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학생으로 생활하면서 필요에 의해, 관심에 의해 다양한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게 된다. 기본적으로수강신청, 학점관리, 등록장학 등과 같은 학사행정서비스가 제공되는 정보화포털(http://portal.snu.ac.kr)부터대학 공식 홈페이지(http://www.snu.ac.kr), 스누라이프(http://snulife.com) 에 이르기까지 서울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공간은 현재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일방통행이던 대학 공식홈페이지, 쌍방향적인 공간으로서울대학교의 공식홈페이지는 그동안 주로 대학 소개, 입학안내, 대학기구, 행정 서비스 안내 등에 그 비중을 두어왔으며 실제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임현주(산업공학 04) 씨는 “수강관련 공지 사항을 확인할 때를 제외하고는 공식홈페이지를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에 SNULife나 학과 홈페이지, 개인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여러 정보들을 얻으며 또 다른 이들과의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photo12005년 2월, 서울대학교 홈페이지는 보다 깔끔한 외관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또 학교 홍보와 안내의 역할에 그치던 서비스에서 한걸음 나아가 학생들의 참여가가능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SNU-ZONE'(http://community.snu.ac.kr) 이라는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블로그, 지식카페, 커뮤니티가 바로 그것이다. e-class라는 강의 관련 콘텐츠와 함께 현재 유행하고 있는 블로그와 학생들의 온라인 모임을 보조할 커뮤니티, 지식카페를 개설한 것이다. 이어서 ‘SNU-ZONE’은 오픈기념행사로 우수 블로그나 지식인을 선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공식홈페이지 개편을 담당한 정보화본부 웹서비스팀의 이덕미 팀장은 개편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이번 웹서비스, 즉 홈페이지 개편을 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학내 지식들을 학외사용자(일반인)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존의 낙후된 검색기능을 강화시키고 지식카페를 개설했으며, 학생들 사이의 정보와 의견 교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차별화되고 내실있는 콘텐츠 개발과 지속적인 홍보 아쉬워 그러나 대대적인 개편에 대해 유명무실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단지 트렌드를 좇아 블로그, 지식까페를 개설하는 것은 그 투자규모나 이름값에 비해 실속이 덜하다는 것이다. 평소 웹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장수훈(경제학부 04) 씨는 “서울대 정보화포탈만 해도 그 서버가 불안정한 관계로 에러가나는 경우가 잦아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버 같은 기본적인 장치들도 구축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럴듯한 서비스들을 내놓는 것은 겉치창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라며 보다 내실있는 개편이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웹서비스팀은 “보다 특성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라는 고충을 털어놓는다.또한 개편과 함께 홍보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홈페이지 개편 이후 약 3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SNU-ZONE 의 이용도는 별로 높지 않은 편이다. 중앙전산원 측에서 일일 방문자수와 같은 통계자료가 준비되지 않아 ‘오늘의 우수 블로그’ 의 방문자수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도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장남진(사회대05) 씨는 ” ‘SNU-ZONE’ 이라는 서비스를 잘 모르고 있었다 ” 며, “이벤트성 행사 외에도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강의에서 강의커뮤니티로 e-class 보다는 싸이월드나 네이버, 프리챌과 같은 수강생들이 기존에 가입하고 있으며 자주 접속하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향이있다. 이에 비해 접근성 면에서 뒤쳐지는 ‘SNU-ZONE’ 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홍보부족과 개편초반이라는 점에서 참여율저조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서비스 준비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장수훈(경제학부 04) 씨는 “기존의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활동과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스누라이프를 비롯한 대학생 생활정보 커뮤니티 활성화 돼 photo2대학원생을 포함하여 약 3만여명이 함께 생활하는 서울대에서 타학과의 선후배,동기들과 어울리거자 각종 생활 정보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울대 공식홈페이지 만으로는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2002년 몇몇 학생들이 만든 커뮤니티가 바로 ‘SNULife(스누라이프)’이다. SNULife의 운영자 유광렬(전기공학부 99) 씨는 “SNULife가 대학 생활을 위한 울타리가, 학내외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한 서울대인의 공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그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학생들이 갖고 있는 유익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고자 학생들이 운영하는 게시판형식의 커뮤니티로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Hufslife’, 이화여자대학교 ‘Ewhaian’, 한양대학교의 ‘Hanyanglife’, 서강대학교의 ‘Neo-Sogang’, 고려대학교의 ‘Kulife’ 등이 있다.2002년 첫발을 내딛은 후, 음식점이나 하숙관련 정보제공을 시작으로 점점 그 외연을 넓혀온 커뮤니티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콘텐츠는 강의관련 정보와 연애게시판이다. 