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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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학생회의 강의평가 모집 포스터-강의평가 반영의 불확실성은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강의평가에 나서게 만들었다, |
서울대학교에서는 2003년부터 강의평가제를 실시하여 학생들이 강의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뒀다. 제도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학생들에게도, 강의자에게도 현재의 강의평가 시스템에 문제는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하다. 설문조사 결과(학부생 172명 대상) 학생 중 61%의 학생이 현재 시행중인 강의평가 시스템에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불만스럽다고 응답한 학생의 50%가 ‘반영여부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반영여부가 불확실한 것은 강의평가 내용에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2004년 강의평가 우수 단과대로 선정되었던 경영대학과 물리학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리학부에서는 모든 강의마다 인터넷 상으로 자체적인 전공 강의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내용은 단지 그 담당 교수에게만 통보될 뿐, 학생은 물론 다른 교수들에게도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물론 매 수업이 끝나고 교수가 강의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왔고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형식적 측면이 강한 것 같다” 며 불만을 나타냈다. 몇몇 단과대학에서 혹은 개인적으로 강의평가내용을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그 수는 전체 강의수와 견주었을 때 극히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교양강의의 평가를 담당하는 기초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내부에서도 강의평가 내용을 공개하여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20%의 학생이 ‘강의평가의 시기’에 대해서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성적 확인 직전에 그 긴 항목의 강의평가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대 1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처음에는 강의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등학교와는 다르다는 기대를 했지만 성적 확인 직전에 실시하는 바람에 성실히 참여하지 못한 것 같다. 나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그 시기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며 개선을 요구했다. 수업 종강 일에 평가를 받거나, 한 개의 강의평가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다른 모든 성적도 공개되지 않게 하여 미리 강의평가를 하도록 유도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평가의 무풍지대 속에 있는 전공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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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현 경제학부 교수 –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야 수업이 개선될 수 있다. |
전공강의 평가는 올해 1학기때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가 유야무야됐다. 현재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한 몇몇 단과대학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전공 강의평가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설문결과 75%의 학생들이 전공 강의 평가도 이루어져야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서부터, 피드백을 받아서 수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 전공 수업은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고 경직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교양보다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제학부 안동현 교수도 전공 강의 평가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피드백을 받아야 내 강의가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계 처리해서 최소한 평균점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내 강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전공강의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했다. 이미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다른 대학에서는 전공 강의도 교양 강의와 같이 평가가 실시되고 있는 중이다. 고려대학교 정경학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아직도 시행하지 않고 있느냐” 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본부의 학사과에 문의해본 결과 이번 2학기에는 전공 강의평가를 꼭 시행할 것이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평가에서 위에 지적된 현재 실시중인 교양 강의평가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그 실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더 나은 강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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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학습개발센터 홈페이지 – 다양한 강의평가 방법의 개발, 강의자 교육 등 강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현재 시도되고 있다. |
교수학습개발센터(CTL)에서 강의평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해외 대학에서 어떻게 강의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강의평가가 이루어져 왔다고 한다. 그래서 강의평가가 너무 낮게 나온 강의자는 의무적으로 교수학습개발센터와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등의 제도가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그 연구원은 강의평가가 확대되어야 하고 더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의 평가는 다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과 평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것이 강의를 평가하는데 절대적이고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학생들의 강의평가와 함께 동료 교사들과의 리뷰, 전문가의 분석 등이 함께 이루어 져야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며 이상적인 강의평가의 상을 제시했다. 덧붙여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을 주문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너무 가볍게, 진지하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교수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설문 조사 결과 32%의 학생들은 강의평가에 대충 임한다고 대답하였다. 강의평가가 제대로 강의 개선에 쓰이기 위해서는 일단 강의평가의 실시 주체인 학생들의 의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현재 서울대학교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사람들」에 나온 한 교수의 추억담 속 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 서울대학교 교수사회는 비판 혹은 개선에의 요구가 가능하지 않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런 옛날과 비교할 때 우수 단과에 대한 표창, 전공강의평가 도입 시도, 신임교수 워크숍 의무 참여 등의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고려대학교에서 실시중인 우수강의자에게 주어지는 ‘석탑강의상’ 같은 제도도 강의 개선에 따른 인센티브로서 검토 중이다. 지금 대학사회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국립대학으로서 서울대는 논쟁의 한복판에 서있다. 분명히 서울대학교에서는는 과거의 독보적 우월성에서 비롯되었던 경직된 모습을 버리고 변화하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강의평가에 있어서도 과거의 일방적인 지식전달에서 수요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계쏙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계속된다면 강의 개선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