 회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 결국 49대 총학생회의 결산 문제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결산1결산1-2결산2결산2-2기간06.04.17-06.07.1806.04.17-06.08.0306.04.17-06.07.2906.04.17-06.07.291차 LT(5/20-27)893,860원1,072,860원기재 안 됨1,003,860원2차 LT(7/12-14)410,400원596,880원기재 안 됨627,400원LT비 총액1,304,260원1,669,740원2,752,407원2,152,407원실 총지출액81,630,740원84,039,680원88,698,570원88,698,570원49대 총학생회 재정, 개인명의 통장으로 복잡하게 관리돼대체 이런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우선 회계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김 전 사무국장은 10월 29일 연석회의 자리에서 “탄핵 이후의 과도기 동안 송 전 부총이 재정을 관리했으나 사퇴 몇 주 전부터는 내가 관리하는 등 인수인계자가 바뀌었다”며 이로 인해 미처 회계 처리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겨 예산집행이 크게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회계 주체를 수시로 바꾸는 과정에서 총학이 해야 할 일들이 느슨하게 처리됐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또 49대 총학은 총학생회 명의의 통장이 아니라 김정국 씨 개인 명의에 총학생회가 부기명된 통장을 개설해 운용했다. 이는 총학생회 명의의 통장은 인터넷 뱅킹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으로 인한 것이었으나 통장의 개수가 총 세 개로 불필요하게 많았다. 총학생회 명의로 된 통장의 거래 내역을 보면 재정을 일원화하지 않고 여러 통장으로 이용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었다. 한편 실제 거래는 개인 명의의 통장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총학 명의의 통장에는 실질적인 거래내역은 빠지게 됐다. 이에 연석회의 측은 지속적으로 김 전 사무국장에게 통장 거래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 전 사무국장은 9월 26일 총학생회 게시판에 “개인명의로 개설된 통장이었기 때문에 정보보호 상의 문제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힌 데 이어 10월 29일에도 “(개인 정보 때문에) 전부 다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음 회의에서 영수증 원본과 함께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사무국장은 연석회의의 출석요구에 계속 불응해 이 약속은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공금을 운용한 통장에 대해 ‘법적으로’ 개인 명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설명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한편 이처럼 회계 문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경우에도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진 적은 없다. 48대와 49대 총학생회 역시 부실한 결산에 대해서 사과 자보를 게재하는 것으로 의혹을 무마시켰다. 연석회의 공동의장인 황덕일(사복 04) 씨는 “책임 있는 태도가 보이지 않을 경우 (해당 책임자의) 학생회원 자격 박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이런 제재는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는 것이다. 관악경찰서 경제팀에서는 학생집단의 회계 문제에 대한 법적인 해결 가능성에 대해 “명백한 유용이나 횡령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지 않는 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학생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법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황 의장은 “학생사회 일은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외부 힘을 동원하는 데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학생사회의 느슨한 회계 관행 해결할 반면교사 삼아야사실 총학생회비 결산이 방만하게 처리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10월에 연석회의가 총학생회 게시판에 올린 요구사항에 따르면 48대 총학생회의 하반기 결산에는 날짜가 제대로 적히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영수증도 제출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에 48대 총학생회는 집행부 이름으로 부착한 사과 자보에서 “시간이 많이 지나 당시(2005년 하반기)의 영수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영수증 분실로 인해, 총학생회비 결산과 이월이 미비하게 처리된 점에 대해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행부는 이 대자보에서 “(하반기 결산은) 차기 학생회로 이월되는 시기적 특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하반기 재정은 전학대회를 통해 심의되지 않고 집행부를 통해 이월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고 전했다. 학생회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결산이 매년 제대로 처리, 공개되지 못해 왔다는 것이다. 47대 총학생회 대학개혁국장 최종현(외교 01 졸) 씨는 지난 학기 『서울대저널』과 가진 총학생회 구조에 대한 인터뷰에서 “회계담당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유용이나 횡령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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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간담회의 모습. 결산 공약들은 별로 논의되지 못했다. |
회계 문제가 이처럼 논란거리로 떠오름에 따라 지난 선거에서 일부 선본들은 깨끗한 회계를 공약으로 걸기도 했다. 작년 50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7개의 선본 중 ‘2L’, ‘my PRIDE’ 그리고 ‘처음처럼 고고싱’ 세 개 선본이 회계 문제에 대안을 제시했다. ‘2L’선본은 영수증 스캔본과 사용내역을 명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회비가 결제된 후 24시간 안에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했고 ‘my PRIDE’ 선본은 총학생회 재정 일일보고에 더해 일반 회원들의 참여를 보장한 재정감사위원회를 연 2회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처럼 고고싱’ 선본은 5~10인으로 이뤄진 상설독립기구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총학생회비 집행을 수시로 감사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처럼 회계 결산에 관한 학생사회의 고민이 진지해지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담론이 펼쳐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로 지난 선거기간 중에도 회계 관련 공약은 운동권 선본들 사이의 운동방식 논쟁이나 아크로 집회 문제에 밀려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각 선본이 내놓은 회계 공약들에서는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선거 기간 중에 쟁점화가 되지 않아 학생들 사이에서 회계 문제의 중요성이 환기될 수 없었으며 제시된 공약들도 더 정교해지지 못했다. 회계 문제는 곧 학생 사회의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학생들 간 논의를 통해 자정이 이뤄져야 할 문제다. 4월에 선출될 50대 총학생회부터는 더 이상 회계 문제가 불거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