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 세상에서 가장 떨리는 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웃을 수 있었던 신입생 A군. 지방에 사는 A군은 기숙사 입사를 위해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3월 달에 다닐 학교를 미리 구경하는 셈치고, A군은 친구들과 물어물어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체검사를 마치고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A군. 하지만 보건진료소 문을 열고 나온 A군을 기다린 건 친구들이 아닌 친절한 선배들이었다. 친절한 선배들은 ‘어디에서 왔니?’, ‘추운데 고생했다’고 말을 걸며, 추워서 떨고 있는 A군에게 따뜻한 차도 사줬다. 이야기의 소재가 떨어질 무렵, 선배들이 살며시 내미는 작은 전도지 그리고 선배들이 하는 말. ‘혹시 성경공부 할 생각 있니?’ 신체검사 날의 악몽을 잊고 신입생 A군은 동기들, 선배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오늘은 선배가 자하연에서 점심을 사준다고 했으니까, 맛있게 먹고 수업 들어가야지. 그런데 아직 선배가 안 왔네. 어쩔 수 없지, 자하연 벤치에 앉아서 기다려야지. 아무 생각 없이 자하연 벤치에 앉아버린 A군. 그런데 선배가 아닌 다른 분이 A군 옆에 앉았다. ‘누구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인사를 나눴다. 갑자기 A군 옆에 다가선 그 분은 이렇게 말한다. ‘혹시 교회 다니세요?’. 신체검사 날의 경험이 있는 A군은 모태신앙을 얘기하며 둘러댄다. 그러나 A군도 어쩔 수 없이 전화번호를 건네주고, 성경공부에도 참여하겠노라고 약속해버렸다. 잊혀질만하면 계속 전화가 오는 그 분 때문에 요즘 A군은 전화 받기가 두렵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걸어가는 우리의 A군. 기숙사 입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약간 의심스럽지만 그냥 지나쳐가야지. 그러나 그런 결심도 바로 물거품이 된다. A군은 전도하는 분들에게 바로 전화번호를 말해줬다. 그래도 친구 B보다는 낫지. B는 기숙사에서 자고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려서 열어줬더니 예수님 믿으라는 사람들 때문에 잠도 못 잤단다. 선배 C는 전도하는 분들하고 소리 지르고 싸웠다는데. 방으로 올라가는 A군의 발걸음은 무겁다. 대다수 학생들 노방전도에 대해 거부감 글을 시작하기 전에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질문 하나. “여러분은 A군과 비슷한 경험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 질문의 답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학내에서 친구들이나 선후배간에 A군의 사례와 비슷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경험담은 경험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종교 전도를 하는 분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끝을 맺는다. 참고로 기독교의 전도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루는 ‘노방전도’는 기독교의 전도 방법 중의 하나로, ‘길거리에서 하는 전도’를 가리킨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찾는 ‘스누라이프’에서 ‘전도’, ‘기독교’라고 검색하면 서로 자신의 경험담을 쏟아내고, 그 경험담에 다른 학생들이 동의를 표하는 댓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부정적인 의견은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 모(법학 06)씨는 학내 전도 행위에 대해 “현재 학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도는 너무 강압적이다. 헌법에서 보장된 개인이 가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종교를 너무 강요한다. 특히, ‘예수천당 불신지옥’식의 논리나 무작정 따라붙는 행위는 사람들에게 거부감만 낳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말하는 기독교의 전도 방법에 대한 의견은 대부분 이와 다르지 않다. 오 모(수의예과 06)씨는 “전도하는 사람들만 보면 짜증이 난다”고 말해, 일반 학생들과 전도하는 학생들 사이에 얼마나 큰 갈등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도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말한 반면에 소수지만 전도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의 경우 전도 행위는 우리가 누리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대가라는 평가를 내렸다.기독교 동아리 노방전도 부정적인 평가 있지만 필요한 사역학생들이 보여주는 전도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안을 문제 제기 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전도하는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려는 시도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전도 행위를 경험한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분풀이하면서 끝나는 식이다. 곪은 상처는 빨리 짜내지 않으면 상처가 더욱 커져 나중에는 치료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도 학내에서 두고두고 곪은 상처다. 빠른 시일내에 일반 학생들과 전도하는 학생들 사이의 의견이 상호교환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도하는 학생들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전도를 할까?’, ‘전도하면서 학생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무작정 전도하는 학생들을 욕하기 보다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현재 노방전도를 직접 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노방전도에 대한 생각은 다양한 편이다. ‘예수청년회’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진주(가명)씨는 “노방전도는 당연한 것이다. 길을 가는 학생들에게 말을 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님이 나에게 주신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 말을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한다.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소리 지르고 침 뱉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내 모습이 저렇구나’ 생각한다. 전도를 하면서 주님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도를 하면서 상처를 받는 전도자들이 있냐는 질문에 “상처 받는 사람들은 전도를 하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예수전도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신애(불어교육 04)씨는 “올해 전도사역이 약해졌다고 생각해서 노방전도를 조금씩 실시하고 있다. 