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우여곡절 끝에 열린 기성회 이사회에서 2005학년도 등록금 인상안이 가결됐다. 입학금과 수업료는 3%, 기성회비는 5.9%로 전체 등록금은 전년대비 평균 5.6% 인상됐다. 이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으로, 당초 대학본부가 책정한 등록금 8.3% 인상안보다 약 2.7% 낮아진 수치이다. 이에 제 48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임성우 씨는 「스누나우」와의 인터뷰에서 “등록금 인상률이 보다 낮은 수치로 확정됐다고 해서 앞으로 교육투쟁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성회 이사회를 비롯한 등록금 책정 과정의 비민주성과 교육 재정 확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앞으로의 교육투쟁도 기존의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진행해 나갈 것이다”고 향후 교육투쟁방향을 밝혔다. 즉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낮은 인상률이 아니라 민주적인 등록금 책정과 교육재정의 확충을 통한 교육권 확립이라는 것이다. 기성회비란 수업료의 4~5배에 이르며 전체 등록금의 약 85%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란 무엇인가. 서울대학교 규정집의 기성회 규약을 보면 “설립자의 부담으로 미치지 못하는 긴급한 교육 시설, 학교 운영 등을 지원함으로써 면학 분위기 조성과 교육여건의 개선에 기여하게 하기 위하여 기성회를 설치 운영한다”라고 쓰여 있다. 즉 국가의 재정부담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기성회를 만들고 그 재정은 학부모들이 기성회비를 냄으로써 부담하게 한 것이다. 기성회비 비중 매년 증가 서울대의 예산은 주로 국고와 학생들의 수업료 등을 재원으로 하는 일반회계와 주로 기성회비를 재원으로 하는 기성회회계로 나눌 수 있다. 일반회계는 2005년 기준으로 총예산액이 약 1880억원이며 기성회회계는 총예산액이 약 1750억원이다. 설립자(국가)의 지원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기성회비의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5:5의 비율은 기성회비가 보조적인 역할이라 하기에는 비중이나 액수의 규모면에서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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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서울대학교의 총 세입예산 중 국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8년의 경우 61.3%에서 점차 감소하여 2005년에는 54.3%에 이르렀다. 또한 전체 세입예산에서 재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의 28.4%에서 점차 증가해 2005년에는 37.8%에 달했다. 이는 학생들이 납부하는 기성회비의 비중이 매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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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실을 두고 교육투쟁을 하고 있는 사회학과/악반 학생회장 조영태(사회학과 03)씨는 “국가는 당연히 국민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이는 정부, 대학이 교육을 ‘공공성의 원칙’이 아닌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시킴으로서 교육의 시장화를 촉진시키고 결국 교육권을 침해하는 현 상황을 드러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명무실한 기성회 이사회 전체 세입예산의 84%에 해당하는 기성회비의 책정권을 갖고 있는 기성회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기성회 임원들은 회장 1명, 부회장 2명, 감사 2명, 이사 20명 내외로 보통회원 중 각 단과대학의 추천을 받아 구성된다. 에서 볼 수 있듯, 기성회 임원의 직업은 사회적으로 일정 정도의 지위에 있다. 이에 대해 예산담당관실 허현욱 과장은 “기성회 임원들이 모든 계층의 학부모를 대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의 발전에 봉사정신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성회 규약 제 8조에 “이 회의 임원은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회원의 동의 없이 학교의 승인만으로 선출된 기성회 임원은 기성회 회원의 대표성을 띠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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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회비의 책정권을 갖고 있는 기성회 임원의 활동으로는 매년 3~4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여 기성회회계 예산 및 결산 심의를 들 수 있다. 기성회비 책정안은 재정위원회, 대학본부 내부회의, 학장회의, 평의원회에서 순차적으로 승인을 받은 후 기성회 이사회의 승인을 받게 되어있다. 승인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사실상 기성회비 책정권은 본부에 위임하고, 기성회 이사회는 대학본부의 예산안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 이성훈 (전기컴퓨터공학부 04) 씨는 “기성회 이사회의 처신은 이사회의 최소한의 권한이자 의무인 감시의 기능조차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유명무실한 상황을 여실히 나타낸다.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선출, 운영과정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인 기성회비 책정기준 그렇다면 관행상 기성회 이사회로부터 책정권을 위임받은 대학본부는 어떠한 기준 하에 기성회비를 책정하는 것일까? 2005년, 대학본부는 그동안의 주먹구구식 인상기준 대신, ‘필수불가결한 재정요소를 반영하여 인상하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대학발전지표를 감안’한 나름의 합리적인 인상률 책정기준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이에 보정지수(각 단과대학별 시설이용, 실험실습시간등을 고려해 기성회비의 액수를 차등 적용시키기 위해 만든 지수)를 곱하여 산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들은 결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 총학생회는 1월 17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물가상승률은 경제성장률 등을 이미 반영하고 있으며, 내년의 경제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수치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해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한 것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지표를 중복해서 반영한 일종의 오류”라며 비판했다. ‘교육환경개선협의회(이하 교개협)’는 대학본부의 정책결정자인 보직교수들과 위와 같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학생대표가 만나 교육환경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코자하는 자리이다. 지난 47대 총학에서 교개협 학생대표로 활동했던 최종현(외교학과 04)씨는 “이러한 자리가 지금처럼 단지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논의 및 의결’의 자리가 되어 예산책정을 비롯한 각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게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교수들과 논의테이블이 마련되는 현재 거의 유일한 창구인 교개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성회비는 어디에 쓰이나 본부에서 제출하고 기성회가 승인한 후, 학생들이 내는 기성회비는 어떻게 쓰일까. 2001년, 서울대는 기성회비를 전용해 교직원 수당과 업무추진비 등에 사용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2003년에도 시정은커녕 86억원 가량을 전용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당시 감사원은 “기성회비는 학생들을 위한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 교육시설 투자 등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립대는 기성회 회계에서 교직원의 급여보조성 수당을 지급하거나 인상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의 2005년 기성회회계 예산안을 살펴보면, 연구보조비를 제외한 인건비만으로도 약 11억원이 책정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예산담당관실의 집기구입비 외 2건에 작년과 비슷한 규모의 6100만원이 책정되었다. 이러한 예산책정은 미대에 배선설비 및 전기용량 증설공사 명목으로 지원된 3000만원과 크게 대조를 이룬다. 변인희(디자인 02) 씨는 “실질적으로 미대 학생들은 실습 기자재비, 재료비 명목으로 약 3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만 한다. 시설확충은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소과를 비롯하여 재료비는 개인이 부담하는 현실이다”라며 등록금이 투명하게 책정되지 않음을 비판했다. 농생대 학생회장인 윤수호(동물자원학과 02) 씨는 “교수인건비 인상보다는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좀 더 민주적인 의사소통 과정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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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회란 무엇이고, 기성회비는 누구에 의해 어떠한 기준으로 책정되며, 이는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본부 측과 학생 측의 가장 큰 차이점이 볼 수 있었다. 본부는 세계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이에 일치하지만은 않았다. 재정적 풍족함이 세계대학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충분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본부 측에서 예산 책정 시 학생들과 상호 의견을 교류하고 과정상의 투명성을 제고하지 않는 한,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교육 재정을 확충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 이를 적극 반영하는 본부의 열린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