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김 씨는 고학생이다. 올해엔 3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결국 휴학계를 냈다. 휴학생은 책 대출이 불가하다는 것을 휴학하고 나서야 안 그는 값비싼 전공서적을 마련할 돈이 없어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학교도서관에 붙어있는다. #2 신 씨는 시간강사다. 주 30시간의 강의는 언제나 그를 녹초로 만든다. 언제나 수업준비로 바쁜 그는 주말에나 시간을 내서 연구를 할 수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이하 중도)의 연구자료는 그 양도 방대할뿐더러 수준도 높다. 이번 논문만 발표하면 일이 잘 풀릴거라 기대하며 주말마다 연구활동에 매진한다. #3 신림동에 사는 직장인 오 씨에게 서울대학교는 단물 같은 존재다. 날씨 좋은 일요일 오전엔 버들골로 나들이를 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서울대 중도를 향한다. 그녀가 찾는 자료가 국회도서관, 서울대 중도에만 있기에 일요일이면 아이의 손을 잡고 가까운 서울대학교로 향한다. 아이가 볼만한 책도 중도에 있는 다른 자료들에 비하면 그 양이 적지만, 구립도서관에 비해선 훨씬 다양하다. *위의 사례들은 인터뷰와 중앙도서관 게시판 글을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
photo1기말고사가 끝나고 하나 둘 학교를 떠나가던 즈음. 중도 1열 입구에 조그마한 공고가 하나 붙었다. 중앙도서관운영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7월 1일부터 일요일엔 자료실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공고는 자료실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나 현재 도서관의 정규직원은 75명으로 각 부서 사무관, 서기관을 제외한 59명이 대출대 초과 근무(평일(18:00~21:00), 주말(9:00~17:00))를 교대로 담당한다. 평일과 달리 주말엔 정규직 3명과 용역직(출입관리) 2명이 출근하고 있다. 95년에 비해 정규직원이 20여명 가량 줄었고, 이자율 하락으로 인해 장서기금으로 고용한 인력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이는 초과근무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고 마침 2005년 7월 1일 공공기관 주5일 근무 확대시행은 자료실 일요일 휴관 결정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었다. 대출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황말례씨는 “대출대 업무는 대면서비스라 상당히 피곤한데다 남들은 다 쉬는 오후6시 이후, 특히 주말 특근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사서로 13년을 근무한 박정주 씨는 평소엔 6층 정보관리과에서 일하고 특근시 대출대 업무를 맡는다. 최근 수년간 나가는 사람은 있지만 신규채용자가 없어 대출대 특근 부담이 조금씩 커졌다는 그녀는 “일요일에 쉬어도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단지 교대 순번이 조금 더디게 돌아올 뿐” 이라고 말했다. 누구의 편의를 위한 휴관인가? photo2 중앙도서관운영위원회는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본부 각 처?실장, 중앙도서관에서 임명한 교수, 중앙도서관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번 ‘자료실 일요일 휴관’ 안건은 정보관리과에서 발의하여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되었다. 자료실 실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보관리과 장석일 사무관은 “모든 행정 집행에 있어 학생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다”며 “일단 운영위에서 결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 이라고 말했다. 장 사무관은 “주말에 오는 사람들은 다 평일에도 오는 사람들이다”라며 “하루 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관리비용의 절약, 도서관 서비스 질의 향상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한다” 고 말했다.연구만을 위한 서울대 도서관? photo3 자료실 휴관 공고가 나간 후 스누나우, 대학신문 등 학내 언론과 총학생회는 도서관 측의 일방적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총학생회는 국립대의 공공성을 인정한 중앙도서관이 외부인 이용이 많은 일요일에 자료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자신의 말을 뒤집는 행위라며 학생들의 여론을 수합하고 공식 항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도서관 실무자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서울대학교는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국민이 서울대 도서관에 바라는 것은 대국민 서비스가 아니라 높은 수준의 연구라는 것이다. 수서정리과 2004년 예산 집행에 따르면 단행본, 학술지에 배정된 36억 중 국내서에 배정되는 예산은 4억여원 뿐이다. 소장서 역시 240여만 권으로 전국대학 중 제일가지만, 일반인이 볼만한 교양서적은 문학, 역사, 등 30여만 권으로 중앙도서관 자료 대부분이 학술연구에 필요한 자료라는 도서관 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은 관악구립도서관의 총 장서가 8만여 권에 불과하다는 정보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또한 인문대 시간강사라고 밝힌 신준현 씨는 “연구활동에는 휴일이 있을 수 없다” 고 주장하며 “수업 준비 때문에 바빠 휴일에나 연구활동이 가능한 시간강사의 처지를 고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학 정책국원 김선식(법학 01)씨는 “대학은 교수가 연구만 하는 곳도 아니고, 학생이 공부만 하는 곳도 아니다” 고 말하며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지역민에게 보장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중 정보관리과장은 “일단 한 학기 시행해본 후 불만이 크면 다시 열겠다.”고 했지만 불만을 어디서 어떻게 들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 장석일 씨는 또한 “2000년 일요일 자료실 개실을 결정할 때에도 학생들이 열어달라고 해서 열어준 것은 아니었다.” 며 다시 닫는다고 해서 학생들이 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공공성, 예산 부족, 타 학교와의 비교 등을 다 제쳐두고라도, 학생이 공부하겠다면 자료실을 열어주는게 도서관의 역할일 것이다. 도서관은 이용자가 있어야 그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지원팀 실장 정대현 씨는 “학생들이 일요일에도 수업하자고 하지는 않는다.”며 인력감축에 따른 일에 대한 부담보다는 주5일제 노동문화 정착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photo4 현재 8월 29일에 총학과 본부사이에 있을 교육환경개선 협의회에 자료실에 관련된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의결권이 주어지지 않는 형식적인 협의회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생들을 수동적인 이용자로만 여기는 중앙도서관 행정간부들의 인식은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