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입생 K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농협에서 학생증에 금융기능을 추가시킨 S-CARD를 발급받고 교내 충전기로 충전을 했는데, 버스 단말기에 0원이 찍혔던 것이다. K씨는 “S-CARD와 교통 카드 충전이 별개인 줄은 몰랐다”며 “S-CARD에 대한 자세한 이용법도 나와 있지 않을뿐더러 충전이 이원화되면 너무 번거롭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K씨는 “S-CARD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학관 등지에서 S-CARD 충전기를 본 적은 있지만 사용해 본 적도, 사용하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
| ###IMG_0### |
| 학내외 19곳에 S-CARD 무인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
S-CARD는 학생, 교수, 교직원들의 생활 편의를 도모하고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등 학내 복지시설의 건전하고 투명한 회계처리 등을 위해 농협의 협조를 얻어 정책적으로 도입한 다기능 학생증이다. 신분증 이외에 여러 가지 기능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단순한 플라스틱 카드에 정보의 저장과 처리가 가능한 IC칩을 내장했다. 2000년 도입 당시에는 일반 학생증(마그네틱 카드)과 S-CARD(따로 신청)로 구분해 발급됐다. 그러나 2004년 통합 학생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고 ‘서울대 학생증의 미래에 대한 합의회의’가 발족돼, 공청회를 통해 금융기능을 선택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현재의 통합 학생증이 탄생했다. 현재 교내 곳곳에 19개의 S-CARD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며, 생협 직영 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 사용되고 있나2000년 도입 당시의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서울대는 신림9동 녹두거리 등 서울대 인근의 상가와 연계를 맺어 S-CARD의 사용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30억원을 투입, 모든 식당과 상점 등에 무인판매 시스템과 전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학내 S-CARD 시스템 및 무선 랜을 구축하기 위해 23억 7천 3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상태다. 게다가 메인 서버 및 설비 등 유지보수비용에만 연간 약 1억원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이 정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의 후생 복지 사업을 전자화해 교내 구성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노라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S-CARD의 사용 실적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학생회관 문구점의 한 직원은 “대개 노트 한 권, 샤프 하나 정도의 소규모 구매에 S-CARD를 이용한다”며 하루 사용자가 1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회관 식당에서 식권을 판매하고 있는 직원 역시 “한 1%정도의 학생이 S-CARD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많아봤자 하루에 3,40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거의 만원 미만의 소액 결제에 주로 사용되는 S-CARD는 금융기능보다는 중앙 전산원이나, 도서관 출입 기능이 주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 ###IMG_1### |
| 학관 식당 S-CARD 사용자는 현재 ‘0’. 그야말로 무인(無人) 단말기이다. |
학생 편의를 위한 S-CARD, 사실은 더 불편하다?
| ###IMG_2### |
| 농협의 협찬을 받아 생협에서 주최한 S-CARD 이벤트 포스터. 시도는 참신했으나 학우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
S-CARD의 사용률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먼저 S-CARD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입생 통합봉투에 농협에서 작성한 S-CARD 가입 안내문을 첨부하고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엄태연(사회과학 06)씨는 “그런 안내문은 본 적도 없다”며 “S-CARD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고, 사용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2004년에는 생협에서 S-CARD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문화상품권 등의 경품 이벤트를 주최했으나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S-CARD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는 주장도 있다. S-CARD를 일일이 충전해야 하며 잔액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통카드와 S-CARD를 별도로 충전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S-CARD로 결제를 할 때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학생회관 서점의 한 직원은 “서버와의 연결이 되지 않아 종종 S-CARD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S-CARD를 학내의 모든 식당이나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생협 직영점에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협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는 복사실, 약국 등에서는 S-CARD를 사용할 수 없다. S-CARD의 사용이 줄어드는 것은 신용카드의 사용이 보편화된 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생활협동조합 김인옥 차장은 “신용카드가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이 고작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S-CARD 도입 당시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S-CARD 이용률이 높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신용카드가 보편화되고 소득공제가 가능해지면서 S-CARD를 사용할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가 부족한 듯’…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해
| ###IMG_3### |
현 S-CARD 시스템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실질적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생처 담당자는 농협, 생협 등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S-CARD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어렵다며 개선 계획도 일단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의 S-CARD 시스템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가 얽힌 S-CARD 문제는 쉽게 손댈 수 없는 문제이다. 물론 실제로 S-CARD를 편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S-CARD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기재(법학 03)씨는 “시간도 절약되고 잔돈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편리한데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윤은주(경제 04)씨는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S-CARD 시스템에 집착하는 것은 매몰비용의 오류”라며,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