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 현재 서울대 기숙사의 손등 인식기는 지난해 3월 기숙사 915동에 시범설치 된 이후 919동을 제외한 전 구역에 설치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관악사 측은 일괄적으로 입사생의 손등 정맥 정보를 수집했다. 이에 대해 김종윤(지환시 03)씨 외 2명은 “기숙사는 학생들의 동의 없이 생체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는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세부 내용은 수집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사생의 동의가 없었던 ‘절차상의 문제’와 민감한 정보인 ‘생체정보의 수집 정당성 여부’이다. 반감시 인권단체 ‘뒤통수’에서 활동한 도강호(컴공 01)씨는 “생체정보의 경우 개인의 고유한 정보인 만큼 생체정보를 사용하면 신분을 확인하는데 유용하겠지만 유출될 경우 그만큼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감한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 목적에 적합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는 OECD 개인정보보호 8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보안과 편리를 위한 선택 photo2 기존의 열쇠, 출입카드 등의 경우, 도용이나 분실 등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반드시 휴대해야 하며 비밀번호를 외워야하는 등의 수고가 필요하다. 실제 카드키를 사용했을 때 카드가 파손돼 학생들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분실을 통한 외부인 침입 가능성이 생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카드키 사용기간이 늘어날수록 훼손율이 높아져서 카드리더기가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카드키를 반납하지 않은 채 퇴사해 비용도 부담이 됐다. 이에 비해 생체인식은 인간이 가진 생체정보를 이용해 시스템의 신뢰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인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또 별도의 장치를 가지고 다니거나 외울 필요가 없는 편리성을 만족시킬 수 있다. 관악사는 2004년 3월부터 915동 현관에 정맥인식기를 시범 설치해 1년 동안 동 조교 및 사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사생이 정맥인식기가 편리하다는 것에 동의, 정맥인식기를 확대 설치했다. 그러나 최근 생체정보 사용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자 관악사 대표조교 이원석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있은 후에 더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으나 2학기부터는 카드키 시스템과 정맥인식기를 병행하여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맥인식기를 사용하는 사생들에게는 서면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전성 담보한 생체정보, 활용영역 넓어 생체정보란 개인의 고유한 신체적 생체 특징을 일컫는 말로써 지문, 얼굴, 망막, 혈관패턴, 홍채, 손목 또는 손등의 정맥 분포 패턴, DNA 등의 정보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개인 정보와는 다른 개념으로, 신용카드나 핸드폰 번호처럼 유출시 재발급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죽을 때까지 갖게 되는 개인의 고유한 정보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보안이 요구된다. 생체인식기를 사용할 경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생체정보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 이원석 씨는 “수집되는 생체정보는 모두 암호화 돼 저장된다. 물론 유출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지만 만약에 유출이 된다 하더라도 모든 정보는 암호화 돼있기 때문에 제3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퇴사하면 그 자리에 새로운 기숙사생의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기존의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며 생체정보 관리의 안전성을 확신했다. 개인의 고유한 생체정보 수집에 있어 신중함 필요해photo3 다산인권센터에서 활동 중인 박김형욱 씨는 “관리시스템에서 관리의 객체에게 정보를 수집하여 담보로 상대방에게 위협을 할 위험이 있다” 고 지적하며 정보 수집 기관이 개인을 지배하는 ‘권력구조’를 우려했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생체 정보를 이용해 개인의 병력을 조사하거나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될 경우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야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생체정보 이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생체정보가) 유출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범죄이다. 완벽한 보안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보안과 해킹은 창과 방패의 관계라서 언제 어떻게 뚫리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생체정보가 유출 돼 오남용 될 경우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되며 실생활에서도 고용단계나 보험관계 등에서 개인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등의 갖가지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일부에서는 생체정보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여 정보 유출을 최대한 막겠다고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생체정보는 개인의 생리적 특성이나 생존기능과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집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생체정보 이용의 문제점은 유출의 위험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집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번 관악사의 경우처럼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효율성만을 고려해 생체인식기를 도입하는 사례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 또한 생체정보를 위?변조하거나 생체정보를 과잉수집하여 개인을 지배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함께 인권 감수성 필요한 때 이제 정보화는 역행할 수 없는 대세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흑백논리가 아닌 합리적 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최상의 절충 대안을 찾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생체인식기는 분명 효율성과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경제적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망이 밝은 산업에 속한다. 따라서 생체정보 활용에 있어서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제도와 독립적인 관리. 감시담당기관의 마련 및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대안의 조건으로는 ▲우선 수집할 수 있는 생체정보의 범위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과잉 정보 수집을 제한 ▲개인이 탈퇴하는 경우 정보를 자동으로 영구 삭제 ▲정보가 오?남용될 가능성 최소화 ▲생체정보를 제공하는 개인의 서면 동의 의무화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 ▲개인이 동의를 하였더라도 철회를 요구하면 즉시 철회 ▲정보 열람의 통제권 부여 ▲생체정보의 철저한 보안 ▲수집된 생체정보는 분산 관리해 정보의 권력화 방지 등이 있다. 한편, 법제와 기술적 문제도 시급하지만 사회적인 인식의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 앞으로 생체정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확대하고 인권교육을 실시함으로서, 생체정보인권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키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