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여름학기가 지나고 9월 1일 제 2학기에 접어든다. 이와 함께 몇 년 전부터 논쟁거리가 되어왔던 상대평가제가 이번 2학기부터 완화된 기준으로 엄격하게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았지만, 고급영어와 고급수학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한 교양과목에 한해서 A, B 학점을 합한 비율이 70%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대평가제가 2학기부터는 전산 입력시 성적의 비율에 제한을 둠으로써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를 결정한 본부 측과 우려를 표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상대평가제 도입의 취지 photo1이번 상대평가제의 도입을 확정한 대학본부측이 밝힌 취지는 “일부 과목의 성적인플레 방지를 통한 강좌간, 강좌내의 형평성 제고”이다. 교무부처장 변창구 교수는 “현재 교양과목의 경우 350여 과목의 1000여 강좌가 있는데 다른 과목의 수업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과목의 다른 수업에서도 형평성이 지켜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A, B학점의 합이 90%에 이르거나 혹은 반대의 경우로 평점이 지나치게 낮은 일부 수업이 있고 이로 인해 소위 학점을 잘 준다는 인기강좌로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몰리는 현상 등의 부작용을 유발시킨다는 말이다. 이러한 부작용 해소를 위해서 상대평가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형평성 제고의 실효에 대한 우려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로 성적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같은 수업을 듣는 다른 학생의 성취도와의 비교를 통해 성적을 부여하는 상대평가제를 통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만약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수강하는 두 강좌가 있는데 두 수강반 학생들의 성적 분포가 비슷하다면 더 높은 수준의 학생들과 수업을 들었던 학생의 성취도가 낮게 평가되고 그 결과 상대평가제가 오히려 형평성을 저해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일각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변창구 교무처장은 “상대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일정한 강의의 표준화도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강사들에게 요구할 것이다. 즉, 같은 강좌명의 수업은 비슷한 내용, 비슷한 난이도 그리고 비슷한 학점분포를 통해 강의의 균질, 나아가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면 우려하는 부분은 해결될 것”이며, “이번 제도는 전공과목, 고급수학, 고급영어, 실험수업과 같이 예외 항목을 두었으며 강의를 여는 교수, 강사가 절대평가 방식을 본부에 신청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두고 있다.”고 답한다. photo2하지만 장치들의 마련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수업 만들기’에서 활동하는 신의철 씨(법대 01)는 “강의 표준화보다는, 강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수업과 다양한 방식의 평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형평성은 공정한 평가로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비록 강의의 내용이나 난이도가 다르고 평가 기준이 다르더라도 그 평가기준이 명확하고 또 공정하게 적용된 것이라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학점을 잘 주는 과목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해서 그는 “’학습 동기 부족’이 근본 원인이지, ‘학점을 잘 주기 때문’이 아니다. 이에 대한 해결 역시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한 학습 동기 부여가 될 때만이 풀릴 수 있으며 교육의 목표에 대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것이지, 상대평가 시행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물론 수강신청이 학점을 잘 주는 강좌로 몰리고, 상대적으로 학점이 안나온다는 과목을 피하는 일부 현상은 엄연히 존재하며 이 현상은 학생들이 강의를 선택함에 있어서 소위 널럴함 또는 빡셈처럼 높은 학점을 얻는데 얼마나 수월한가를 큰 비중을 가진 기준으로 둔다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이기적인 학생들의 탓만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불만족이 학업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고 바람직하지 않은, 강의 선택 기준을 세우게 하는데 학생들의 만족을 이끌어낼 만한 노력, 수업에 내실을 기하기 위한 시도를 통해 근본적으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논의에 앞서 상대평가제라는 미봉책이 세워진 것은 본부 측의 안일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성적부여에 관한 교수의 자율성 침해는 최소화 상대평가제 시행을 앞두고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신의 강좌를 수강하는 학생에게 성적을 부여하는 것은 분명 교수의 고유한 권한인데 상대평가제는 이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 교무 부처장 변창구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 “만약 내가 교수 입장이라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하며, 하지만 A, B 학점을 합한 비율이 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완화된 상한선 내에서 성적을 부여하는 것은 “교수들의 자율성을 침해할 만큼 엄격한 규제가 아니며 앞서 말했듯 전공과목이나 고급영어와 같은 예외 교과목을 두고 있고, 또 상대평가가 힘들다고 판단되는 과목은 교수가 본부에 절대평가 방식을 신청할 경우 이를 검토해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다”고 답한다. 실제로 1학기에 9개의 과목 교수들이 이러한 신청을 했고 본부의 검토 결과 2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