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이제 자하연에 오리배도 띄우네?” “축제라더니 장난 아니다, 야.” “총잔에 저건 또 뭐야?” “몽골의 전통 텐트인 ‘게르’라던가? 저 안에서 전시도 하고.. 아, 보드게임도 할 수 있다더라” “뭐? 야, 가보자!” 서울대생, 축제에 돌아오다 역대 최고의 축제라는 찬사 속에, 봄 대동제 ‘광합성놀이터’가 끝났다. 이번 축제는 이번 총학생회의 선거 당시 공약대로, 총학생회와는 별도로 지속적으로 축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구가 세워져 준비되었다. 2월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축제하는 사람들(이하 축하사)’는 이전의 대동제가 대동제 기간 몇 주전에 급히 계획되었던 것과는 달리 꾸준한 준비로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학우들의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축제는 그러한 학우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던 듯 보인다. 개막제 ‘광합성 엽록쑈’는 재즈댄스 동아리, 댄스 스포츠 동아리, 개그그룹 등이 새롭게 참여했고, 전례 없이 4000명을 웃도는 학우들이 함께 했다. 개막제뿐만 아니라 축제기간 내내 학생잔디에 설치된 게르 속 ‘포도당 저장소’, 자하연에 띄워진 오리보트, 축제기간에 함께 열린 인터내셔널 푸드 페스티벌, 소꿉시장, 라운지쇼 등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빛났다. 축제 때만 되면 학교에 사람이 없어진다는 예년의 통념을 깨고, 축제기간동안 학생잔디에는 보드게임을 하는 학생들로 붐볐고, 자하연 앞에는 오리보트를 구경하기도 하고 타보려는 사람들이 북적댔다. 개막제때 학우들은 외부가수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계속 남아서 개막제를 끝까지 지켜봤으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레이브 댄스파티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거 얼마야?” 자하연에 띄워진 오리보트를 보던 한 학우의 말이다. (자하연의 오리보트는 무료였다.) 사람들은 축제를 ‘돈’과 결합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말처럼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축제의 상업성에 대해서 무심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학문화의 상업화 속에서, 대안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소꿉시장’이었다. ‘우리들은 정이 들었던 자신의 소지품, 또는 직접 생명을 불어넣은 물건들을 들고 시장에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납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은 다시금 사람과 사람이 물건을 매개로 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됩니다. 자신의 흔적이 담긴 것이라면,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습니다’ 봄 대동제 자료집에 나와있는 소꿉시장에 대한 글이다. 5월 15일과 16일에 학생잔디에서 열린 소꿉시장에서는 축제하는 사람들의 홈페이지에 미리 신청을 한 학우들이 자신이 만든 수공예품이나 모임의 회지를 팔기도 했고, 초상화 그려주기, 타로카드점 보기,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홍대 앞 프리마켓’과 ‘아름다운 가게’도 함께 참여했다. 하지만 소꿉시장은 처음 기획의도와는 달리 ‘예술시장’의 면이 강했다는 면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홍대 프리마켓팀 등이 들어오면서 학내 행사라는 성격이 약해지기도 했고, 학생들이 참여한 것도 특정 단대 위주여서 평소에도 축제기간 즈음에 학내 곳곳에서 처음 기획의도와 많이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기획의도도 훌륭했고 예술시장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점수를 줄 만 하지만, ‘서울대학교 축제’라는 공간 안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시장의 형태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상업성에 물들었다는 지적도 소꿉시장 등의?노력이 무색하게, 축제기간 동안 학내에는?나레이터 모델과 게임을 통한 사은품 증정을 앞세운 기업의 홍보 부스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왜 대학 안에서 저렇게 기업들의 홍보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업 부스를 유치해서 학교나 총학에서 축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인가”라면서 불만을 표시하는 학우도 있었다. 하지만 “축제 기간에 집중되어 도드라져 보일 뿐이지 그동안 상업적 부스는 계속 있어왔다”라거나, “축제기간에 와서 사은품도 주고, 게임도 하니 재미있는 것 같다”라며 별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학우도 있었다. 또한 “나레이터 모델들을 학교에서마저 보게 되다니 당황스럽다”라며 홍보 과정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을 이야기한 학우도 있었다. 실제로 이번 축제기간 들어온 기업 부스는 스폰서적인 성격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총학생회의 김윤옥씨는 “학생들이 축제로 사용하는 장소를 피해서 기업부스를 배정했으며, 무조건 들어오는 대로 다 받은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옷차림 등의 기준을 정해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즐기고 생산하는 참여의 축제? 13일(화)에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라운지쑈’가 열렸다. 라운지쑈에서는 바운스팩토리와 HIS의 공연과 함께 분장 콘테스트와 페이스 페이팅이 이루어졌고, 옆에서는 칵테일바에서 칵테일쇼와 매직쇼가 있었다. 하지만 라운지에서 사람이 많이 모여있던 쪽은, 칵테일바였다. 15일(목)에 학생잔디에서 열린 생협의 ‘날로 먹자 요리경연대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가에 많은 노력이 드는 행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서너팀 정도만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행사들에서 이번 축제의 성공과 그 한계를 읽어낼 수 있다. 이번 축제는 소수의 축제’하는’ 사람들과, 다수의 축제’보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개막제를 ‘보는’ 사람들, 장터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사서 먹는 사람들, 공연이 있으면 보러 가는 사람들. 축제에서 구경꾼은 많았지만 축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번 봄 대동제는 분명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축제가 되면 밖으로 돌던 서울대생을 학교 안에 함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에서 그 의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학우들은 “우리학교 축제도 재밌네?”라면서 ‘역대 최고의 축제’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러한 찬사로만 축제를 마무리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어 보인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참여’였다. 우리는 가을에, 또 내년에 즐거울 수 있을까 이제 봄 대동제는 지나갔고, 이제 남은 것은 가을 대동제이다. 축하사 김윤옥씨에 따르면 가을 대동제는 다시 축하사 사람들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가을대동제의 성격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학술제 성격으로 간다는 말이 있기는 하였으나, 아직 결정된 바는 아니고 축하사 회의를 통해서 다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문화의 중요한 부분의 하나인 학술의 면을 잡겠다는 점에서 가을 대동제가 학술제의 성격으로 가는 것도 긍정적일 수 있다. 또한 가을 대동제가 봄 대동제와 똑같은 형태로 진행된다면 과연 또 즐거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을 대동제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축하사 사람들이 아닌 바로 축제를 ‘보고’ 지나갔던 당신이다. 관중에서 벗어나 축제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봄 대동제는 즐거웠다. 하지만 관중으로서의 참여가 아닌 주체로서의 참여를 시작한다면, 가을 대동제는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 서울대 3대 바보는 바뀌어야 한다. 축제 때 집에 빨리 가는 사람. 축제 때 다른 학교 가는 사람. 축제 때 구경만 하는 사람.