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항의, 개선되지 않는 상황…학내 전” 오늘은 기말 레포트 제출 마감일. 부랴부랴 중전으로 뛰어왔더니, 10분을 넘게 돌아다녔는데도 제대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찾을 수가 없다. 어떤 곳은 마우스가 안되고, 한글이 안깔려 있는 곳도 많고.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금새 다운되는 컴퓨터. 다시는 여기 오나 봐라…급하니까 어쩔 수 없이 프린터실 컴퓨터라도 써야겠다. 이제 수업 시간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프린터는 왜 이 모양인지. 도대체 관리하는 사람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중앙전산소, 대체 왜 그 모양인가 중앙교육연구전산소(이하 중앙전산소) 건물 전체에는 약650대의 컴퓨터와 150여대의 컴퓨터 관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다. 하루 평균 2천명 가량의 학생들이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로 작동되지 않는 컴퓨터가 많아 실수용인원은 전체 좌석의 2/3정도이다. 하루에 접수되는 불편신고는 20여건 내외이지만, 학생들의 불편체감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다. “웬만큼 급하지 않으면, 중앙전산소를 잘 이용하는 편이 아니예요. 컴퓨터가 잘 작동하는 곳도 얼마없고, 전원이 들어오긴 해도 쓰려고 보면 자꾸 오류가 나니까..차라리 집에서 쓰는 게 속편하죠” (서효정 씨, 인문 02) 기계적인 오류 이외에도, 프린터나 스캐너의 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관리 소홀에 대한 항의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전산소의 멀티미디어팀장 하진구씨는 “워낙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사용하다 보니 쉽게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라며 신속한 시스템 복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2층에 있는 400여대의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은 2명의 직원과 4명의 봉사장학생이 전부이다. 아침마다 직원들이 컴퓨터실을 한번 들러보고 전날 접수된 신고내용을 중심으로 수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그리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는 직원들이 없는 상태에서 컴퓨터실만 개방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가 지나면 신고된 내용보다 훨씬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얼마전에는 201호에 있는 컴퓨터 10대의 랜이 도난당했고, 마우스볼이나 헤드셋이 없어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도난 사건의 대부분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밤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그렇다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학생들을 위한 곳이고, 다함께 쓰는 공간인데… 그래서 정보광장 ID로 로그인한다든지, S-card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나온 것이죠.” 중앙전산원 측에 따르면 멀티미디어 실이 인증제로 바뀐 것은, S-card사용의 활성화를 위한 본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하진구씨는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학생증도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 바꿔나갈 생각이며, 이번 결정은 최근 도난사건이 빈번한 상황에 따른 미봉책”이라고 지속적인 개선의지를 밝혔다. 단대 전산실은 안녕하십니까? 그러나 중앙전산원이‘학생들을 위한 최첨단 정보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목에 걸맞는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지를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각 단과대학에 위치한 전산실의 경우, 본부에서 따로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만큼 단대별로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공통된 점은 전체 운영시간이 대개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중앙전산소보다 7시간 가량 적고, 근무자가 상주하는 시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대 전산실 중에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꼽히는 공대, 경영대, 사회대의 경우 관리의 책임소재가 명확하고, 불편신고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전산실 내부의 소통이 원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대전산실은 단대 측에서 집행되는 예산 이외에도 대형컴퓨터 같은 일반적이지 않은 하드웨어를 사용할 때마다 내는 컴퓨터 사용료(수입대책연비)를 따로 부담하고 있으며, 다른 단대와는 달리 전산 업무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전산실 담당 직원이 배치되어 있다. 전산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대개 장기간 근무가 가능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학내 전산실의 인력 운용, 예산 집행은 대개가 전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앙전산원에 소속되어 있는 봉사장학생은 잡무를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며, 많은 단대에서 전산실을 관리하는 주체는 조교, 혹은 공익근무요원이다. 고장난 컴퓨터가 몇 날, 몇 달이고 그대로 방치되는 문제도 크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전산실에 대한 장기적인 구상을 지속적으로 끌어나갈 만한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2001학년도에 미술대학 49동 전산실의 장비가 모두 새 것으로 교체된 일이 있었다. 그것은 학생들의 빈번한 항의 때문이 아니라, ‘전국대학 디자인 분야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기 위해 교수 회의에서 협의된 사항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컴퓨터의 1/3이 작동되지 않고, 끊이지 않는 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고장난 스캐너와 프린터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단대 전산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실질적인 관리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행정실측에서 예산 집행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불편체감지수는 매우 높은데도, ‘과연 전산실에 그만한 자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불만은 높고, 변명은 많다 인문대학 학생부학장 윤원철씨는 현재 학내 전산 시설 문제의 원인이 예산 규정상 전문 관리인을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기성회 직원들을 고용했었지만, 학생들이 내는 기성회비가 비효율적으로 쓰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더 이상 기성회비로 직원을 고용할 수 없게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에서는 교수, 수위실이나 관리실 직원, 강사료 일부의 인건비만 지원해주기 때문에 결국 국고에서나 기성회비에서나 더 이상 인건비를 추출할 수 없는 상황이죠.” 인력 문제, 전문가의 부족은 역시 예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본부의 예산집행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앙전산원에 더 이상의 돈은 내줄 수 없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의 부족보다는 운용의 측면에 있다. 점점 더 좋은 것으로만 바꾸려면 끝이 없는 것이 전산 시설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중앙전산원은 ‘더 좋은’시설을 구비하기는 커녕 A3 출력,CD-Writing등기본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단대 전산실의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불분명한 책임의식’과 ‘예산 부족’이라면, 중앙전산원의 경우에는 특히 ‘사용자의 주인의식 결여’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고의로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 장비를 훔쳐가는 일, 컴퓨터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등의 사례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수치로 존재하고 있다. 2003년 중앙전산소에 할당된 예산 181,876,000원 중 무려 10%가 중앙집중식 관리 시스템 개발, 시스템 복구, 도난 방지기 설치 등 ‘보안’의 용도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포함되지 않은, 잦은 고장으로 인한 새로운 기기의 구입이나, 인력 손실등을 생각해 볼 때 그 액수는 이보다 더 막대하다. 당장 시간 외 근무자를 배치한다면 이러한 손실비용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시자가 있어야만 전산실이 제대로 운영되는 현실의 일차적인 원인은, 실제로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있다. “답답하죠. 학생들이 신고를 꼭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100여대 가량을 동시에 설치했던 헤드폰은, 일주일만에 전체의 80%가 고장나서 현재 모두 철거한 상황입니다. 이것이 관리의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불편하다고 느끼면서도 뒷사람을 위해 고장신고를 하는 것은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소한 무관심’의 결과가 공공의 비용으로 메꾸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내 전산 시설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이며, 이에 대해 적절한 투자와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니까 상관없다’는 생각은, ‘더 이상의 예산 집행은 불가능하다’라는 본부측의안일한 태도와 똑같은 무게로 비판받아야 한다. Buffering 99.9%… 학내 전산 시설에 대한 행정책임자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결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본부의 단호한 변명, 그러나 결코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상황 속에서, 보다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다각적인 시도는 절실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봉사 장학생 제도의 경우 좀 더 많은 홍보를 통해 실제로 전산 시설을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요건을 갖춘 인재를 선발해야 할 것이고, 특정 동아리에 관리를 맡기고 일정액을 지원해 주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운영 체제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겠지만, 전산실을 사용하는 이들도 현재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주체로서 실질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결국 학내 전산 시설의 문제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으나, 그렇다고 그 누구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는 ‘이상하지만 당연한 오류’를 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