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전공, 혼자서도 잘해라!

소문난 연합전공, 초라한 출발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4개의 과정(한국학, 정보문화학, 생물공학, 기술경영학)으로 꾸려진 연합전공제도가 시행된 지 2학기 째를 맞이한다.연합전공은 기존의 학문 영역을 다양하게 넘나드는 과감한 시도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의도에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외부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진행상황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소문난 연합전공, 초라한 출발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4개의 과정(한국학, 정보문화학, 생물공학, 기술경영학)으로 꾸려진 연합전공제도가 시행된 지 2학기 째를 맞이한다. 연합전공은 기존의 학문 영역을 다양하게 넘나드는 과감한 시도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의도에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외부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진행상황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1학기 첫 모집에서도 4개 전공 모두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했으며, 방학 동안 이루어진 2학기 추가모집(8.19~8.22)에서도 기술경영학이 4명, 정보문화학이 3명이 지원했을 뿐, 한국학과 생물공학은 추가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학생 숫자가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외양상으로는 분명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것을 감출 수 없다. 홍보의 부족과 성의 없는 모집 일단, 저조한 지원자수에서 알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홍보가 부족하다. 1학기 첫 모집 기간은 2월이었고, 이번 2학기 모집 기간은 지난 8월 19일부터 22일까지의 딱 4일 간. 모집 기간 자체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떠나가 있는 방학에 들어 있어 제대로 알려질 기회가 애초에 부족하다. 미리 모집을 시작하기 전에 넉넉히 시간을 두고 설명회를 열거나 소개 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가 아쉽다. 학생들 입장에선 전공을 정하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숙고할 시간을 주고, 상세히 탐색할 수 있는 자료가 절실히 필요한데 그만한 행정적인 배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열정은 가득하다 인지도가 낮고 모집이 적게 되었다고 해서 엉성하게 운영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첫 걸음을 딛는다는 책임감이랄까, 교수와 학생들 모두 의지가 충만해 보인다. 학생들이 각기 다른 과 출신에서 오는 서먹함을 줄이기 위해 같은 연합전공의 학생들끼리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학업에 대한 자료도 공유하는 모습은 여느 과의 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 분위기도 무척 양호한 편이다. 이미 지난 학기에 대부분의 전공에서 주임 교수와 학생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간담회도 3번 이상씩 가져왔고, 이 자리에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즉시 전달되고 진로에 대한 상담 등도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보통 전공에서 학부생들이 교수와 접촉이 이루어지는 일이 별로 없는 것을 감안하면 교수들의 열정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학 전공의 경우 지난 1학기에 ‘발칙한 한국학’의 저자 스콧 버거슨과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저자 박노자씨의 강연회를 주최하여 일반 학생들에게 한국학 연합전공에 대해 스스로 알리려는 노력이 있었고 정보문화학 전공에서는 실무적인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LG CNS에서 김철기 교수를 특별히 계약직으로 초빙하여 학생들에게 생생한 현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풀어야할 과제들 교수와 학생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처음에 지적한 홍보 문제만 해결되면 다 잘될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결실을 맺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단순히 홍보만이 아니다.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학사 운영의 행정적인 측면도 계속 보완되어야 한다. 지금의 연합전공은 복수전공 형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규정대로 4학기 이상 6학기 이하를 이수한 학생이 연합전공을 신청했을 때 본래 자신의 전공학점에서 39학점은 물론 선택한 연합전공에서도 39학점의 전공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5학기 내지 6학기를 이수하고 지원한 학생은 4년 졸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본부는 앞으로 연합전공을 제도화된 학칙상 단일전공으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속히 졸업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의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단일 전공이나 학과로의 위상과 소속이 정립되지 못해 타 전공과 동일한 행정주체로 인정받지 못함은 열악한 교육환경에 발목이 묶이는 원인이 된다. 다들 참여 학과가 여러 단과대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연합전공의 소속 단대가 불분명하기에 예산이나 행정 처리에 있어 단과대들과 본부간의 책임 떠맡기기가 다반사다. 새로운 강의를 개설하거나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어느 곳에 신청해야 하는지 분명치 않다. 4개의 연합전공에서 독립된 사무실을 가진 곳은 한국학 전공 뿐, 나머지 전공은 모두 주관학과에 빌붙은 ‘식객’ 신세로 머물러 있다. “(연합전공에 대해)문의하는 전화는 심심치 않게 온다. 사무실이라도 있어야 와서 자료도 주고, 우리 전공이 운영되는 모습이 안정적인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정보문화학 사무실 내선 전화는 배정 받았으나 전화기 놓을 곳이 없어, 기자와 인터뷰 중에 핸드폰으로 문의한 학생에게 대답해주던 정보문화학 전공 조교 김동환 씨의 말이다. 이밖에도 연합전공의 특성을 살린 대학원 진학 문제라든가 혹은 취업문제에 대한 지원 같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학생과 행정부처간에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 연합전공 내 참여 학과의 기존 개설 과목에만 의존하지 않는 연합전공 고유의 커리큘럼이 필요하다(시간표상의 배려 포함)는 의견, 졸업 논문은 어찌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지적되었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 필요 연합전공 제도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집단위 광역화로 인한 갈등을 풀어갈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고, 학과 간 장벽을 넘나들며 학문의 발전을 꾀하고 다양한 재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본부 역시 이러한 가능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실제로, 1학기에 발간된 연합전공 종합편람 발간사에는 ‘향후 학생 스스로 설계하여 이수할 수 있는 학생설계전공 여건도 조성해 나갈 방침’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본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기획단계에서 언급되었던 도시학 전공과 PPE (Politics, Philosophy, Economics)전공은 준비 부족으로 올해 실시되지 못했다더니 앞으로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대답을 주었고, 전반적인 관심이 결여된 분위기였다. 혹시나 1학기의 저조한 지원자수 때문에 성과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훌륭한 학사 제도라는 점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심과 건실한 투자가 수반되는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당장 지적된 행정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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