노방전도를 하면서 학생들의 반감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전도의 필요성을 느끼기에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갖는 노방전도에 대한 거부감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노방전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학내 기독교 동아리인 ‘CCC’의 구자섭(화학 00)씨는 “최근에 활동하는 회원들이 많이 줄었다. 오히려 전도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동아리 내에서도 노방전도에 대해 합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학내 기독교 동아리의 경우 대부분 학생들이 노방전도에 대해 반감을 보이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노방전도의 필요성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는다. 또 예전과 같이 학생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방전도보다는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노방전도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독교 동아리와는 달리 노방전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노방전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학내 기독교 동아리도 있다. 현재 가등록 상태인 어느 기독교 동아리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관계를 맺어가며 모임을 소개하고 자연스럽게 전도를 시도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노방전도에 대한 다양한 고민 존재학내 기독교 동아리에서도 미약하지만 노방전도를 계속 실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실제 노방전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전도 방법으로 채택하지 않는 기독교 동아리도 있다. 학생들이 노방전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학내 기독교 동아리에서도 알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내부에서는 노방전도에 대해, 나아가 전도 방법에 대해 어떠한 고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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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 동아리는 복음주의적 신앙만 고수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전도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걷다보면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구호가 쓰여져 있는 어깨띠를 두르고 가는 기독교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전도 방법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풍자될 정도로 많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광고등학교 전 교육목사였던 류상태 목사는 “전도가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가치를 전파한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은 전도와 민주화운동을 동일하게 생각한다. 현재 민주화 운동은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가 다종교 사회에서 그런 위상을 차지하기는 불가능하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불신지옥’이란 말은 다른 종교의 가치를 파괴하는 폭력적인 행위다. 이렇듯 현재 기독교인들과 다른 종교인들의 생각은 너무 다르다. 너무 극으로 치닫다 보면 사회의 혼란이 올 수 있다. 필요하다면 법으로 제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며 기독교의 전도 방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기독교의 선교방식은 너무 전통적이다. 전도를 하면서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가 아닌 사회의 보편가치를 전한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성서에 나온 말씀을 근거로 정부에 인권을 보호하자는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보라”며 새로운 전도 방법의 대안을 제시했다. 류상태 목사가 현재 기독교의 전도 방법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에, 신림동에 위치한 ‘대학촌교회’ 담임목사인 박영범 목사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현재 젊은 층의 기독교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로서 기독교 내부에서도 충분한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기독교에서 잃어버린 섬김의 정신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노방전도는 지나치게 강요적인 것을 자제하면 필요한 전도 사역이다. 예수님의 사랑을 깨달은 사람으로서 변화되는 체험을 같이 나누고 싶다”는복음주의적인 관점에서 노방전도의 필요성을 밝혔다.학생과 기독교 동아리 간에 양보가 필요한 시점기독교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도 방법에 관한 논의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든지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내 기독교 동아리에서는 전도 방법에 대한 논의는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대개 ‘노방전도를 어느 정도로 하자’라는 논의만 있을 뿐, ‘노방전도가 아닌 다른 전도 방법도 생각해보자’는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논의의 부족은 학생들과 기독교 동아리 간의 심리적인 거리만 넓힐 뿐이다. 또 일관적인 복음주의적 신앙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전도 방법을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독교 동아리도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피드백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박영범 목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학내 기독교 동아리도 전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만, 학생들도 학내 기독교 동아리의 전도에 대해 어느 정도 관용이 필요하다. 전도를 하면서 소리지르고 따라오면서 욕을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말하는 기독교 동아리 전도자의 말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일상 생활을 하다 보면 시각, 청각적인 광고가 범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거의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그러나 전도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만 유난히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