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4월, 총학도 우리 곁에 올까?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제50대 총학생회 선거는 42.6%의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산됐다.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은 사상 세 번째다.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제50대 총학생회 선거는 42.6%의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산됐다.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것은 사상 세 번째다. 지난 선거가 무산된 원인으로는 학우들의 무관심 문제,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 사태로 인해 학우들이 총학생회를 불신하게 된 점, 활발하지 못했던 학내 언론 보도, 투표율 조항 등의 선거 시스템의 문제 등이 꼽혔다.(『서울대저널』 2006년 12월호, “소문난 선거에 찍을 표 없네?”) 결과는 선거 무산, 그러나 선본들 간에 충분한 정책 경쟁 이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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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50대 총학생회 선거 1차 유세 장면. ‘2L’ 선본의 공동후보 이재호 씨가 연설을 하고 있다.

비록 투표율 5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총학생회 건설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지난 선거에 출마한 7개 선본들은 정책간담회 등을 통해 활발한 정책대결을 펼쳤다. ‘2L’ 선본은 학생복지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고 49대 총학이 완료하지 못한 복지사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평화지킴이’ 선본은 현재 대학사회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SPOTLIGHT’ 선본은 학생회를 바로 세워 학내외 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my PRIDE’ 선본도 학내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모바일 총투표’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Stand by Me’ 선본은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서관 문제 해결과 24시간 편의점의 설치 등을 제안했다. ‘ing’ 선본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선본의 공약이 모두 교육문제와 관련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처럼’ 선본은 학우들의 복지개선이 총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도서관 자리배정기 도입, 졸업앨범 공개입찰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어쨌든 결과는 선거 무산으로 귀결됐고, 이에 따라 관련 규정에 의해 올 봄 재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이는 선거 무산 시 다음해 3월에 선거를 실시하도록 돼 있는 총학생회칙에 의한 것이다. 이번 재선거는 총학생회 건설 이래 세 번째 치러지는 재선거로, 지금까지 재선거에서도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선거가 또다시 무산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기에 이번 선거의 성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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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학생회 선거는 아쉽게도 무산됐다. 선거관리위원이 연장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그 옆으로 학생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선거 일정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하지만 예년과 다르게 재선거 일정에는 다소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산하 총운영위원회(이하 총운위)에서는 4월 2일에 후보추천을 거쳐 4월 5일 공동선본발족식을 시작해 2~3주일 정도의 선거운동기간을 가진 후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9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3월 22일에 공동선본발족식을 시작해 4월 4일부터 3일간 투표 기간을 가졌던 것에 비하면 2주가량 미뤄진 것이다.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문화국장 이성환(사회대 03) 씨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의 토론과 의결을 요하는 까닭에,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봐야 한다. 총운영위원회에서는 3월 7일에 개최될 예정인 전학대회에 이와 관련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하지만 총운위가 총학생회장 및 부총학생회장(궐위시 연석회의 공동의장) 그리고 단과대 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과/반 학생회장을 더한 대의원으로 구성되는 전학대회에서 총운위 안이 원안대로 통과되거나 약간의 수정이 가해진 채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지난 50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던 선본들이 함께 구성한 공동선거평가단이 현재 ‘선관위는 후보 추천 시작 7일 전까지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항을 ‘15일 전’으로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 총학생회 선거를 위한 준비기간이 그만큼 길어지는 셈으로, 이 안건 역시 3월에 열리는 전학대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성환 씨는 “설날 연휴와 그 이후 집중된 새터 일정 등으로 인해 전학대회 개최가 미뤄졌다. 거기다가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에는 시기상의 문제로 인해 ‘4월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될 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선거 일정의 연기 가능성을 예측했다.그러나 총운위 차원에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4월 선거’를 바라보는 여론이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총학생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으로, 필명 ‘2Xist’를 쓰는 한 학생은 ‘서울대 총학생회 4월 선거에 대해서 반대를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연석회의는 최대한 빠른 기한 내에 3월 선거를 성사시켜 새로 세워질 총학생회에 권한을 넘기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며 4월 선거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총학 게시판에는 ‘과연 중간고사 기간에 투표율 50%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중간고사 기간에 얼마나 선관위나 선본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할 학우들이 얼마나 되겠나’ 등의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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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선거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 봄 재선거가 투표율 50%를 무난히 넘겨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선거 때 ‘평화지킴이’ 선본의 유세 장면.

선본들 움직임 거의 없지만 곧 가시화될 듯

한편, 본부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 방침에 따라 학생정치조직들의 관심사가 교육투쟁에 집중된 때문인지, 선거 일정이 늦춰지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때문인지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선본들은 2월 말 현재 대체로 재선거에 대한 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처럼’ 선본의 정후보였던 김두현 씨는 “학생회의 발전을 이끌고 개선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서 나와 주변사람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tand by Me’ 선본의 정후보였던 김두진 씨는 “정해진 바 없으며 출마여부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평화지킴이’ 선본의 정후보였던 정문식 씨 역시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고, ‘ing’ 선본장이었던 이갑주 씨 역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우선은 교육투쟁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며 재선거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내리지 않았다. 다른 선본들 또한 후보교체 문제와 정책노선을 이어가는 문제 등을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해 재선거 준비가 답보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비록 재선거에 대비한 선본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현 시점에서 다음 선거의 쟁점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는 아크로 집회 금지 문제를 둘러싸고 각 선본들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아크로 문제는 총학생회와 학생정치조직과의 분리 문제 등과 결부돼 선본들간의 대립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지난 선거에서는 ‘ing’ 선본 정도가 ‘등록금 5% 인하’ 공약 등을 내세우며 교육투쟁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 바 있지만, 대학 본부의 등록금 대폭 인상 방침으로 인해 교육투쟁이 핵심쟁점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선거에서는 보다 많은 선본들이 교육투쟁에 대한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지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각 선본들이 대학 본부를 바라보는 기본적 시각과 연관돼 유권자들이 선본들의 정체성을 판단하게끔 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48대, 49대 총학생회의 학생회비 유용 의혹으로 인해 불거진 총학생회의 투명성 문제 역시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또한 학내 민주주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SPOTLIGHT’ 선본이 제안했던 ‘SNU 아고라’와 ‘my PRIDE’ 선본이 내놓았던 ‘모바일 총투표’ 등과 같은 해법들을 이번 선거에 출마할 선본들도 언급할 것으로 보여 이와 관련한 논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지난해 ‘처음처럼’ 선본이 전면에 들고 나왔던 학생복지 문제나 ‘2L’ 선본과 ‘평화지킴이’ 선본 등이 주장했던 총학생회 선거제도 개혁 문제 등도 충분히 쟁점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성문제와 노동문제, 반전평화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해법 제시 역시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할 요소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학생회 건설로 학생사회의 소통의 장 마련되길 3월 7일 열리게 될 전학대회에서 대의원들이 총학생회 재선거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표출하느냐에 따라 이번 선거의 일정이나 형태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기구인 총학생회를 건설해 학생들 스스로 학생사회를 꾸려나간다는 기본 이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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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선본의 발족식 장면. 나뉘어진 퍼즐 조각이 합쳐져 하나의 그림을 이루듯, 학생회 건설을 계기로 지난 한 해 반목하고 대립했던 관악 학생사회도 화합과 연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총학생회가 건설되면 이로 인해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갖춰지게 된다. 또한 이로 통해 본부에 대항한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각종 사업을 내실 있고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봄과 함께 다가오는 총학생회 재선거가 꼭 성사되어 학생사회에 더욱 더 넓고 깊은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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