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대 총학선거, 그 현장 속으로

2005년 11월 관악은 과반 선거에서부터 단대 학생회 선거, 총학생회 선거까지 선거로 넘쳐났다.그 중 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총학 선거다.관악 곳곳에 붙여져 있는 홍보 대자보, 수업 시작전 선본들의 강아지, 셔틀줄에서 받아보는 각종 리플릿.이들은 선거 운동 기간에 보여지는 전형적인 모습들이다.눈부신 유인물, 치열한 선거전 한밤중에 대자보를 만들고 있는 선본원들의 모습과 완성된 대자보의 모습.

2005년 11월 관악은 과반 선거에서부터 단대 학생회 선거, 총학생회 선거까지 선거로 넘쳐났다. 그 중 선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총학 선거다. 관악 곳곳에 붙여져 있는 홍보 대자보, 수업 시작전 선본들의 강아지, 셔틀줄에서 받아보는 각종 리플릿. 이들은 선거 운동 기간에 보여지는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눈부신 유인물, 치열한 선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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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대자보를 만들고 있는 선본원들의 모습과 완성된 대자보의 모습. 선거 기간 동안 학관 곳곳에서는 홍보물을 만드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 선거는 그 중에서도 유난히 시각을 자극하는 선거 운동이 활발했다. 일부 선본의 포스터는 연예인 포스터를 방불케 했으며 리플릿의 경우 색상 사용 제한 때문에 눈에 잘 띠는 상징이나 단어를 이용해서 각 선본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PLAY 선본의 경우 ▶ (재생 버튼) 표시를 이용해서 특징을 살렸는데, 이 표시를 리플릿과 자보, 포스터에 넣는 것 뿐 아니라 교내 곳곳에 크게 붙여놓아 주의를 끌었다. 한 인문대 학생은 “누구를 뽑을까 생각할 때 시각적 상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가는 곳마다 그 표시가 있어서 자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뽑고 싶어지는 것 같다. 세뇌당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다른 미래 선본의 경우 전문 사진작가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해서 다른 선본들과 차별성을 뒀고, Suprise 선본 역시 음반 자켓을 연상시키는 포스터로 눈길을 끌었다. One Corea는 “正/道/선언”이라는 눈에 띠는 로고로 정치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자신들의 특색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눈에 띠는 유인물, 자보 등을 만들기 위해 만만치 않은 액수의 돈이 쓰였다. 각 선본별 선거 비용의 총액이 700만원 가량인데 그 중 리플릿 제작에 다른 미래가 310만원, Suprise가 350만원, One Corea가 270만원, PLAY가 450만원을 사용했다. 정책보다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향에 대해 외부 언론을 비롯한 학내 관계자들은 “대학생들의 선거답지 않다”, “기성 정치판을 닮아가는 듯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서울대학교의 리플릿이 기초 자치단체장 선거 리플릿에 비해 거의 손색이 없는데 비해 타교의 경우 소규모의 쪽지 정도의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다른 학교의 선거가 보통 단독 선본 출마로 진행되는 등 서울대학교만큼 치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서울대학교는 타교에 비해 학생정치조직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 이들을 기반으로 한 선본들이 많이 출마하여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Suprise? Surprise! 이번 총학 선거 역시 학생정치조직을 기반으로 한 선본이 주를 이뤘다. 민족●자주 성향인 민중승리의 ‘다른 미래 A BETTER TOMORROW’ 선본, 민족●자주 계열 One Corea의 ‘기만의 세월, 正/道/선언 원코리아’ 선본, 전국학생연대회의 계열의 ‘너를 만나면 세상이 움직인다! PLAY’ 선본이 이들이다. One Corea는 5년째 같은 선본 명으로, 다른 미래와 PLAY 선본은 매년 선본 명을 달리한 채, 동일 학생정치조직을 기반으로 과거 총학 선거에도 등장했었다. 이들이 이처럼 총학 선거에 열심인 이유에 대해서 학생회를 기반으로 한 운동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그러나 선거 기간 동안 각 선본은 자신들의 정치성이 대학 사회의 비판 지성을 대표하는 것이라 주장해 왔다. 다른 미래 선본의 부후보 김가람(독문 02)씨는 “기존에 활동을 활발히 해오던 사람들이 조직을 꾸리기 쉬워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기 용이한 것”이라며 “선본이 꼭 정치조직을 기반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정치조직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소위 ‘비권’ 선본 역시 매년 등장하고 있다. 올해 선거에 등장한 Suprise 선본 역시 학생 복지 사업에 집중해 비권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Suprise 선본은 선거 기간 동안 스스로를 ‘비권’, ‘반권’으로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소위 ‘운동권’, ‘비권’ 학생회는 그간 무책임한 공약 남발로 학생들의 불신을 사왔기 때문에 공약을 성실히 지키는 모습으로 신뢰를 되찾겠다는 것이 이 선본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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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가지 공약과 함께 불이행시 자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인구에 회자됐던 Suprise 선본의 정후보 황라열(종교 99)씨는 “공약의 내용보다는 공약을 실행하는 성실한 모습을 통해 학생회를 향한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그 이후에 운동권이든 비권이든 출중한 사람들이 학생회에서 큰 뜻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약 불이행시 자퇴라는 다소 선정적인 공약과 선본원 2명이라는 불안한 조직력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후보들의 화려한 경력과 운동권이 아니면서 실질적인 공약을 내세웠다는 점을 들어 이들을 참신하게 생각하는 여론 역시 높다. 