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지원 강화, 터닝 포인트?

photo1내년부터는 박사과정생의 절반이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바로 지난 7월 20일, 정운찬 총장이 내년부터 대학원 장학금 제도를 대폭 개선하여 지원을 강화한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2005학년도부터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3000여명 가운데 절반인 1600여명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 받고 생활비도 매달 60만원씩 지급 받게 된 것이다.

photo1내년부터는 박사과정생의 절반이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지난 7월 20일, 정운찬 총장이 내년부터 대학원 장학금 제도를 대폭 개선하여 지원을 강화한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 2005학년도부터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3000여명 가운데 절반인 1600여명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 받고 생활비도 매달 60만원씩 지급 받게 된 것이다. 지급 대상자는 교수들이 각각 1명씩 추천한 학생들과 대형 강의와 핵심 교양수업 등에 들어가는 조교 200여명이다. 정운찬 총장은 이러한 등록금 전액지원 방안을 앞으로 대학원생 전원으로까지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서울대의 ‘연구 중심 대학’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중심대학 논의의 시작, 그리고 지금까지의 여정 사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1998년에 발표된 ‘서울대 개혁안(구조조정안)’을 살펴보면, 개혁 방향은 계열별, 학과별의 어중간한 학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부대학 정원은 줄이고 대학원 중심의 심화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자는 계획이었다. 이것은 현재 서울대가 추구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방향성과 거의 일치한다. 98년에 중도 하차한 선우중호 총장, 마찬가지로 2002년 사퇴한 이기준 총장을 이어 현재는 정운찬 총장이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두 명의 총장이 연이어 사퇴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가운데는 ‘연구중심대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마찰도 빼놓을 수 없다. 이기준 총장의 경우는, 총장과 교수간의 갈등,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소모적 갈등 등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비롯된 것이었다. 연구중심대학, 왜 이제야 불이 붙었나 “지금까지의 서울대의 관성이 깨지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번 대학원 지원 강화와 관련하여 사회복지학과 안상훈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 장학금은 교육부나 BK21의 지원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정운찬 총장이 기업이나 독지가들로부터 일종의 펀드를 조성한 것이므로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재원 형성이죠.” 이번 대학원 지원안은 서울대 구하기의 일환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서울대 폐지, 국공립대 통폐합 등의 의견이 대두되고 서울대의 존속이 위협 받는 지금 이 시점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98년, 서울대 개혁안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도 ‘연구중심대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여론이나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서울대의 개혁은 거의 필연적 과제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서울대 개혁, 당위적 과제?또한, 서울대 존재의 의의를 생각한다면 개혁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안상훈 교수의 생각이다. 서울대 존재 의의는 바로 ‘공부하는 것’에 있다는 것.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놓고 국고의 지원을 해주며 사회에서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연구 성과와 그로 인한 사회 발전인 것이다. 즉,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변화에는 서울대 자체의 생존이 아니라 한국의 생존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지식선도사회입니다. 이전의 학부중심체제가 제너럴한 지식인을 대량 양성해냈다면 이제는 소수 정예화 시켜 스페셜한 지식인을 육성하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식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연구중심대학의 궁극적 목적이고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서울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photo2그런 의미에서 이번 2005학년도 입시안은 학부의 비중을 축소하고 대학원을 강화하겠다는 본부측의 의지를 반영하는 사례다. 2005학년도 새 입시안을 보면 정원이 예년에 비해 15%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약 3300여명의 학생을 선발하게 되는데, 이것은 올해 신입생 정원보다 570여명 적다. 서울대가 국내 최대 규모의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시국이 뒤숭숭하고 학생운동이 많이 일어났던 그 시기에 정부에서 ‘졸업정원제’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점 경쟁을 부추겼던 것. 즉, 입학 정원을 졸업 정원의 130%로 설정하여 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지 않고는 졸업을 못하게 한 것이다. 그 이후로 맘모스처럼 커버린 서울대의 규모, 그리고 졸업생들의 사회 요직 차지 등은 ‘서울대 몰아주기’라는 식의 비판을 불러왔다. “지금 현재 학부나 대학원의 인원은 너무 많습니다. 사이즈의 축소가 필요합니다.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수만큼만 선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서울대에 대한 시각이 회의적인 상황에서 서울대에 들어오는 공급 물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부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이죠.”라고 안상훈 교수는 말한다. 경제적 지원, 연구중심대학으로의 필요조건 공과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연구생인 정 모씨는 내년 대학원 장학금 지원이 자신에게는 혜택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 등록금 혜택이란 등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받는 것인데 박사과정을 수료(2~3년)하고 나면 수업을 더 이상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교수들이 각각 1명씩 추천한 학생들과 대형 강의와 핵심 교양 수업에 들어가는 조교 200여명 이므로 원래 받던 사람들에서 조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받게 된 것뿐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공계 대학원생의 경우 산학협동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경제적 지원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인문계열 대학원생의 경우, 이번 지원 강화 발표는 무척 반가운 것이었다. 종교학과 대학원 연구생인 이화(박사 01)씨는 그 간의 대학원생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생계 유지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따로 들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그럴 거에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나이이기도 하고 부모님한테 더 이상 손 벌릴 수 없잖아요. 등록금도 분납하는 경우가 많았고 과외, 학원 아르바이트는 거의 필수죠.” 이화 씨의 말에 따르면 그 동안의 장학금 제도는 대학원생의 경제적 지원에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TA 즉, 조교의 경우 등록금 면제와 월 12만원의 생활비가 지급되고, 또 신설된 지 1년여 된 핵심교양 TA의 경우는 등록금 면제와 월 30만원의 생활비가 지급되었던 것. “대학원 박사과정의 절반이상만이라도 등록금이 면제되고 생활비 60만원이 지급된다면 따로 돈벌이 하는 시간을 내야 하는 지금보다 더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겠죠.”경제적 지원, 그리고 그 이후 경제적 지원이 연구중심대학의 충분조건이 아니므로, 이제는 그 밖의 다른 조건들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말의 본질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연구중심이 진정한 연구 중심이 되어서 돈과 연관되지 않고 정말 연구하고 싶은 것을 연구하도록 해주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야 합니다.”라고 정 모씨(공대 연구생)는 말한다. 연구에 전적인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의 개별 프로젝트에 매여 프로젝트 예산에 대한 정산이나 까다로운 프로젝트 규정에 맞춘 보고서 작성 등 연구 외의 시간에 1/3 이상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원생 개인의 손해일 뿐더러 나라 전체에 손해이기도 하다. “학생과 교수의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연구 업적 관리를 철저히 해서 열심히하는 교수와 학생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하여 대우해줘야 하는 것이죠.”라고 안상훈 교수는 말한다. 학부 정원을 감축하고, 그리고 대학원 지원을 강화한 지금 시점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의 귀결은 당연한 듯 보인다. 하지만, 학부제 강화 등 학사 개편과 관련하여 많은 마찰과 문제점도 발생할 것이다. 그만큼 서울대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내부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왜 하필 ‘서울대’가 연구중심대학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내부의 공론화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이륜차 통행, 한발씩 물러선다면...

Next Post

완화된 기준, 엄격한 시행 - 상대평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