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연, 악취, 그리고…… 괴물

83동에 수업이 있어 자하연 근처를 자주 지나간다는 박소라(과학교육계열 06) 씨는 이따금 진동하는 자하연의 악취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그녀는 “연못에서 좋지 못한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때로는 자하연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악취 때문에 자하연 식당 이용도 꺼려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서울대저널』은 자하연을 배회하는 2만 관악인을 위해 그 수질을 본격적으로 점검해 보기로 했다.

83동에 수업이 있어 자하연 근처를 자주 지나간다는 박소라(과학교육계열 06) 씨는 이따금 진동하는 자하연의 악취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그녀는 “연못에서 좋지 못한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때로는 자하연을 피해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악취 때문에 자하연 식당 이용도 꺼려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서울대저널』은 자하연을 배회하는 2만 관악인을 위해 그 수질을 본격적으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연못물의 샘플 채취는 지난 9월 14일에 이뤄졌다. 시료채취 장비는 관악구청 청소 환경과에서 협조를 받았고, 채취한 샘플에 대한 수질 항목 정밀검사는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photo1자하연, 5급수에도 못 미치는 수질 2004년 2월 대학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자하연의 수질은 4급수에서 2급수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한다. 2003년 8월 벤처기업 AB-Tech에서 개발한 미생물 반응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9월 현재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자하연의 수질은 표준적인 5급수의 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photo2 이 표는 현재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명시된 호소(호수 및 연못)의 수질기준을 근거로 보건환경연구원이 내린 자하연 수질의 등급을 기록한 것이다. 수질에 별 영향을 주지 않거나 검사가 크게 의미 없다고 여겨지는 항목을 제외한 5가지 항목 가운데 자하연의 연못물은 무려 2개 항목에서 5등급 이하 판정을 받았고, 한 가지 항목에서는 5등급을, 또다른 한 가지 항목에서는 3등급을 판정 받았다. 비록 총대장균군에서는 2등급을 받았지만, 해당 항목의 최저 등급이 3등급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을 기록한 항목을 기준으로 급수를 매기는 일반적인 방식을 고려할 때, 자하연 연못물은 5급수 이하(혹은 6급수, 등급외)로 진단될 수 있다.‘고여 있는 물은 썩는 법’, 적절한 개선책이 필요 정태학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교수는 “자하연 수질이 아주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상태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및 총 질소(T-N)의 함유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유기물이나 질소량이 높으면 부유물질이 많아지고,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흔히 ‘조류’라고 통칭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식은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는데, 이는 수질 악화의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하연의 고질적인 악취는 SS(부유물질량)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부유물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의 분해대사물질이 심각한 악취를 야기한다. 충분치 않은 자하연의 수량은 수질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학내 시설물의 유지·관리 및 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본부 기술과의 담당자는 “자하연 수질이 좋지 못한 이유는 물이 고여 있기 때문이다. 관악산 계곡물이 자하연으로 흘러 들어오고 농협 옆으로 물이 흘러 나가도록 설계돼 있지만, 계곡의 유량이 부족한 관계로 물의 흐름이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 교수는 물의 유출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순환으로 인한 자정 작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적절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hoto3본부 기술과, “우리는 책임 없다” 스누라이프에서도 종종 자하연의 수질 악화 및 악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마에스트로’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학우는 “자하연에서 비린 냄새가 난다. 자하연 물을 갈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학우는 “인문대에 들어온 기부금 중 일부를 자하연 수질 개선에 이용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학우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현재 본부 측의 구체적인 수질 개선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자하연에 미생물 반응기를 설치, 수질 개선 효과를 이끌어냈다는 AB-tech의 담당자는 “기기는 시범용으로 설치했던 것이다. 현재는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관리 중요도에서 밀려났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부 기술과의 또다른 담당자는 “2년 전에 화학생물공학부 연구소와 AB-tech에서 자하연에 수질개선 장비를 투입하겠다고 해 그냥 승인을 해준 것 밖에는 없다”며 “그 문제는 전적으로 AB-tech 소관이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현재 본부에서 자하연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자는 “상부에서 그런 지시가 없었다. 어찌 됐든 자하연 수질에 대해서는 우리의 책임이 없음을 밝혀둔다”고 답했다. 보도 블럭만 깔면 ‘에코 캠퍼스’ 이뤄지나photo4 본부는 2003년 10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서 ‘에코 캠퍼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관련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정운찬 전 총장은 “환경은 이제 단순한 쾌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대두됐다”며 캠퍼스 환경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후 본부가 추진한 관련 사업은 ‘걷고 싶은 거리’ 건설 공사 정도다. 지난 해 실시된 경영대에서 문화관 앞까지의 ‘걷고 싶은 거리’ 1단계 공사에는 25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올해 실시된 중앙도서관에서 공대폭포까지의 2단계 공사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들었다. 물론 ‘걷고 싶은 거리’ 사업이 그 자체로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고, 캠퍼스의 미관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부는 보도 블럭을 깔고 벤치를 설치하는 데 수십 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정작 수많은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는 자하연 수질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본부가 ‘걷고 싶은 거리’ 공사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에만 주목하는 동안, 정작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의 생활권은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자하연 악취의 해소가 배부른 학생들의 투정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풀꽃 내음 풍기는 연못가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 과연 이뤄질 수 없는 ‘꿈’이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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