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수강신청을 취소할 것인가, B-를 각오하고 끝까지 갈 것인가?”이번 학기부터 이 문제로 고민할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본부는 2006년 1학기부터 B- 이상을 받은 과목에 대해 재수강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수강한 과목들은 제한 없이 재수강이 가능하다.우여곡절 끝 규정 도입 4년만에 실시성적처리규정에 재수강 제한 근거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2002년 1월이다. 2003년 11월에는 B- 이상 과목의 재수강을 금지하는 외에 삼수강 이상시 수강신청 우선순위 조정, 재수강 횟수 제한 등의 다양한 규제 방안이 나왔지만 교육환경개선협의회(이하 교개협)에서 학생회측의 반대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후 2005년 9월에 ‘B- 이상 제한, 한 학기 한 과목 이내 허용’이라는 개편안에 대해 총학생회가 반대의사를 전달한 후 과목 수 제한은 철회되고 현재의 형태로 확정되었다.
| 재수강하면 성적 오를까? 대체로 그렇지만 안심할 수 없다. 학사과에서 조사한 2005년 1학기 성적부여현황을 보면 재수강 이후에도 C+ 이하를 받은 경우가 교양과목은 34.4%, 전공과목은 41.9%에 이른다. ‘설마 재수강인데…’하고 방심하다간 삼수강, 사수강의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
학사과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1학기 기준으로 재수강 신청 비율은 9.2%. 이 중 B- 이상의 학점을 받고도 재수강을 선택하는 사람이 2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강의가 대형화되고 강의부담이 증가하는 등 교육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양찬규 사무국장(법학 02)은 이에 대해 “지난 1월 교개협에서 학사관리엄정화 방안이 오히려 재수강을 양산하고 있으며, 규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부측은 일단 시행한 후 문제점이 발생하면 검토하자는 입장이다.현 상대평가 어떻게 봐야 하나실제로 재수강 문제는 상대평가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성적등급규정은 A가 20~30%, B가 30~40%, C 이하가 30~50%. 누구도 C 이하를 원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30%의 학생들은 재수강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다.그러나 학교측의 설명은 다르다. 상대평가는 교양과목에 대해서만 실시되고 있으며, 전공과목에도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산입력규제와 같은 장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교육원 이돈석 사무관은 “현재 성적 입력 비율은 A와 B를 합쳐 70%를 넘지만 않으면 되며, 둘 사이의 비율은 강사 재량”이라며, 게다가 총 수강신청 인원이 기준이므로 수강 취소자들을 고려하면 실제 비율은 더 올라간다고 덧붙였다.물론 문제의 본질은 성적입력비율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획일적인 평가기준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 교개협에서 학생회는 ‘평가는 교수의 고유한 권한이며, 일률적인 상대평가를 강요하기보다 과목의 내적 기준에 따라 적절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난 학기 교양과목 강의를 맡았던 이원택 강사도 ‘수강생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20명 미만 소규모 강좌는 절대평가가 이상적’이라며, 평가에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지만, 일괄적인 규정을 적용하기보다는 과목별로 특성에 맞게 교수와 학생이 모두 합의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학사관리’ + ‘학점관리’ = ‘학문발전’?본부측 담당자들은 현재 상대평가나 재수강 제한과 관련한 추가 조치는 논의되고 있지 않으며, 향후 계획도 현재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의 규정이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학사관리규정의 역사 공교롭게도 서울대 학사관리규정의 변화는 정치·사회적 변동과 일치한다. 유신체제의 성립을 앞두던 1972년 1학기에 도입된 교양과목 상대평가제(성적 비율은 A 20%, B 30%, C 40%, D 10%)를 시작으로 이듬해 재수강이 금지되고, 82년 2학기부터는 전공과목에도 상대평가제가 실시된다. 84년 2학기부터 재수강이 허용되지만 D+ 이하의 과목만 가능했고, 취득 가능한 최고 성적은 B0였다. 87년 민주화로 학사제명제, 재수강 제한, 수강신청 변경학점 제한, 상대평가제 등은 88~89년 사이 모두 폐지되었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 99년 발표된 ‘학사관리엄정화방안’에 따라 학사제명제 부활을 필두로 상대평가제, 수강신청 변경학점 제한 등의 조치가 차례로 다시 실시되었으며, 이번 학기 재수강 제한으로 과거 존재했던 규제들은 일단 모두 되살아났다. |
학사관리를 완전히 자율에 맡길 수는 없다. 그러나 학사관리 강화만으로 학문이 발전할지는 의문이다. 취업과 유학을 위해 학점 자체가 목표가 되고, ‘실용적’인 학문과 ‘널럴한’ 과목을 좇는 세태 속에서, 진정한 학문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초학문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면학 분위기 조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하다.※ 재수강 제한, 다른 학교는 어떻게 하나? 재수강 가능 성적 재수강 후 취득 성적 재수강시 인정 성적 학점포기제 건국대 재수강 금지 모든 과목, 매학기 수강신청학점 한도 내 경희대 제한없음 없음 고려대 C+ 이하 최고 A0 높은 성적 7학기 이상 등록시 폐강과목에 한해 6학점까지 서강대 B0 이하 최고 B+ 나중 성적 없음 성균관대 재수강 금지 매학기 2과목 이내 숭실대 C0 이하 제한없음 나중 성적 없음 연세대 C+ 이하(총 4과목 이내) 제한없음 나중 성적 없음 외국어대 제한없음 없음 이화여대 C+ 이하 최고 A- 나중 성적 6학기 이상 등록시 모든 과목에 대해 6학점까지 한양대 A0 이하 제한없음 높은 성적 없음(각 대학 홈페이지를 참고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