서울대 정보포탈 커뮤니티인 SNULife의 한 네티즌은 “그들의 공약과 의지에 감동해 스스로 투표 현장에 가게 됐다”라고 의견을 밝혔다.늘 반복되는 공약(空約), 이번에는 지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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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아크로에서 열린 49대 총학생회 공동선본발족식. 각 선본의 정.부호부가 선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늘 보이던 공약들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공약들도 이들은 내놓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학생회 활동 365일 일일 보고”, “등록금 최후 협상안 찬반 투표”, “월별 평가 설문지 받기” 등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지향점을 설명하고 이끌려고 하던 이전의 학생회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모두 새로운 공약들만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공약들 중 상당 부분은 이미 과거에 다른 선본들이 하려고 했고, 혹은 이번 선거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자치단체에 예산의 50%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다른 미래 선본에서도 함께 내세우고 있고, 대학국어와 영어의 수강 자율화도 이미 여러 단대 학생회 선거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물론 다른 선본들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미래가 내세우고 있는 “HUB형 학생회”론은, 지난 48대 학생회 선거에서 낙선했던 학교로의 “네트워크 학생회”와 그 내용이 거의 일치한다. PLAY의 “진짜 반영되는 강의평가”라는 공약은 48대 Q선본의 “강의평가 블로그”와 같은 공약이다. 작년 Q선본이 내놓았고, 이전에도 여러 번 반복되었던 “학점 취소제”나, 같은 계열인 올해의 PLAY선본이 내놓은 “I학점제”는 모두 학생의 수업권을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다만 많은 학생들은 수업권에 대한 의미보다는 자신의 학점을 높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려에서 큰 기대를 걸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마다 301동에 등장하는 “낙성대 신공학관 간 셔틀 신설” 공약이나, 여러 학생들을 솔깃하게 하는 역방향 셔틀 신설 공약도 학생들의 표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46대 총학 선거에서 Promise 선본이 내놓은, 유료화 된 FreeChal 대신에 학교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공하겠다는 SNUChal 공약도 많은 학생들을 솔깃하게 했을 것이다. 이런 대부분의 공약들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본부의 동의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공약들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인다. 그러다보니 거창해 보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들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게 되고, 결국 이 공약들이 선본들에게 표를 몰아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관악 선거의 공약들은 너무나 자주 공약(空約)이 되어버린다.한명이 관리하는 투표소 논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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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언론사 주최로 열린 정책간담회의 모습. 각 선본의 정.부후보가 자리에서 일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Suprise선본은 “투표소를 관리하는 인력이 한 명 뿐인데, 이는 부정선거 발생 가능성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시행세칙 29조인 ‘한 투표함에 3인 이상의 투표관리위원을 배치하되, 부득이한 경우 2인으로 한다’는 규정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 전반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투표소를 안정적으로 설치하여 학우들이 투표에 관한 접근권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투표소를 한 사람만이 지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46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소 관리를 맡았던 백원중(기계항공 99)씨는 “당시 투표 마지막 날 나 혼자서 하루 종일 302동 투표소를 지키고 있었다”며 투표소를 한 명이 관리하는 일이 이번 선거만의 문제점이 아님을 이야기했다. SNUnow의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한 학생은 “47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된 데에는 시행 세칙을 철저히 지키려다가 투표소를 충분히 설치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PUB에서 활동 중인 세현(지환시 02)씨는 “학생회를 세워내기 위해, 학생회 스스로가 정한 규칙을 어기는 건 정말 아니지 않냐”며 1인 투표소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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