하루 2만5천~4만 명이 찾는 ‘Hufslife’의 운영자 하태출(영어영문 97) 씨는 “‘연애학개론’이라는 게시판을 두고 있는데 서로의 연애담이나 연애철학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SNULife’의 ‘공개사랑게시판’이나 미팅주선 프로그램 또한 학생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수강신청 기간이나 시험기단에는, 수강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작성한 자세한 강의 정보와 족보자료의 공유도 활발하다. 임현주 씨는 “강의계획서나 강의평가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강의를 먼저 수강한 학생들의 강의 소개와 강의 평가, 공부방법들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돼 수강신청 때면 자주 참고한다”라고 말했다.포털사이트의 각 게시판들은 정보공유 외에도 ‘여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게시판 대부분 익명으로 사용 가능한 관계로 보다 솔직하고 직접적인 글들이 오간다. 실례로 ‘혼전동거’, ‘외부인 도서관 개방문제’, ‘여름농활사건’, ‘국회의원 선거’ 등 학내, 학회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의 이슈들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Hufslife’의 하태출 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면서, 이제는 학교에서 찾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 사람의 지식을 핀포인트로 더 빨리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런 사이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대학의 공식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정보는 대부분 형식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이용도나 만족도가 낮은 데 반해 학생들이 시작한 자체 포털사이트는 그 정보제공과 의견교류 면에서 학생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사이버 여론의 위험을 비롯,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있어 photo3학생들의 교류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설한 커뮤니티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서울대 도서관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을 때, 스누라이프에 가해자의 신상정보가 게재되고 가해자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수백 건의 리플이 달리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심각한 인권침해가 빚어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유광렬 씨는 “여론 형성 과정 자체는 여러 학생들의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때문에 그것에 대해 특별히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 고 말한다. 또 서울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성언론에서는 기사거리를 찾고, SNULife에서 그와 관련해 형성되는 여론을 마치 서울대학생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SNULife’의 운영자 유광렬 씨는 이런 우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라고 일컬어지는 대학교에 집중되는 기성 언론의 관심은 다분히 선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명문대가사회에서 갖는 유형이나무형의 이득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보고, 심하게 악의적인 보도만 아니라면 무방하다는입장이다”. 한편에서는 대학별 커뮤니티가 학벌주의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학생부터 졸업생, 일반인까지 가입은 가능하지만 주요 게시판 접근권이 재학생에게 제한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사이트를 이용하다보면 일종의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각 포털 운영자들은 이에 대해, 이화여대의 ‘양심적병역거부 지지선언’이나 서울대의 ‘과외비 담합논쟁’과 같은 이슈가 터지면 일반 네티즌(훌리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비방글로 도배를 하고 결국 서버를 다운시키는 행동에 대비한 자구책이라고 말한다. 끈끈한 네트워크를 향하여대학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생활정보 커뮤니티는 학생들의 다양한 정보와 의견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한다. 또 서울대학교 정보화 본부의 이번 홈페이지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학내의 지식들이 매몰되지 않고 학외 사용자들과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결국 두 경우 모두 인터넷공간이 갖는 최대장점인 네트워크 기능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개인과 개인의 보다 활발한 교류를 보조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네트워크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인터넷공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